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더불어 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학교 ‘민주시민교육’ 법안을 발의하고, 장경태 의원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해 ‘민주시민교육’ 교과목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동 법률안에 따르면 현재 초중등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교과목에 ‘민주시민교육’이라는 교과목을 추가하는 것이 개정 입법 골자다.

필자는 ‘민주시민교육’ 교과목의 신설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 한다.

첫째, 민주시민교육은 교육의 원리로서 특정 교과목에서만 다루어질 사안이 아니다.

교사는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전달자가 아니라 자신의 철학과 정신이 깃든 그릇에 담아 가르친다. 그 그릇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가르침이 다르며 그릇의 질에 따라 그 속에 담긴 지식의 내용과 질량, 질료도 달라진다. 따라서 그릇은 교사의 철학과 교육관에 의해 다듬어 지고 정련(精鍊)된다.

무릇 교사들은 교직의 본질 속에 윤리성, 민주성, 전문성, 공공성의 속성이 응축되어 있다. 환언하면 ‘민주시민교육’이라는 교과목에 의해 민주시민이 길러지지 않는 교육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헌법 정신인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릴 우려가 매우 크다.

교육부에서 시도교육감에 위임된 검인정 교과서에서 보듯 특정 이념의 편향성 문제로 교육 현장의 혼란은 매스컴에 보도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

특히 17개시도 교육감 중 14개 시도교육감은 진보성향으로 이념적 연대성이 강한 특정 단체와의 교감 하에 특정 이데올로기 주입은 불을 보듯 뻔하다. 왜냐하면 이들의 이념은 동류항이기 때문이다.

셋째, 교과목을 줄이는 교육부의 정책과도 어긋난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의 경우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집필된 통합과학 교과서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의 구분이 없다. 통합사회 교과서도 마찬 가지다. 융합형 과학, 사회 교과서에서 보듯 현장에서는 학생들에게 융합적 통합적 교육이 교육의 대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반면에 ‘민주시민교육’ 교과목 신설은 철 지난 스카프를 다시 꺼내 두르는 격이다.

넷째, 민주시민교육 교과목을 가르칠 교사 양성의 문제다.

특정 교과목 교사가 양성되기 위해서는 복잡한 양성체계가 얽혀있다. 기존 교과목이면 별 문제가 없으나 신설 교과목의 경우 교사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사범대학에서 관련 학과가 신설되어야 한다. 

이후 관련학과 신설 문제는 학생 수 감소로 기존 학과 통폐합도 진통이 상당한데 불요불급한 학과의 신설은 정부의 당면한 대학통폐합 정책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는 대학교육의 성장통보다는 퇴행적 질병통에 가깝다.

설령 관련학과가 신설되어 교사가 양성된다 하더라도 현장에 임용하기까지는 교원 정원하고 맞물려 수급에도 상당한 혼란이 된다.

교사 양성만 해 놓고 임용을 못 하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 교육과정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정책을 교육계의 의견 수렴과 공청회 한 번 없이 주머니 속 공깃돌처럼 생각하는 수준이 의심스럽다. 

화려한 버섯이 독버섯이듯 민주시민 교육이라는 그럴듯한 당의정은 더불어 민주당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는 교육의 공공재로서 학생교육의 본질이자 교육의 원리다.

코로나로 인한 교육 환경이 재난 수준인데 언택트(비대면) 교육환경 조성을 위한 고민과 천착(穿鑿)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생뚱맞게 민주시민교육 교과목 신설을 위한 입법이라니 국회의원들의 안이함에 놀라울 뿐이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국회의원이 합법적 절차를 악용해 교육계를 내파(內破)시키는 것 같아 교육의 앞날이 매우 걱정스러운 것은 필자만의 기우(杞憂)일까?

김기연 전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
김기연 전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