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뉴스 리포터

'근대학교를 재판한다' 유튜브 동영상 일부 캡처.
'근대학교를 재판합니다' 유튜브 동영상 일부 캡처.

[에듀인뉴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천재다. 그런데 물고기를 나무 타올라가는 능력으로 평가하자면 그 물고기는 평생을 스스로가 바보라고 생각하면서 살 것이다.’”

근대학교를 재판한다는 유튜브 영상의 도입부다.

영상에서는 150년 전의 전화기와 현대의 전화기, 150년 전의 마차와 현대의 자동차의 변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150년 전의 교실과 현대의 교실을 보여준다.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백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바뀐 것이 없다고 말한다.

2016년에 만들어진 이 영상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조회 수가 무려 1800만을 넘겼다. 한국어로 번역된 영상도 여럿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학교가 변화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지금 우리 시대의 화두다. 물론 변화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입시제도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고, 교육방법에 변화를 주고 있으며 최근에는 학교공간까지 개편을 하고 있다.

분명 학교는 변화하고 있다. 나 역시 학교와 교육의 변화 필요성을 인정한다. 변화의 과정에서 고민해봤으면 하는 화두를 세 가지만 던지고자 한다.

첫째, 교육은 정말 변화가 없었는가?

영상에서 보여주듯이 150년 전의 마차에서 현대의 자동차로 변화하는 동안, 전화기가 스마트폰으로 변화하는 동안 학교 교실의 모습은 그대로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 대조가 보여주었던 충격은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잘못된 지적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외관이 아니라, 내적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실의 모습이 어떠하든, 수업의 방법이 어떻든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인지적, 정의적 변화이다.

그렇다면 이 변화가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역설적이게도 영상에서 제시한 바로 그 부분이다. 마차에서 현대의 자동차를 만들어낸 것은 인간들이다. 마찬가지로 150년 동안 전화기를 스마트폰으로 진화시킨 것도 인간들이다. 그리고 이 기간 인간들은 근대교육을 받으며 모두가 성장해왔다.

지난 150년간 인간이 변화시킨 것은 앞선 1500년의 변화보다 더 빠르다. 이것이야말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왔다는 증거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와 함께 미래교육이 얘기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교육의 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던 시대에 교육을 받았던 사람들도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며 돈을 벌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대에 교육을 받았지만 다들 스마트폰을 이용해가며 살고 있다.

미래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면 미래에 바뀌어야 한다. 공교육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빈부격차로 생겨날 수 있는 기초지식의 편차를 줄이고, 사회화기능을 담당하여야 한다. 이른바 교육의 사회적 역할이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막연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단단한 인간으로 만들고 그 인간이 내일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내일의 모습은 오늘 성장시킨 내일의 인간에게 맡겨야 한다.

둘째, 미래는 정말 준비가 가능한가?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이끌어낸 스티브 잡스도 한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10년 뒤 스티브 잡스의 미래 모습을 묻자, 세상은 너무 빨리 변화하기 때문에 자신은 장기계획을 세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늘 준비시키는 미래교육 역시 10년 뒤에는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교육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것이고, 그를 통해 미래를 대비시키는 교육이다. 당장 내일 주식시장도 예측이 어려운데 미래사회의 모습을 규격화하고 그 사회에 필요한 자질은 이러이러한 것이라고 단언한 채 교육의 변화를 이끌려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초중등교육의 변화가 아닌, 평생교육의 필요성 대두다. 교육이란 단어가 너무 거창하면 앎이나 배움에 대한 지속이라고 하자.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해서 돈을 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학교교육의 유무가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에 관해 알고자 했던 것의 차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스마트폰을 학교에서 배웠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스마트폰을 배우려고 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것이다.

셋째, 미래형 공부라는 것은 정말 다른 차원의 것인가?

인지과학자 박경숙씨는 ‘진짜 공부’라는 책에서 공부를 세 가지로 나누었다. 살아남기 위한 피상적인 공부를 하는 1차원 학습자,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적 공부를 하는 2차원 학습자, 즐기면서 심층적 학습을 하는 3차원 학습자다. 공부의 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와 비슷한 얘기를 한다.

그러나 차원의 개념을 떠올려보자. 1차원은 하나의 선이다. 2차원은 거기에 또 하나의 선을 긋는 것이고, 3차원은 다시 또 하나의 선을 긋는 것이다. 즉 1, 2차원 공부와 3차원 공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1, 2차원이 생기고 나서야 3차원이 존재하는 것이다.

기존 교육을 등한시하면서 3차원 교육을 형성할 수는 없는 것이다.

미래사회가 지금보다 더 변화한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르는 것을 계속해서 배우려고 하는 자세 그 자체일 수 있다. 근대교육은 바로 이런 점에서 기능을 해왔다. 모르는 것을 계속해서 가르쳐온 것이다.

배움의 즐거움을 전달할 수 있었고, 즐거운 것을 배우게 하는 것도 좋지만 배움은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고 때론 지금은 즐겁지 않지만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왔다.

오히려 현대에 부딪히는 가장 큰 과제는 학생들이 도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해서 새로 알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노력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

지금은 방송활동을 하는 서장훈 씨는 자신이 농구선수로 뛰던 시절을 회상하며 “저는 단 한 번도 농구를 즐겨본 적이 없어요. 최고의 결과를 위해서 전쟁이라 생각하며 필사의 노력을 다했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즐기면서 심층적 학습을 하는 것이 반드시 3차원, 즉 고차원의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일 수 있다.

약 2400년 전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얘기한 습관의 중요성은 오늘 날 뇌과학의 발달로 더욱 구체적인 방법과 변화 측정이 가능하다. 지속적인 관리가 불가능했던 것들이 스마트폰의 발달로 앱을 통해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교육이 변화해야한다는 필요성에는 동감한다. 그러나 어떤 점에서 변화해야하는지, 어떻게 변화해야하는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잘못되었다거나 미래에 필요 없다는 관점은 위험하다.

한 가지 더,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변화가 빨라지는 미래에 학교교육이 더 이상 평생을 대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초중고 12년 동안 무엇을 가르치고 배워야하는지는 이 사실에 대한 인정으로부터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뉴스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뉴스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