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조희연 교육감의 고(故) 박원순 시장 애도 발언 유감 
[취재노트] 조희연 교육감의 고(故) 박원순 시장 애도 발언 유감 
  • 한치원 기자
  • 승인 2020.07.10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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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대해 가혹하고 엄격한 그대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학교시설 현대화 제안'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서울시)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학교시설 현대화 제안'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서울시)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충격적이고 슬픈 일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충격과 안타까움을 뒤로하면 고인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숙제가 남는다. 

그러나 숙제를 풀기 위해 존재하는 실체는 제한적이다. 

성추행 고소인이 존재하는 것, 고인이 세상을 떠난 것.  이것이 현재까지 존재하는 실체다.

이런 상황 속에 두 가지 분위기가 공존한다.

고인을 애도하고 명복을 비는 분위기, 고인의 선택에 대한 원인 규명과 피해자 보호에 대한 주장이 그것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고인을 추모했다.

조 교육감은 10일 고인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SNS에 애도의 글을 올렸다.  

조 교육감은 SNS에 "그대가 고매하게 지켜온 삶의 무게에 짓눌려 고통스럽고 두려웠을 마음의 한 자락도 나누지 못하고 이렇게 비통하게 떠나보내 버렸다"고 애도했다.

그러면서 "세상에 둘도 없이 소중한 친구를 잃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나는 삶을 포기할 정도로 자신에 대해 가혹하고 엄격한 그대가 원망스럽기만 하다"고 적었다. 

그러나 조 교육감의 SNS에는 불편함을 드러낸 댓글들이 달렸다.

특히 “자신에 대해 가혹하고 엄격한 그대가 원망스럽기만 하다"는 부분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공인이, 그것도 교육감이, 공개적인 SNS에 올린 애도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에 대해 가혹하고 엄격한 그대가 원망스럽다니"...

이 말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2차 피해가 될 수 있음을 모르는 것이냐는 지적이다. 

고인이 된 박원순 서울시장 죽음에는 이런 상황에 이른 인과(因果)가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죽음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다. 오히려 미화하는 경향까지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 역시 마찬가지다. 

충격과 안타까움 속에 현재 그가 걸어온 삶과 업적이 조명된다. 때론 부각도 되고 있다. 장례는 서울시 주관으로 치러진다.

어느새 인(因)은 사라져 버렸다. 

아니 표면적으로 ‘인’을 제공한 이에 대한 2차 가해가 시작됐으니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방향이 바뀌어 버린 것은 사실이다.

성희롱과 성폭력은 지탄을 받지만, 여전히 만연하다.

특히 고위 공직자 등 성비위 사건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2차 피해 등 피해자 보호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지난달 교육공무원 징계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개정안에서 주목되는 점은 현행 징계 참작사유에서 ‘평소 행실, 근무 성적’을 삭제하고, ‘직급, 비위행위가 교직 내외에 미치는 영향’이 추가됐다. 

징계는 비위 정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평소 행실, 근무성적, 공적 등이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고인이 된 박원순 시장에 대한 추모 목소리가 커질수록 성추행 피해를 주장한 피해자의 2차 피해 우려 역시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 주관으로 치러지는 장례에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에는 수십 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고인의 명복을 빌며 조용히 떠내 보낼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런 점에서, 서울교육의 수장 조희연 교육감의 “자신에 대해 가혹하고 엄격한 그대가 원망스럽기만 하다"는 발언은 아프다. 

고인의 죽음은 이대로 덮고 끝낼 일일까.

우리 사회 구성원은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 권리가 있다.

교육적으로는 더욱 그렇다.

그래야 고인처럼 지도층 인사를 황망히 보내는 일도, 성비위와 관련한 충격적인 일도 최소한 줄여나갈 수 있다.

한치원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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