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인적사항 기재 여성 5명 적발… 선관위, 경찰에 관련자 수사 의뢰

 경남 지역 진보단체의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에 맞서 보수단체 등이 추진 중인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주민소환에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박 교육감 주민소환 청구인 서명부를 허위로 작성한 사람들이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두 기관장의 주민소환 투표가 이뤄지려면 도내 유권자의 10%인 26만7400여 명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이번 일로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주민소환추진본부’가 12일까지 추진하는 서명 작업이 순조롭게 끝날지 미지수다.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지난해 11월 말 36만7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명부를 경남도선관위에 제출한 상태다.

경남도선관위는 4일 “지난해 12월 22일 창원시 북면의 한 공장 부속 사무실에서 박 교육감 주민소환 청구인 서명부에 허위 인적사항 등을 기재하고 있던 여성 5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남도선관위는 지난해 12월 28일 이들을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남지방경찰청에 고발하고 관련자 수사를 의뢰했다. 당시 경남도선관위는 2500여 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와 서명이 기재된 명부 600여 권을 포함해 모두 2200여 권의 명부를 압수했다. 이 명부는 경남도선관위가 일련번호를 매겨 박 교육감 주민소환을 추진하는 단체에 발행한 것이다.

또 2만4000여 명의 인적사항이 담긴 A4 용지 박스와 필기구 등도 증거물로 확보했다. 경남도선관위는 “불법 서명은 주민 의사를 왜곡하는 중대한 위법행위이므로 엄중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창원서부경찰서는 4일 경남도선관위 직원들을 상대로 고발인 보충조사를 벌이는 등 본격 수사에 나섰다. 조현배 경남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수사팀에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지시했다. 경찰은 고발인 조사에 이어 5일부터 피고발인을 불러 서명부 허위 작성을 부탁한 사람을 우선 파악하기로 했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단순 작업자’로 보고 있다. 공장 사무실 소유자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개인정보를 무더기로 입수한 경위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경남도선관위가 고발장에서 ‘이번 허위서명이 조직적으로 실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한 점을 중시하고 배후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을 계획이다.

김대규 창원서부경찰서 수사과장은 “현장을 적발한 선관위가 일주일이나 지난 뒤 고발을 하고 이 사실을 연휴 직전 중앙선관위에서 발표하는 바람에 수사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홍 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경남도선관위 앞에서 늑장 고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항의 방문했다.

이에 앞서 경남도교육청은 3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주민소환으로부터 홍 지사를 지키겠다는 발상으로 박 교육감 소환운동을 무리하게 벌이다 발생한 필연적 귀결”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모 기초단체장 부인의 서명운동 개입 등 관권 개입 의혹에 휩싸인 경남도교육감 서명운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남의 진보성향 시민단체는 홍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과 진주의료원 폐업 등을 이유로 지난해부터 주민소환을 추진했고, 보수단체는 박 교육감의 인사 파행과 학력 미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주민소환에 나섰다. 도지사와 교육감 주민소환이 동시에 추진되는 것은 경남이 전국에서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