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 리포터] 교육부 학교폭력 실태조사 "학폭 '유형' 아닌 '해결 방식' 관심 가져야"
[에듀인 리포터] 교육부 학교폭력 실태조사 "학폭 '유형' 아닌 '해결 방식' 관심 가져야"
  •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 승인 2019.08.2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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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중심 사고와 자기중심적 사고 결합 이기주의로 변질
학교폭력 "피해자 중심 인식의 대전환 필요할 때"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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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몇 년 전, 학생부에서 학교폭력을 담당하던 때의 일이다. 한 학생이 지속적으로 학교폭력을 당했다며 117에 신고했다. 학생은 친구가 자신을 넘어뜨렸고 그 결과 머리를 다쳤는데,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는 식으로 신고를 했다.

신고를 접하고 학생을 불러 얘기를 나눴다. 내가 알기로 이 학생과 학생이 신고한 친구는 평소에 잘 어울려 놀던 사이었다. 대화를 나눠보니 학생은 친구와 노는 중에 가끔씩 갈등이 있었는데 그 갈등 상황에서 자신은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즉 피해를 받았다고 했다. 그 결과 지속적으로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학생의 얘기를 듣고 나니, 전혀 고의성이 없는 말 그대로 노는 중에 일어난 상황이었다. 오히려 이 상황은 폭력이 문제가 아니라 학생과 학생의 친구 모두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학생들을 불러 서로의 잘못한 점과 미흡한 점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사과를 하며 화해할 수 있도록 했다. 오래 전부터 오해와 갈등 상황에서 제3자로서 교사가 해왔던 지극히 전통적인 방법이다.

그 날 저녁 학부모가 내게 전화를 했다. 왜 우리 아이가 피해자인데 사과를 하게 하냐는 것이었다. 상황을 설명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다치게 된 것에 ‘피해’를 입은 것은 맞지만, 학교폭력의 ‘피해’라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학부모는 이것이 학교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점점 일은 커졌다. 학부모와 학부모가 마주하고, 교감, 교장이 중재를 하고 나서야 사건은 결국 각자 화해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됐다.

학창시절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가벼운 갈등이 학교폭력이 되어 부모싸움이 되고 어른들의 일이 된다. 학교폭력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 아래 부모, 교사 등 어른들이 나서서 일을 해결하고 당사자인 학생들은 그저 그렇게 하라는 결론만 받아들인다.

학생들도 시간이 주어지면 갈등 상황에서 자신이 잘못한 점을 깨닫기도 하고, 사과도 한다. 갈등에서 가장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과 대화다. 그러나 학교폭력이라는 이름은 시간과 대화를 제공할 수 없다.

학교폭력은 기본적으로 사라지기 힘든 일이다. 학교폭력은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자신이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면 이 모든 상황은 학교폭력 상황이 된다.

폭력에 대한 규정을 세세하게 하면 할수록 학생들은 폭력 상황에 더 노출되게 된다. 과거에는 폭력이 아니었던 상황도 폭력이 되고, 장난 중에 다치거나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된 경우는 전부 학교폭력으로 신고가 가능하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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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예방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갈등 해결 능력"

학생들은 이미 지속적인 학교폭력 예방교육으로 그 동안 폭력임을 인지조차 못하고 있던 일들을 폭력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친구들과 심한 말이나 신체접촉 등을 장난으로 주고받으면서 “너 이거 학교폭력이야”라는 식의 발언들도 같이 주고받는다.

이런 현상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엄연히 폭력은 금지되어야 하며, 학생들은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작은 갈등도 전부 자신이 입은 피해를 중심으로 생각하며, 학교폭력이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피해자 중심으로 생각하라는 학교폭력예방교육이, 청소년기의 자기중심적 사고방식과 결합되며 자기가 입은 피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되어버렸다.

매년 시행하는 교육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이런 점을 간과한다.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그것의 종류가 아니라 이것을 어떻게 해결하였는가 여야 한다. 단순히 작년에 비해 사이버폭력이 얼마 증가했고, 신체폭력은 감소했다는 식의 결과는 학교폭력을 다루는 현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이버폭력이 증가했다는 기록은, 결국 학교에 또 다시 사이버폭력예방교육을 늘리라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현행 학교폭력 실태조사 설문은, ▲폭력을 당했는가? ▲어떤 종류의 폭력인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당했는가? ▲누구에게 신고를 하였는가? ▲목격자였다면 목격 후 어떻게 했는가?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이것은 학교폭력이 어떤 유형으로 일어나는지를 파악하고 통계를 내는데 용이하지만 단지 그 뿐이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물리적 피해상황에 중점을 둔 설문의 모양새다. 피해를 당했다면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느 정도 피해를 입었는지, 어떤 식으로 해결했는지 관심을 갖길 바란다면 지나친 요구일까?

이는 비단 상호간의 화해로 자체 해결된 사안들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통해 가해학생은 선도 조치를 받고, 피해학생은 보호조치를 받는다. 이 결과 피해학생이 얼마나 회복했는지 앞으로 폭력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는지에 관심을 갖는 설문은 어떨까? 피해학생들에게 현재 존재하는 보호조치의 처분이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 방향이 지금 우리에겐 더욱 필요해 보인다.

학교폭력은 피해자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는 수도 없이 들어왔다. 그러나 정작 피해를 입어서 학교의 도움을 받은 학생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인 도움이 되었는지 알아보는 기록이나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미 많은 학교에서는 회복적 생활교육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접근을 활용하고 있다. 학교폭력예방법도 개정돼 학교자체해결권이 늘어나고 경미한 수준의 선도는 학생부에 기록하지 않도록 된다. 또한 올해 교육부에서 발표한 학교폭력 통계에 따르면 물리적 폭력은 줄어들고 정서적 폭력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기존의 학교폭력에 관한 생각을 전환할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생겨난 갈등을 해결하고, 받은 상처들을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을 위한 새로운 대책들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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