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교생활기록부는 '교육과정' 위에 존재하는가?
[기고] 학교생활기록부는 '교육과정' 위에 존재하는가?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9.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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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천홍 춘천 남산초 교사

학교생활기록부의 법률적 지위와 성격 규정, 문제 있다
(사진=kbs 캡처)
(사진=kbs 캡처)

[에듀인뉴스] 학교는 학생의 학습을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그것과 관련된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확인하기 위해 생활기록부(생기부)를 남기는 것일까? 아니면, 생활기록부를 남기기 위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일까?

물론 전자가 교육적으로 타당하고 생각하겠지만 교육관련 법령 구조는 후자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매년 바뀌는 학교생활기록부와 관련된 세부 기재 요령들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들이 늘 있어 왔지만 이번에는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교육부훈령 제280호)과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의 법률적 지위와 성격 규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보려 한다.

학교생활기록부가 규정하는 ‘학생 평가’

학교와 관련된 법인 초·중등교육법 및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등을 살펴보면, 학교에서의 ‘교육과정, 수업, 교과에 대한 학생 평가’에 대한 조항은 초·중등교육법 제23조(교육과정 등) ‘①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여야 한다’가 있다.

그리고 동법 2항에 ‘교육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며, 교육감은 교육부장관이 정한 교육과정의 범위에서 지역의 실정에 맞는 기준과 내용을 정할 수 있다’고 하며 교육과정에 대한 내용들은 교육부 장관이 고시하는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으로 위임됨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의 출석 여부의 인정, 학생의 창의적 체험활동 편성 및 평가, 교과학습에 관련된 평가 등에 대한 문제나 의문이 생길 경우 교사들은 초·중등교육 관련 법령이나 학교 규칙, 교육부가 고시하는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아닌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을 살피게 된다.

교육과정에는 ‘편제와 시간 배당 기준’ 외에 행정적 조치에 대한 논의는 담겨 있지 않으나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과 ‘생기부 기재요령’에는 초·중등교육기관에서의 출결, 교과 및 창의적 체험활동의 운영과 평가에 대한 세부 안내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의 교과학습에 대한 평가와 관련된 사항의 경우 국가수준 교육과정과 그에 근거한 시·도교육청의 교육과정,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서 구현되는 것이 타당해 보이지만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교육부훈령 제280호)의 ‘[별표 9] 교과학습발달상황 평가 및 관리’라는 문서에는 학교에서의 교과 평가 방식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별첨9] 문서 내용을 근거로 ‘시·도교육청 학업성적관리지침’과 ‘학교 학업성적관리규정’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렇게 학교생활기록부와 관련된 훈령이 생기부의 단순 작성과 관리 수준을 넘어서 교육과정 운영의 핵심인 평가에 대한 세부 규정을 하고 있는 것은 국가수준 교육과정의 해석을 통한 시·도 및 학교 수준, 교사 수준 교육과정 수립·운영을 제한하며, ‘국가수준 교육과정-수업·평가-생활기록부 기록’ 간의 연계를 '생기부 규정-수업평가'로 단순화하는 문제를 갖는다.

만약 교육부에서 이러한 교과학습 평가에 대한 세밀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그 내용은 생기부 관리를 위한 훈령의 별표 문서가 아니라 초중등교육법의 시행령이나 교육과정 문서에서 제시되는 것이 적절했을 것이다.

현재의 생기부 관리규정을 통한 평가 방식을 안내하는 구조는, 수업과 평가가 생기부 기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할 수 있게 한다.

선발을 위한 생기부?

학교에서 생기부를 작성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초·중등교육법 제25조(학교생활기록) 1항에는 ‘학교의 장은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인성(人性)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평가하여 학생지도 및 상급학교의 학생 선발에 활용할 수 있는 다음 각 호의 자료를 교육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작성·관리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여 생기부의 작성 목적이 ‘학생지도’와 ‘상급학교의 학생 선발에 활용’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선발자료로 활용한다’는 목적은 자연히 선발에 대한 공정성 문제와 이어지게 되며, 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생활기록부와 관련된 지침들이 세부적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선발 자료로서의 생기부는 상급학교의 학생 선발에 활용되는 경우가 매우 적은 초등학교에서도 중·고등학교와 유사한 규정을 따라 적용되는 과정 속에서 행정력 낭비 및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 및 타당성이 위축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학생지도'와 '학생 선발'이 법률 문구에 나란히 존재함에도 상대적으로 이슈가 되는 선발에만 그 논의가 쏠려 교사 교육과정과 연계되어 학생의 지도 과정에서 활용되는 효과와 구체적 방안 마련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적다는데 있다.

설령 생기부가 선발 자료로 활용되기 위한 법률적 명시가 필요하다고 해도 관련 시행령이나 하위 조항이 아니라 초·중등교육법 상의 생기부의 성격 규정에서부터 명확히 강조하는 것은 생활기록부가 갖는 교육적 의미를 협소하게 만든다.

기재요령 개선보다 교사수준 교육과정 강화 통한 기재 내용 내실화 초점 둬야

학생의 학습 과정과 성취에 대한 공적 기록으로서 생기부의 가치는 분명 유의미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매년 변하는 기재 방식과 이에 따른 연수, 기재 요령에 근거한 감사 등은 오히려 학교 현장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생활기록부로부터 교사들을 멀어지게 하고 있다.

생기부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매년 문제가 되는 규정을 바꾸고 집합 연수를 실시하는 것을 넘어, 앞서 제시한 것처럼 학교생활 기록부에 대한 성격 규정 및 법률적 지위를 타당하게 재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학교에서 교사수준의 교육과정 운영 및 평가에 대한 권한을 확보하고 타당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함께해야 생기부가 유의미한 학생 발달의 기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민천홍 춘천 남산초 교사
민천홍 춘천 남산초 교사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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