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 현장] '과정중심평가’는 되고 ‘과정 중심 평가’는 안 되는, 빅데이터 시대 학교 업무환경
[에듀인 현장] '과정중심평가’는 되고 ‘과정 중심 평가’는 안 되는, 빅데이터 시대 학교 업무환경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11.2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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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천홍 춘천 남산초등학교 교사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11월 초 교육부는 교육대학원에 인공지능 융합교육 과정을 개설하여 AI 교사 5천명을 양성하기로 했고, 19일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특성화고 미래교육 발전 방안을 통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야 학교를 10개교 만든다고 발표하였지만, 교원의 업무 환경은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환경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다.

띄어쓰기 구분한 제목으로 검색해야만 하는 ‘업무관리시스템’

검색 엔진에서 ‘과정중심평가’, ‘과정 중심 평가’, ‘과정중심 평가’를 검색하면 거의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검색 엔진이 띄어쓰기를 구분하지 않고 검색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공문서를 작성하고 관리하는 데 쓰이는 ‘업무관리시스템’에서는 띄어쓰기 구분 없는 검색이 되지 않아 띄어쓰기마다 전혀 다른 결과를 얻게 된다.

공공기관인 학교에서 생산되고 배포되는 문서 용어 중에는 ‘학교업무정상화’, ‘기초학력지원’처럼 명사로 연결되는 용어들이 많다.

물론 띄어쓰기 규정상 모든 단어는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정책의 특징을 강조하거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의미결합의 정도를 기준으로 띄어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판단이 교육청 및 학교담당자마다 다른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관련 문서를 검색할 때 띄어쓰기를 바꿔가며 여러 번 검색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사실 띄어쓰기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구글 드라이브, 네이버 클라우드 등의 폴더 자료 검색 환경에서는 문서 제목을 넘어 문서 내용에서까지 검색어를 찾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관련 해시태그를 이용해 자료를 찾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문서 제목만 검색이 되고, 그 제목의 띄어쓰기도 구분해서 검색해야 하는 ‘업무관리시스템’에서는 먼 이야기다. 교사들은 일정 분야(평가, 기초학력 등)정책과 관련된 이전 공문을 참고하기 위해서는 주제어가 아니라 제목에 사용된 정확한 정책 용어를 기억해야지만 자료를 찾을 수 있다.

작성된 자료의 검색이 쉽지 않는 상황은, 자료를 작성할 때에 별도의 정리 자료나 과도하게 정형화된 형식을 요구하게 되어 행정력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로 교육청에서 컨설팅이나 감사를 진행할 때 자료 검색이 잘 되지 않아 교사들에게 별도의 양식에 따른 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당해 담당자가 아닌 다른 해의 담당자가 교육과정 및 업무를 확인하고자 할 경우 이전년도의 자료들을 찾기 어려워 교육과정 및 학생 관련 사업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픽사베이)

답장 및 서식 기능 없이 작성하는 공문

한글 파일을 만들 때 메일 머지(Mail merge) 기능을 설정해 놓으면 일정한 양식을 불러올 수 있으며, 메일의 답장을 누를 경우 수신자를 수정하거나 해당 메일의 송수신 날짜를 기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작성할 수 있다.

하지만 공문서의 경우 수신된 공문서에 대한 연관 및 대응 공문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별도 기능이 있지 않아 백지 양식에 작성해야 하며 특히 공문 첫 줄에는 관련 지금 작성 공문과 관련된 상위 및 근거 공문을 밝히게 되어 있는데 공문번호와 날짜가 드래그되지 않아 화면 창을 띄워 놓고 일일이 대조하며 작성해야 한다.

또 그 첨부하는 파일명도 공문에는 자동으로 입력되지 않아 파일명을 직접 추가 입력해야 한다.

풀로 영수증을 붙여 내는 여비 정산서

이러한 공문도 문제지만 가장 안타까운 것은 각종 정산 방식이다. 교직원은 출장비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출장 일에 지출한 종이 영수증을 제출해야 하며, 나이스에 전자 결재된 출장 자료가 있음에도 여비를 정산하는 양식을 따로 작성 후 인쇄하여 그 양식에 종이 영수증을 풀로 붙여서 제출해야 한다.

물론 한 두 번의 출장 처리를 하는 교사 입장에서는 크게 불편한 일이 아니지만, 학교 행정실에서는 여비 정산 외에도 수많은 정산 관련 증빙 자료를 일일이 손으로 영수증에 풀을 바르며 제작하고 있다.

물론 신속성과 편리성만큼 보안과 정확성도 공공기관인 학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의 카메라 스캔 기능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영수증을 촬영하면 자동으로 품목과 비용을 분석하여 범주화하는 정산 시스템이 개발되어 있으며, 보안이 중요한 일반 기업에서도 이러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정확한 범주화와 빠른 계산, 체계적인 정리는 현재의 인공지능이 가장 잘하는 일이기에 지금의 이런 ‘수제 정산서’ 제작 방식은 효율적이라 보기 어렵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시대의 효율, 학교 교육력 높이는 데 활용되길

혹자는 어차피 학교에서 일반 교사들의 행정 업무가 줄고 있기에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교사가 아니더라도 관리자, 업무전담팀을 비롯해 교사들과 협업해 학교를 운영하는 여러 직무에는 여전히 번거로운 일이다.

또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권이 확대되면서 교사들도 교육과정 운영 및 결과 기록을 위해 업무관리시스템을 활용하여 문서를 작성하거나 연구회 및 교사공동체 운영과 관련한 정산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단순히 업무를 줄이는 차원을 넘어 데이터 활용 차원에서도 효율적이지 않은 업무 환경은 학교 내의 유의미한 자료 생성과 공유를 방해하여 교원들의 전문적 협력과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미래를 위해 학생들에게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시대와 관련된 교육을 계획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교사들의 업무와 관련된 인공지능의 지원 및 데이터 활용 환경은 ‘업무포털’이 처음 도입된 2007년의 상황과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교사들이 기술 혁신이 가져오는 효율을 학교 업무 환경에서부터 느낀다면, 학교의 교육력의 강화는 물론 또 다른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관련 교육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민천홍 춘천 남산초등학교 교사
민천홍 춘천 남산초등학교 교사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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