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을 위한 토론, 그리고 토론을 위한 학습 (7)

이돈희 (서울대 교육학과 명예교수)

토론을 위한 언어능력에 관하여

 

 

토론의 능력은 언어의 능력이다. 그러나 토론은 말을 얼마나 유창하게 하느냐, 얼마나 조리 있게 하느냐, 얼마나 설득력 있게 하느냐와 같은 언어 그 자체의 능력만 동원되는 것이 아니다. 비록 유창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적절한 어휘를 사용하고 있다면, 다소 서투른 듯한 말로 어눌하게 표현하더라도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리고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신빙성이 있고 들어 볼만한 내용을 담고 있으면 횡설수설(橫說竪說)한다고 하더라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리고 주장이나 표현이 듣는 사람의 심금에 와 닫지 못하고 감동을 주지 못하더라도 씹어 보면 뜻을 느끼게 하는 말이라면 무의미한 소리는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자는 할 수 있으면 언어의 규칙에 맞게, 논리적 질서를 따라서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관심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면 더 이상 좋을 수는 없다.

그러면 토론자의 언어능력은 그냥 유능한 웅변가나, 전도자, 장사꾼의 언어능력과는 다르다. 토론자의 언어능력은 중요한 것으로 자료를 읽고, 원고를 작성하고, 정리된 표현을 하고, 전략에 따른 발표를 하는 것 등의 능력을 포함한다. 그 능력들을 기초수준, 중급수준, 상급수준으로 나누어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아래 내용은 California Language Arts Content Standards(for grades 6-8)를 참고하여 Claremont Colleges Debate Outreach가 토론교육을 위하여 발췌한 내용을 우리나라의 중학생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번안하여 편집한 것이다. (자료: IDEBATE, Special Edition: Middle School Public Debate Program, vol. 4, issue 2, 2003, pp. 61 - 65)

 

(1) 자료 읽기

어휘 혹은 단어의 이해

토론자는 적어도 중요한 어휘나 단어를 그냥 사용할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하여 그 단어와 관련된 역사적 혹은 문어적 맥락이나, 그 단어의 어원 혹은 관련어에 관한 지식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휘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든가, 맥락에 따라서 다른 의미를 가지는 경우에 대한 폭넓은 이해는 토론자에게 도움이 된다.

<기초>

1) 원고나 자료를 유창하게, 똑똑하게, 그리고 속도, 억양, 발음을 정확하게 하여 읽는다.

2) 비유적 표현이거나 의미가 복합적인 표현을 분별하고 이를 해석한다.

3) 자주 사용하지 않은 단어나 새로운 의미를 지닌 단어를 해석한다.

4) 유사한 단어들 간의 미묘한 차이를 식별한다.

<중급>

1) 자료의 저자는 단어의 의미를 명료화하기 위해서 정의, 예시, 부연, 축약 등의 방법을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배운다.

2) 의미를 명료하게 하기 위하여 반대어나 유사어의 의미를 대조해 본다.

<상급>

1) 중요한 단어의 경우에 그 의미가 어떻게 논의의 맥락이나 문장의 문맥에 맞게 사용되는지를 검토한다.

2)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중요한 단어의 의미를 정의, 재진술, 예시, 비교, 대조 등의 방법으로 정확히 확인한다.

 

문헌, 자료의 검토

토론자는 문헌 혹은 자료의 체제, 조직, 목적이 무엇인가를 파악하여 거기에 담긴 핵심적인 내용, 논의, 관점 등을 확인하고 그것들을 관련지어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기초>

1) 대중매체, 예컨대, 신문, 잡지, 전자정보 등의 구조적 특징에 익숙하고 이를 정보의 획득에 활용한다.

2) 자료를 분석할 때 체계적인 비교와 대조의 틀을 사용한다.

3) 기본 아이디어들을 명료화하고자 할 때 그 근원이나 관련 요소들을 확인한다.

4) 자료의 이해를 위하여 그것의 개요, 요약, 메모, 혹은 간단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5) 자료의 저자가 내린 결론에 대하여 그 증거의 적절성을 검토한다.

6) 자료에 대하여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적절히 인용하여 자기주장을 정당화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

7) 자료에 담겨진 내용 중에 잘못된 논증이나 거짓된 회유, 선전 등을 찾아낸다.

<중급>

1) 교재, 신문, 지침서 등, 여러 가지 정보자료는 그 종류에 따른 성격적, 구조적 차이가 있으므로 그 차이를 이해하고 분석한다.

