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13일까지 정릉 플라스크 갤러리에서 열려

플라스크 갤러리에서 열한 번째 개인전을 갖고 있는 이성민 작가의 ‘리미트 N-30’ 작품들. 2020. 11. 5. (사진=오영세 기자)
플라스크 갤러리에서 열한 번째 개인전을 갖고 있는 이성민 작가의 ‘리미트 N-30’ 작품들. 2020. 11. 5. (사진=오영세 기자)

[에듀인뉴스=오영세 기자] “이게 뭐지?”

갤러리에 들어서면 지름 8㎝ 높이 70㎝ 원형 통 쇳덩이가 살아 숨 쉰다.

아픔과 슬픔, 외로움, 극한의 고통을 견디고 잉태한 인간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머리 위에 이고 있는 무게만큼 자신을 지탱하고 있다.

‘철을 조각하는 예술가’로 주목받아 온 이성민 조각가가 국민대 정문 건너편 아늑한 정릉길에 위치한 아트갤러리 플라스크(정릉로 6길 47)에서 20여년 인계(人界)를 넘어 인계(忍界)에 도전한 열한 번째 작품 ‘Limit(N-30)’ 개인전을 갖고 있다.

이성민은 수 천도에 달하는 화기(火氣)를 벗 삼아 토치가 발화(發火)하는 초강력 기운을 조각도, 혹은 헤라처럼 사용해 철을 주무르고 어루만지며 재료와 자신의 인내를 극한까지 밀고 나가 흡사 전쟁과도 같은 한계상황을 넘어 생명력을 만난다.

수 천도가 넘는 용접술이 그에게는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메스와 같다. 가공할 불기운이 쇳덩이를 뚫고 가르고 지지며 끊어진 실핏줄을 연결하고 또 연결해 근육을 키웠다.

통쇠를 깎아서 형상을 드러내는 이성민의 조각은 미술사에서 또렷한 전례를 찾기가 어렵다.

철을 녹여서 형태를 뜨는 주조기법이나, 철을 녹여서 이어붙이는 용접기법을 사용한 예술가들은 무수히 많았지만 쇳덩이를 나무나 돌을 다루듯 각(刻)했던 예술가는 선뜻 떠오르는 이름이 없다.

이성민(오른쪽) 작가와 이고경(왼쪽) 플라스크 대표가 이 작가의 작품 외로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 11. 5. (사진=오영세 기자)
이성민(오른쪽) 작가와 이고경(왼쪽) 플라스크 대표가 이 작가의 작품 외로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 11. 5. (사진=오영세 기자)

이 작가는 ‘시지프스가 산 정상까지 그 큰 돌을 밀어 올리며 어떤 생각을 한단 말인가? 정상까지 올려도 끝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말이다. 다시 그 지나한 과정과 고통이 시작되는 것을 알면서 계속하는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죽지 못해서, 과혹한 벌을 감내해야 하는 운명이여서...’를 상기했다. 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철학자 까뮈가 시지프스를 예를 들며 행복을 찾는 방법을 얘기한 것처럼 “인간의 삶이 시지프스와 같다”며 “아픔을 품고 가는 삶 속에서 행복을 느끼려면 limit(한계. 극한)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do) 된다”고 말했다.

이성민의 작품에 자리 잡고있는 외로움, 슬픔, 아픔 그리고 ‘Limit(N-30)’는 플라스크 갤러리에서 오는 13일까지 만날 수 있다.

조각가 이성민은 서울대학교 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서울시립대학교에서 환경조각학을 전공했다. 2003년부터 단체전과 개인전을 넘나들며 ‘극한’과 ‘한계’와 사투하며 limit에 도전하고 있다. 현대공간회, 서울조각회회원으로 활동하며 서울예술고등학교, 서울시립대학교, 인천 카톨릭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