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 리포터] 한-일 갈등 이슈 "가르치고 싶어도..."
[에듀인 리포터] 한-일 갈등 이슈 "가르치고 싶어도..."
  •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 승인 2019.08.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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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정치적 중립성에 막힌 '시민교육 딜레마'..."죽은 지식만 가르치라고?"

[에듀인뉴스] 강제징용 배상 건으로 시작된 한일 갈등이 연일 뉴스로 보도되고 있다. 시민들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지속해서 벌이고 있고, 여야는 일본에 대한 대응으로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 마침 2학기에 가르칠 내용 중에 ‘윤리적 소비’와 ‘사회 갈등과 통합’ 단원이 있어 이 내용을 활용해 가르치려고 수업 자료를 만들다가 멈추었다. 왜일까? 이 내용을 가르쳐도 된다는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시민교육에 자신감 없는 교사들..."정치적 중립 의무 부담돼"

최근 학교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시민교육이란 무엇인가? ‘2016 국제 시민성 및 민주시민의식 비교조사(ICCS)’에서는 민주시민의식을 측정했다. 이 조사에서 측정한 민주시민의식은 시민사회와 시민권에 관한 핵심 내용을 알고, 이를 적용하고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런데 시민교육을 담당해야 하는 교사들의 자신감이 거의 모든 항목에서 참여국 평균보다 낮게 나왔다. ‘국제 이민과 이주’, ‘국제공동체와 국제기구’, ‘인권’, ‘환경과 지속가능성’, ‘헌법과 정치제도’, ‘투표와 선거’, ‘남녀의 기회평등’, ‘시민권과 책임’ 등의 항목이 이에 해당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교사 입장에서 보면 가장 큰 이유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꼽고 싶다. 우리 사회는 교사의 정치적 발언이나 정당 활동을 허용하지 않는다. 특히 대법원과 헌법 재판소 모두 근무시간뿐만 아니라 근무시간 밖에서도 교사의 정치적 활동들에 대해 잠재적 교육과정으로 여기며 이를 금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가 ‘헌법과 정치제도’, ‘투표와 선거’ 등의 직접적 정치문제는 물론이고, 간접적으로 정치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시민교육을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교사가 준비하는 수업내용과 교사의 신념을 얼마나 분리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이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는 경우 민원의 소지가 되기도 한다.

얼마 전 광주에서 중학교 도덕교사가 수업시간에 성교육을 위한 페미니즘 영화를 보여줬다는 이유로 성 비위 교사로 몰려 직위해제를 당했다. 교사가 임의로 성교육을 준비한 것이 아니다. 도덕교과에 존재하는 ‘성과 사랑’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성 역할에 대한 이해를 교사 나름의 방식으로 준비했다. 그 결과물은 민원이고, 교육청의 직위해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교육이 가지고 있는 직·간접적 정치적 내용이 교사에게 얼마나 큰 부담을 가져다줄지는 뻔하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민주시민교육 국제포럼을 개최할 정도로 민주시민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이미지=서울교육나침반)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민주시민교육 국제포럼을 개최할 정도로 민주시민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이미지=서울교육나침반)

한일갈등 이슈 "가르치고 싶어도 용기가 안 난다"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한일갈등은 지난 방학 내내 중요한 이슈였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수업에서 다루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가 쉽지 않다. 교사가 이 문제를 제시할 때 한쪽 입장을 자세하게 설명한다면, 이는 정치적 쟁점에서 한쪽 편을 들어버리는 정치적 중립 위반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똑같은 분량으로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정치적 중립이라고 볼 수도 없다.

만일 이 과정에서 민원이 들어온다면 교사는 교육청이나 학교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을까? 나는 이 문제에 자신할 수 없어 결국 수업내용으로 다루는 것을 보류했다.

그러나 이런 쟁점을 학교에서 다루지 못한다면, 학생들은 오로지 인터넷을 통해서만 정보를 습득할 것이다. 그리고 학교보다 인터넷을 학습의 장으로 여기는 상황은 심화할 것이다.

"민주시민교육의 핵심 찾는 교실 지원하길"

민주시민교육의 핵심은, 살아있는 논쟁적인 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교실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 분위기는 물론, 이를 권장해야 하는 교육청과 학교에서조차 지나치게 조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 개인이 민주시민교육에 자신감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살아있는 주제와 논쟁거리를 다루지 못한다면 결국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이미 결론이 날 대로 나서 재미를 주기 어려운 죽은 지식뿐이다.

광주의 도덕교사 사건은 교사들에게 수업에서 더더욱 큰 자기검열을 하라는 교육청의 압박이다. 교육내용은 사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교사 스스로 여러 번 검토하고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 라인을 지키지 못한 결과물이 징계 조치라면, 교사들은 위험을 무릅쓰기보단 안전하고 뻔한 얘기들로 수업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

부디 광주시교육청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청에서 이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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