2) 획득한 정보는 그것이 전문적 소비자나 직종에서 사용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냥 대중적인 문서자료인가를 구분하여 정리한다.

3) 자료에 담긴 내용을 분석할 때 요소 간의 인과적 관련성을 분석한다.

4) 자료에 담긴 저자의 논리를 추적하고 관점을 확인한다.

5)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사용한 증거의 적합성, 정확성, 타당성을 평가한다.

<상급>

1) 같은 내용을 다루는 여러 자료들은 그 내용을 다루는 방식과 범위와 조직에 있어서 유사점도 있지만 차이점도 있으므로 이를 식별한다.

2) 전문적 소비자나 직장, 혹은 대중적 문서자료로부터 얻은 정보를 상황의 설명이나 문제의 해결에 활용한다.

3) 자료의 통일성, 정합성, 논리적 일관성, 구조적 체계성 등을 평가한다.

 

(2) 원고 작성

발표자료의 조직

토론자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분명히 전달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청중이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이에 맡게 토론에 임하여야 한다.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초점이 분명하여야 하고, 산만함이 없이 잘 조직된 내용으로 자신의 뜻이 전달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료를 연구하고 조직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기초>

1) 우선 전자자료(예컨대, 공지사항, 데이터베이스, 키워드 검색, 이메일 주소 등)의 특성을 잘 활용한다.

2) 단문, 중문, 복문 등의 문장형식을 적절히 배열하여 장황하지 않게, 딱딱하지 않게, 지루하지 않게, 그리고 적절한 강조와 변화를 지니도록 표현한다.

3) 자신의 생각이 완전하게 표현되도록 내용을 효율적으로 서로 관련시켜 조직한다.

<중급>

1) 중요한 내용들이 통일성을 기할 수 있도록 전체적 균형을 유지하고, 문장과 문장이 서로 유의미하게 연결되도록 한다.

2) 모든 진술과 주장을 표현할 때 일화, 문헌, 통계, 사례 등을 적절히 활용한다.

3) 초고를 작성할 때부터 어떤 구조를 염두에 두고 메모하고, 요약하고, 개요를 작성하는 기법을 사용한다.

4) 연구하는 자세로 주제를 확실히 파악하고, 스스로 질문을 제기하고 검토하면서 내용을 더욱 발전시킨다.

<상급>

1) 문장과 문장, 혹은 문단과 문단의 효율적 연결, 대칭적 구조 등의 기법을 사용하여 역동성과 정합성을 기하도록 한다.

2) 권위 있는 연구나 작품, 비교 가능한 자료가 있으면 그것들을 활용하여 비유법, 부연설명, 인용, 의견 참고 등의 방법으로 자신의 결론을 지원한다.

3) 강한 설득력을 지닌 원고를 작성하려면,

-- 의미가 명확한 명제(, 분명하고 이해 가능한 판단)를 내포하고,

-- 증거, 예시, 논증과 추리, 사실과 의견의 구별 등이 정확하고 상세하며,

-- 또한 독자의 관심에 부응하고 가능한 반론에 대비할 수 있도록 잘 정리되어야 한다.

 

(3) 종합표현

표현수단의 효율성

자신의 의사를 성공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문장론적 구조에 의해서 담겨진 메시지 그 자체만은 아니다. 못지않게 중요한 것으로 언어적 수단(어조, 발음, 음조, 말의 속도, 고저, 크기 등)과 비언어적(자세, 몸짓, 표정 등) 표현이 있다. 이 세 가지가 잘 어울려 작용할 때 의사전달의 효율성과 설득력을 지닌다.

<기초>

1)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초점, 구조, 관점을 정하되, 전달코자 하는 의도, 내용, 어조 등을 청중의 특성과 관심에 맞춘다.

2) 청중이 주요 내용과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중요한 부분에는 강세를 두어 말한다.

3)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할 때 적절한 시청각적 장치를 사용한다.

4) 청중의 관심과 주의를 지속적으로 끌기 위하여 말의 속도, 크기, 음조, 음색 등을 비언어적 요소와 잘 어울리게 한다.

<중급>

1)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조직할 때, 정해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과 청중의 특성과 관심에 부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

2) 보조자료, 근거자료, 설명자료, 예시자료 등을 청중에 맞게 효율적으로 조직한다.

