[에듀인 리포터] 공정성 약한 학종 "축소 아닌 보완 필요하다"
[에듀인 리포터] 공정성 약한 학종 "축소 아닌 보완 필요하다"
  •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 에듀인뉴스 리포터
  • 승인 2019.09.0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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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은 개인 적성 키우는 데 적합"
공정성 시비 학종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 줄 방법 고민해야"
<학생부 주요 항목별 기재 개선 사항. 자료제공=교육부>
<학생부 주요 항목별 기재 개선 사항. 자료제공=교육부>

[에듀인뉴스] 지난 여름방학에 내가 지도하는 동아리 학생들은 1박 2일로 충북지역 모의 UN을 개최했다. 작년에 처음 시작해서 2회째 대회였다. 학생들은 운영진을 꾸려 계획을 세워 2~3달을 준비했다. 팀을 나눠 주제를 선정하고, SNS를 통해 대사관 참가신청을 받았으며 장소 대여를 위해 인근 학교와 숙소에 전화를 돌렸다.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전년도와 달리 장소 섭외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조금 먼 거리의 숙소를 예약하고 버스를 대여했다. 한편으로는 다른 지역 모의 UN을 참가하면서 모의 UN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참고했고, 여러 학교 참가자들 간의 이견을 조율했다.

동아리 학생들은 대부분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자 희망했다. 많은 노력과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학생들은 어느 하나 이탈하지 않고 다 같이 협력해서 모의 UN을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참여한 학생들 역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이 과정에서 지도교사의 도움은 거의 필요하지 않았다. 교사는 공문을 작성하고, 진행 상황을 체크하면 됐을 뿐이다. 학생들은 이 모든 과정을 스스로 했다. 나는 이것이 학생들 스스로의 진로와 관련 활동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이 학생들의 활동은 쓸데없는 짓이었을 것이다. 성적에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을 해대는 고등학생들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볼 사람은 몇 없었을 것이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며, 공부나 하라는 부모님의 말에 학생들은 여름방학 동안 모의 UN의 대사로서 활동을 준비하기보단, 학원에 다녀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부종합전형이 생기면서 이들의 활동은 쓸데가 생겼다. 나는 이 학생들이 훌륭한 학생들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시험점수가 더 높은 학생들보다, 이 학생이 ‘국제관계학과’나 ‘정치외교학과’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학종이 생겨나면서 이렇게 다양한 활동이 학교에서 장려되기 시작했다. 혹자는 고등학생의 ‘스펙쌓기’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취업에서 토익 ‘시험점수’를 스펙이라고 부르듯이 대학에 가기 위해 학교 ‘시험점수’를 쌓는 것도 일종의 스펙이다. 다만 기존의 시험만으로 평가되던 단일 평가 기준에서 다양한 평가 기준이 생겨났을 뿐이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20년 전만 해도 수능으로 대학을 보내던 시절에 수능은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받았다. 단 한 번의 점수로 인생이 결정된다는 것, 자신의 진로와는 전혀 상관없이 시험점수로만 대학이 결정된다는 것 등의 지적을 받았다. 그렇게 수시가 도입되었고, 입학사정관제가 탄생했고, 오류를 수정해가며 학생부종합전형이 만들어졌다.

나는 수능이 더 손쉽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능은 하루 동안 모든 고3 학생이 각자 배정된 장소에서 동일한 시험을 본다. 경찰까지 동원해서 원활한 시험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이 시험은, 국가에서 동일한 규준의 시험을 제공하고 관리방식까지 일일이 매뉴얼로 만들어 보급되기 때문에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에 학종은 분명 공정하기 힘든 제도다. 전교 1등은 생기부를 교무실에서 쓴다는 얘기가 괜히 들리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분명히 공정하지 못하다. 우리나라 같은 저신뢰사회에서 교사의 주관이 들어간 생기부에 의한 평가방식은 우리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한국리서치와 시사In이 함께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객관식 채점이 아닌 평가자의 주관에 의한 평가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항목이 88%에 달했다. 주관적 평가에 대한 온 국민의 불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학종은 필요하다. 학종을 통해 많은 학생이 학교생활에서 학업 뿐 아니라 동아리, 봉사 활동 등 다양한 부분에서 자신의 적성을 드러내고 이를 통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교사들도 교과세부특기사항이 학종의 중요한 요소가 됨으로써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순전히 학종이 가져다 준 순기능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학종의 보완이다. 학종은 공정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제도다.

어떻게 하면 교사의 주관적 평가라는 표현이 아닌 질적 평가라는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학종이 가진 자를 위한 입시제도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공정하게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부여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제도로써, 문화로써, 모두가 함께 감시하고 검토해야 한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 에듀인뉴스 리포터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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