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암기위주 교육과 하위권 대학 늘어난 결과

학업능력… 고1땐 세계 1등, 35세부터 OECD 평균 이하

대입이후 역량 줄어

이주호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장 등 연구진 분석

“한국인의 역량-실증분석과 개혁과제”

<이주호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세미나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의 학업 성취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대학생이 된 만20세 이후 역량이 줄어들어 35세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가 되고, 55세 이후에는 최하위권으로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주호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연구진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 세미나에서 발표한 '한국인의 역량: 실증 분석과 개혁과제'에서 밝힌 내용이다. OECD 24개 회원국 15만 7천명(한국의 6667명을 포함)을 대상으로 하여 16세에서 65세 사이의 성인의 언어능력, 수리력,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을 조사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데이터와 2012년 치러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자료를 비교 분석했다.

PIAAC 데이터는 한국인의 역량이 16-24세에서는 OECD 평균보다 높지만 점차 격차가 좁아져서 35-44세 이후 연령대에서는 OECD 평균보다 낮아지고 특히 45-54세에서는 격차가 확대되어 OECD 평균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이 “한국인의 역량이 나이가 들수록 낮아지는 고연령화 효과가 존재하며, 이것이 고등교육을 포함한 교육의 질적 문제와 노동시장 진입 후 학습을 통하여 역량 축적이 되지 않는 두 가지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17세부터 29세까지 연령대에서 PISA과 PIAAC의 성적을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 청년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연령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역량이 낮아진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며 "한국 청년의 상대적 역량 저하가 17-19세에서 20-22세로 넘어가는 기간에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20-29세 사이의 학생과 대졸자들의 역량이 15세 때 조사하였던 PISA 성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수준 보다 매우 낮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중3때 실시한 PISA 성적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학생들이 20대에 실시한 PIAAC 성적은 기대보다 크게 낮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한국의 20대 청년의 역량에 대한 이와 같은 실망스러운 조사결과는 ‘낮은 질의 대학교육’ 및 ‘학생들에게 학습동기를 끌어내지 못하는 주입식 초중등교육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2006년 이후 세 차례 치러진 PISA 시험에서 수학과 읽기 영역에서 OECD 회원국 가운데 1~2위를 기록, 한국 교육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PIAAC 점수를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한국인은 20세 이후 역량이 줄어들기만 하는 것이다.

중3 PISA 성적이 세계 최고였던 한국학생들은 고등학생 시기인 17~19세의 PIAAC 에서는 수리력(수학)·언어 영역에서 각각 네덜란드와 일본 다음으로 낮아졌다. 대학 입학 이후인 20세부터 순위가 10위권 안팎까지 떨어지는 하향추세가 29세까지 계속됐다. 35~44세에는 OECD 평균보다 낮아졌고 55세를 넘으면 OECD 국가 중 20위로 최하위권으로 내려 앉았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연구진이 지적한 원인은 두 가지. 첫째는 초중고 시절 암기 위주 주입식 교육이 나이가 들수록 학습동기를 끌어내지 못해 학습 의지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둘째는 한국 대학교육의 질이 국제적인 수준 이하로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진은 한국 공공인력의 역량도 OECD 평균에 못 미치고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 국가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동일한 직업분포를 상정할 경우 민간과 비교해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45-54세 연령대에서 한국 공공인력은 수리력과 언어능력 모두 민간과 매우 큰 격차로 낮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공인력의 낮은 역량과 관련하여 연구진은 주목하여야 할 점으로 다음 세가지를 지적했다.

먼저 한국 공공인력의 역량이 조직 내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점이다. 우리 공공부문의 운영 방식이 수직적 위계질서의 상명하달 통제 방식이어서 개인에게 과업 재량이나 문제해결 활동과 영향력 활동을 통해 개인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공공인력의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점. 한국 공공인력의 학습 의지와 직장 내 학습 수준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 수준이며 민간과 비교해도 낮다. 특히 한국 공공인력은 45-54세 연령대에서 상대적으로 더 낮은 역량을 보이는 이유도 부분적으로눈 이와 같은 학습부족으로 설명된다고 분석했다.

마지막 원인으로 공공부문 인력의 역량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우리 공공부문 임금체계는 연령이 높아지면 임금이 급격히 높아지는 호봉제이나 공공인력의 역량은 나이가 들면서 OECD 평균 이하로 빨리 하락한다. 한국의 공공인력 임금체계는 매우 낮은 역량 수익률과 매우 높은 연령대별 역량-임금 격차로 인해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유인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