3) 설득력을 높이기 위하여 음조, 억양, 발음, 속도, 시선 등을 포함한 말의 기법을 적절히 사용한다.

<상급>

1) 서론 제시, 본론 전개, 요약과 결론 등을 포함하는 조직의 체제를 정하여 발표내용을 준비한다.

2) 발언 내용을 생기 있게 하려면 되도록 수동형 표현보다는 능동형 표현을 쓰고, 간명한 언어, 활동적 동사, 섬세한 감각, 적절하고 다채로운 수식어를 구사한다.

3) 정식 발표에서는 정확한 문법, 어휘의 적절한 선택, 분명한 발음, 무리없는 속도 등을 유의한다.

4) 발표 도중에도 청중의 반응을 관찰하면서 스스로 조정한다.

 

(4) 발표 전략

방만한 주장이나 감상적인 표현이나 잡다한 사실의 나열이어서는 토론으로서의 의미를 지닐 수가 없다. 토론은 일차적으로 이론적 대결이고, 다음으로 그 이론적 내용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경쟁이다. 이론의 엄격성은 토론자 자신에 대한 의무이며 표현의 설득력은 청중에 대한 책임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이다.

<기초>

이론적 가치를 지닌 발표

1) 완전하게, 그리고 철저하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스스로 제기한다.

2) 평소에 권위 있는 다양한 소스(고전, 유명인사, 정기간행물, 온라인 정보 등)의 도움을 받아서, 사실에 관한 정확한 정보, 상세한 내용분석, 적절한 예시자료, 충분한 해설자료 등을 균형 있게 갖춘 논제를 개발한다.

설득력 있는 발표

1) 자신의 주장을 분명하게 개진한다.

2) 타당한 증거를 제시한다.

3) 정보를 논리적으로 질서 있게 조직한다.

4) 청중에게 열중하고 자신의 주장을 수용토록 노력한다.

문제의식이 있는 발표

1) 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규정된 문제에 대하여 적어도 한 가지 이 상의 해결안을 제시한다.

2) 문제의 규정과 해결안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근거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중급>

논문과 저서를 말로써 요약하기

1) 논문의 주요 내용과 유의미한 세목을 포함한다.

2) 인용한 것이 아니라면 학생 자신의 말을 하도록 한다.

3) 참고자료에 대한 피상적 언급보다는 종합적인 이해를 보여 준다.

연구한 결과물 발표

1) 논제에 대한 적절하고 간명한 질문을 제기한다.

2) 논제에 대한 정확하고 명확한 관점을 전달한다.

3) 연구가 격식을 제대로 갖춘 절차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증거물(정기간행물, 데이터베이스, 잡지, 사전 등의 정리)로써 제시한다.

4) 인용한 참고자료를 정확히 밝힌다.

설득력을 높이기 위하여

1) 논의나 제안을 할 때 자신의 주장이나 관점을 분명히 천명한다.

2) 논의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주고, 증거를 정교하게 다듬어서 제시한다.

<상급>

문헌에 대한 의견을 언어로써 표현하기

1) 읽은 바를 해석하고 그 내용에 대한 통찰력을 발휘한다.

2) 저자가 사용한 기법에 대하여, 그리고 특정한 참고 교재에 대하여 자신이 스스로 어떤 의견이나 태도를 취해 본다.

3) 언급한 문헌이 청중에 대하여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상상적으로 유추해 본다.

4) 사용하는 자료에서 제시된 참고문헌, 다른 작품, 다른 저자, 혹은 자신의 개인적인 지식을 동원하여 자기 판단의 타당성을 지원토록 한다.

O 연구한 결과물로서의 발표

1) 자신의 명제를 명확히 정의한다.

2) 중요한 내용, 개념, 인용 등을 기록하고, 논제와 관련된 적절한 관점을 요약해 둔다.

3) 다양한 참고자료를 사용하되 일차자료와 이차자료의 각각이 지닌 성격과 가치를 구별한다.

O 설득력을 높이기 위하여

1) 주장할 명제를 제시할 때 분명하고 이해 가능한 언어로써 진술한다.

2)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고, 자신의 논증을 증거, 예시, 부연 등으로 강화한다.

3) 상세한 설명자료, 근거자료, 예시자료, 기타 자료를 동원하여 청중과 상대팀에서 제기할 질문을 예상하여 대비한다.

4) 거부감이나 권태감을 주지 않는 적절한 어조를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