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 리포터] 학생들은 왜 집에서 수행평가를 하는가
[에듀인 리포터] 학생들은 왜 집에서 수행평가를 하는가
  •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 승인 2019.10.11 16: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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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도 학업하는 학생들, 왜?
수행평가의 괴로움을 표현한 학생(출처=교육부 블로그)
수행평가의 괴로움을 표현한 학생(출처=교육부 블로그)

[에듀인뉴스] 학부모 상담을 하다보면 이런 하소연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애가 공부는 안하고, 맨날 수행평가라는 그것만 붙들고 있어요.”

그럴 때마다 최근 평가관의 변화와 수행평가의 비중, 그리고 그것 역시 학습이라는 점을 들어 학부모를 이해시키고자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의문이 들었다.

정말 숙제나 수행평가가 그렇게 많은 걸까?

맬컴 해리스가 쓴 <밀레니얼 선언>이라는 책에는 칼 타로 그린펠드가 2013년에 쓴 칼럼에 사례가 소개된다. 칼 타로 그린펠드는 뉴욕의 선발형 공립학교 8학년에 재학 중인 딸이 매일 밤잠도 이루지 못하고 숙제를 하는 이유가 궁금했고 그것을 직접 경험해본 결과 다음과 같이 썼다.

“학생에게 학교에 가는 건 직장에 가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일이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하다가 집에 와서 또 너댓 시간씩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미국만의 얘기일까? 그렇지 않다. 최근 MBC는 <새벽 4시까지 수행평가 ‘허덕’…“학생들 혼수상태”>라는 기사를 통해 수행평가의 늪에 빠진 학생들의 현실을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학생들은 PPT를 만들거나,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UCC를 제작하는데 시간을 쏟아야 했다. 하루에 단어 시험을 보고, 영어발표대본을 외우고 미술 그림을 제출하는 등 4개의 수행평가가 동시에 이루어지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의외의 일이다. 요즘 학생들은 좋은 참고서와 간단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예전에는 힘들게 얻을 수 있는 지식을 지금은 어디서나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지식의 보편화된 보급은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었어야 맞다. 그러나 오히려 학생들이 지고 있는 부담은 예전보다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왜일까? 지식의 접근성이 가까워지며 지식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면서, 학생들은 지식 아닌 다른 것을 요구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수행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평가로 등급을 매겨야 하는 고교 현장에서 모두가 우수한 수행평가 결과물은 곤란한 상황을 낳기도 한다.

수행평가의 결과물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평가기준은 높아진다. 높아진 평가기준을 맞추기 위해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여가 시간을 써서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따라서 학생들은 수행평가에 더욱 오랜 시간을 쏟게 된다.

UCC 동영상 편집을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사진=https://blog.naver.com/qoskgus)
UCC 동영상 편집을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사진=https://blog.naver.com/qoskgus)

그러다보니 평가방식에 다양한 도구를 집어넣기도 한다. 예컨대 UCC같은 어렵고 손이 많이 가는 도구를 이용하게 하는 것이다. A를 표현하라고 할 때,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은 다양하다. 글쓰기, 말하기, 판넬전시, 시연 등 다양한 전통적 표현 방식이 있다.

그러나 UCC는 다르다. UCC를 만들기 위한 도구사용을 배워야 하고, 이것을 위해 촬영방식과 적절한 구도, UCC에 적합한 표현 방식 등을 새롭게 익혀야 한다. 찍는 시간과 별도로 찍은 것을 다시 편집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은 수업 중에 준비하기 어려운 과정이다.

게다가 UCC에 관한 교육 역시 수업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생들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UCC를 각자 학습한다. 이미 UCC에 흥미를 가진 학생은 미리 도구를 다룰 수 있지만, 모든 학생이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모둠활동에선 UCC를 이미 제작할 줄 아는 학생이 큰 인기를 끈다. 마치 대학과제에서 PPT 만드는 학생은 PPT를 만드는 것만으로 몫을 다 하는 것처럼.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의 양은 어떤가

한국경제는 <‘AI 수학’ 글로벌 열풍 부는데…한국은 고교 과정서 아예 삭제>라는 보도 기사를 냈다. 20여년전부터 어려운 것을 빼자는 주장이 대세가 되었고, 그 결과 한국의 고교수학은 깊이가 얕아졌다는 내용이다.

같은 기간 동안 국영수사과 필수 체제였던 것이 선택과목 체제로 바꾸면서 학습부담을 경감시키려는 노력이 병행되었다.

내용이 분산되거나 빠지고, 지식을 접하는 것이 쉬워졌다면 학습부담이 실제로 경감되어야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교육부에서는 수행평가가 정규수업 시간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평가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에 대해서는 고려가 미흡하다.

이미 교육청 방침상 수행평가 의무 비중이 존재하고, 학기당 2차례 지필평가도 봐야 하는 마당에 교사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찾기가 쉽지 않다. 물론 지필평가의 경우 교과협의를 통해 학기당 1차례로 낮출 수 있지만 분위기상 그러기는 쉽지 않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그렇다면 다른 대안은 없을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학년 초 교과 간 협의를 통해 과목별 평가 시기를 구분하고 분량을 제한해 일정 부담 이상을 학생들에게 주지 않는 것이다.

학년 단위에서 사전 협의를 통해 과목별 수행평가 기간을 공유하여 학생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줄인다. 다만 이러한 방법의 단점은 평가가 짧게 이루어지고, 여전히 수행평가는 수업과 별도의 것으로 남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교과별 공유 가능한 진도내용이나 학습방법에 대해서 협력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 가지 활동에 여러 교과 교사가 각자 영역을 평가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예컨대 ‘언어와 매체’시간에 매체에 대해 배운다면, 매체의 표현에 관한 원리는 언어와 매체시간에 가르치고 ‘윤리와 사상’ 시간에 소크라테스를 가르친 뒤, 소크라테스를 표현하기 적합한 매체를 활용해서 소크라테스의 삶이나 사상을 분석하는 영상을 만들게 한 뒤, 각 과목이 해당분야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 경우 학생들이 긴 호흡을 가지고 결과물에 대해 고민할 순 있지만 여전히 결과물에 대한 평가라 수업과 평가의 괴리가 있을 수 있다.

결국 과정중심 평가가 되어야 한다. 결과물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을 낳기 위한 과정들을 평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행과제는 수업 중에 이루어져야 하고, 각 수업의 과제는 성취기준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과제를 달성하는데 부차적인 것들은 평가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또 기존 등급 위주 평가를 개편해야 한다. 절대평가가 공부 잘하는 학생의 경쟁력을 낮추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지만, 시험의 평균점수와 표준편차를 활용해서 평균대비 학생의 성적을 짐작할 수 있다. 줄을 세워서 0.1점으로 억지로라도 등급이 나뉘게 되는 현재 상황으로는 평가자인 교사에게도 가혹하고, 학생들의 부담을 결코 줄일 수 없다.

교육의 결과는 손쉽게 눈앞에 나타나지 않지만, 학생들은 자기 학습의 결과를 평가라는 기준에 마주한다. 따라서 더 좋은 평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현상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노력의 상향에 따라 점점 더 높은 난이도를 내야한다면, 학생들의 노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

노력의 가치를 인정하는 방향의 교육이 이루어져야하지 않을까? 오늘날 ‘노오력’으로 비하되는 노력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 학교가 아닌지 생각해볼 때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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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맛 2019-10-19 23:03:45
정말 이런 생각을 하신다는게 대단하신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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