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공주대학교 교수
이명희 공주대학교 교수

 

[에듀인뉴스=국중길 기자] 

‘교육감 직선제’는 ‘위로부터의 교육개혁’을 극복하기 위해 모색되었다!

우리나라는 건국 이래 10∼20년 주기로 위로부터 교육개혁을 추진해왔다. 미군정기 시절의 한국교육위원회와 조선교육심의회에 의한 신교육 체제의 성립부터 위로부터의 교육개혁이었다. 이 개혁에 의해 6-3-3-4제의 민주적인 학제다 도입되었고, 초등학교 의무교육제도와 종합대학제도와 같은 대한민국 교육제도의 골격이 성립되었다.

그 후 1968년의 ‘장기종합교육계획심의회’에 의한 장기종합교육계획(長期綜合敎育計劃 1970-1986)은 당시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짝을 이룬 것으로 정부주도 교육개혁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설립되어 한국개발원(KDI)가 주도하던 경제개발계획을 교육측면에서 뒷받침하는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1981년 국보위 산하 문교·공위원회가 추진한 7.30교육개혁의 추진과 1995년 교육개혁위원회에 의한 5.31교육개혁도 위로부터 교육개혁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위로부터의 교육개혁이 대대적으로 추진되는 1990년대까지는 한국교육이 발전하고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적어도 교육이 사회의 진보를 발목 잡는 역할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민주화가 사회의 저변까지 확산되자 위로부터의 개혁 모델은 기능하지 않게 되었다. 즉, 2000년대에 와서는 그동안의 위로부터 교육개혁 모델이 한국사회에 더 이상 적용되기 어렵게 되었다. 정부가 어떤 교육정책이나 새로운 제도를 이끌어낸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논쟁과 찬반이 격렬하게 전개되고 현장에서 실천도 담보되지 않았다. 이제 새로운 교육개혁 모델이 요청되게 된 것이다.

교육감 선거가 왜곡되었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학교이다”라고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정치가인 제임스 브라이스(James Bryce)가 말했듯이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그리고 민주주의가 진전된 사회에서는 지방자치가 필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결국 1995년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을 직선제로 선출하게 되었고, 지방자치가 본격화되었다. 교육에 있어서도 더 이상 중앙집권화된 교육행정과 위로부터의 개혁으로는 대처할 수 없게 되었다. 교육감 직선제는 민주화가 진전된 상황에서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낙관적 희망 속에 등장하였다. 초·중등학교의 교육정책을 집행하는 교육감을 주민들이 직접선거로 선출함으로써 상시적으로 생기는 새로운 교육문제를 주민의 ‘의사’와 ‘지지’를 업고 해결할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낙관적 기대는 크게 빗나가고 말았다. ‘교육감 직선제’ 자체가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제도가 왜곡되면 그 본래의 기능이 수행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된다. ‘교육감 직선제의 왜곡’이란 주민의 의사와 지지가 교육감 선거에 정상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문제의 해결이나 교육개혁이 주민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반하거나 아니면 일부 주민의 의사만을 반영하여 행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감 직선제의 왜곡은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교육감 선거를 사실상 주도하는 것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법체계 속에서는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당이나 정치인이 교육감 선거에 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역자체단체 규모의 선거를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 민노총이었다. 그 결과 직선제 교육감을 사실상 민노총이 결정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교육감 선거 왜곡의 본질이다. 그리고 민노총과 그 지지로 당선된 교육감들은 그 지역과 주민의 의사를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교육정책을 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지지해준 일부 주민의 의사만을 반영하였던 것이다. 민노총의 지지로 당선된 교육감들은 자신이 맡고 있는 지역의 독자적 교육정책은 거의 없고 민노총이 지지하는 교육정책들을 전국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데서 확인된다. 그 결과 세계의 흐름과는 달리 교육개혁의 역주행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교육계의 혼란과 국민의 분열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문제의 핵심이다.

‘아래로부터 교육개혁’모델을 만들어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자!

필자는 오늘 한국 초·중등 교육문제의 핵심은 ‘교육감 직선제’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금후의 과제는 ‘교육감 직선제’의 폐지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교육개혁의 체제’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교육감 직선제의 폐지도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감 직선제의 폐지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되지는 못한다. 필자는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래로부터 상시적인 교육개혁 체제를 수립하는 것이야말로 핵심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아래로부터 상시적인 교육개혁 체제를 어떻게 수립할 수 있는가? 그것은 우선 정책의 전환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즉 교육에 ‘시장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는 ‘학교의 운영’에 ‘시장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학교가 교육의 기본 단위이기 때문에, 그 학교가 상시적으로 개선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매우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우 다원적으로 재편돼 가고 있다. 이렇게 급격하게 변화하고 다원화해 가는 사회가 요구하는 적절한 교육서비스를 중앙정부가 혹은 광역단위 자치단체가 적시에 제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21세기 사회에서 교육개혁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학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핵심 주장이다.

학교가 어떤 교육을 하는지를 수요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하여 교육 수요자가 자신의 요구를 만족시켜 줄 학교를 선택하도록 하자는 것이 필자가 생각하는 상시적인 교육체제의 핵심이다. 또한 학교도 그 수요자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인지를 판단하여 교육수요자와 학교 사이에 ‘상호협약’을 체결하여 학교를 운영하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확립하자는 것이다. 즉, 필자가 말하는 학교 운영에 시장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것은 바로 학교와 교육수요자 간의 상호협약에 의한 학교 운영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때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역할은 이러한 시장 시스템 도입에 따른 여러 가지 부수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 조정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곧 “교육을 시장에 맡기느냐 정부가 주도하느냐”가 아니라 학교현장은 시장 시스템에 근거하여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교육행정은 그 학교를 지원하는 대가로 공익에 따라 중앙정부 혹은 지방정부가 조정 역할을 하자는 것이다.

필자는 다가올 2022년 6월의 교육감선거에서 어느 한 지역에서라도 새로운 교육개혁을 추구하는 교육감이 당선되면 이러한 새로운 교육개혁 시스템을 시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그 성과를 바탕으로 다음 교육감 선거에서 ‘민노총에 의한 교육감 직선제’를 패퇴시킴으로써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할 때 한국 초·중등교육의 새로운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고 본다. 새로운 교육감 선거제도는 말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민노총이 주도하는 교육감 직선제를 무력하게 할 수 있을 때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대안의 개발과 성공이 중요한 까닭입니다!


◇이명희 교수는?

공주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국사문제연구소장/ 우리나라 역사교육문제와 교육정책의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 중에 있으며 ‘명교학숙’과 ‘안민학당’이라고 하는 고전독서모임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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