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교육칼럼] 사학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학법
[이성호 교육칼럼] 사학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학법
  • 장도영 기자
  • 승인 2021.08.31 0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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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중앙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이성호 중앙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에듀인뉴스=장도영 기자] 

최근들어 집권 여당이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법안 중의 하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약칭 사학법)이다. 안타깝게도 이 법안은 야권에서 ‘악법’이라고 공격하는 언론에 관한 법안에 가려져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 법이 제정될 경우 그 후유증은 언론법안 못지 않게 심각하리라고 예상되는 바이다. 이러다 보니 한국교총과 사립학교협의회는 이 법안을 사학(私學)의 자율성을 말살하는 악법으로 규정하고 철회를 촉구하고 있으나, 여당은 수적 우위를 믿고 안하무인 식으로 강행할 추세다.

이 개정안의 내용은 아래와 같이 축약될 수 있다. 우선, 현재 자문기구로 규정된 학교운영위원회를 심의기구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입장에서는 권한의 확대지만 사립학교 경영진에서 볼 때는 이사회의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다음으로, 사립학교의 신규교원 채용시 해당 학교의 재량권을 인정하는 현행법을 바꿔 교사 선발에 관한 업무(임용시험 출제 및 감독)를 전적으로 교육청에 위탁하며 교원징계에 있어서도 개별 사립학교 대신 교육청이 관할한다는 것이다. 말이 좋아 ‘위탁’이지 실제로 사립학교 교원의 선발권이 개별 사립학교에서 교육감으로 이양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립학교들은 사학의 유일한 권한인 인사권의 박탈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일부 사학의 비리를 빌미로 추진되는 사립학교법 개정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겠다는 단견적인 발상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교사채용 부정이나 재정 비리 등의 불법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일 뿐 아니라, 이에 대해서는 이미 행·재정적 제재 등이 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1990년대말 김대중 정부의 이해찬 문교부 장관이 ‘촌지’를 발본색원하겠다며 강력히 밀어붙인 개혁정책이 일선 교사들을 잠재적 범법자로 전락시켜 수많은 교사들의 공분을 샀던 일을 상기해 본다. 그래도 촌지에 관한 한 많은 국민들이 그 심각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립학교 교원채용 비리는 적어도 촌지처럼 만연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더 나아가, 만일 사기업의 직원채용에서 비리가 적발되면 향후 해당 기업의 채용을 고용노동부나 유관 정부기관에 위탁할 것인가? 그리고 정부나 공공기관이 사립학교 같은 민간 조직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상정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다음으로, 여당이 강행하는 사학법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그 궁극적인 의도가 사학의 공영화에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학의 자율성은 헌법, 교육기본법, 사립학교법 등에 명시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 특히 선진국들은 예외없이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중시하고 보호한다. 그 이유는 사립학교의 목적과 취지가 개성과 다양성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공립학교 체제는 근대에 들어 서양에서 제반 시대적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탄생하였다. 이 공립학교 체제가 교육의 확대와 보급에 크게 기여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공립학교가 완벽한 교육기관은 아니다. 특히, 공립학교의 교육은 다채로운 이념 하에 설립되고 운영되는 사립학교에 비해 유연성과 다양성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밖에 없다.

결국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양자 간의 관계는 상호 보완적인 것이며 이들의 공존을 토대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보다 낳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여당의 개정안대로라면 인사권이 박탈되고 이사회가 기능을 못하는 유명무실한 사학은 결국 공립화됨으로써 교육 획일주의 내지 전체주의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당이 사학법을 밀어붙이겠다면 이는 공립학교만 존재하는 나라를 지향한다고 천명하는 셈이다. 어쩌면 이들의 머릿속에는 ‘국가는 절대선’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착각이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것 같다. 여기서 국가와 절대선의 등식화는 자신들이 집권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착각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도영 기자  ehdud94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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