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짖는다고 훌륭한 개라고 할 수 없듯,
말 잘한다고 훌륭한 인재라 할 수 없다.”

狗不以善吠爲良 (구불이선패위량)
人不以善言爲賢 ( 인불이선언위현) -- 莊子.

< 한자와 명언 >

良 識  (양식)  / 落 第 (낙제)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良 識  (양식) 

*좋을 량(艮-7획, 5급)

*알 식(言-19획, 5급)

말을 청산유수같이 잘한다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➊○, ➋ ×. 먼저 ‘良識’이란 한자어의 속을 파본 다음에 답을 찾아보자.

良자는 갑골문에 등장되어 3천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것이나, 자형의 유래에 대한 정설은 없다. ‘어질다’(gentle) ‘착하다’(good-natured) ‘좋다/훌륭하다’(good)는 의미로 쓰인다.

識자는 ‘알다’(know)는 뜻을 위해서 고안된 것이니, ‘말씀 언’(言)이 의미요소로 쓰였고, 戠(진흙 시)는 발음요소였다고 한다. ‘깨닫다’(perceive) ‘분별하다’(discriminate) 등으로 쓰인다. ‘기록하다’(write down) ‘표시’(a mark)라는 뜻으로도 쓰이는데, 이 경우에는 [지]로 읽는다.

良識은 ‘뛰어나게 좋은[良] 식견(識見)이나 건전한 판단력’을 이른다. ‘아무 데나 침을 뱉는 것은 양식 있는 행동이 아니다’라는 예문에 쓰인 ‘양식’을 보고 위와 같이 의미를 분석할 수 있다면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장자’ 잡편에 나오는 명언을 우리말로 옮겨 보았다. 맨 앞 문제의 답은 이로써 금방 알 수 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훌륭할 수도 있다. 다만 경계 대상 1호임은 공자나 장자의 공통된 견해였다.

“잘 짖는다고 훌륭한 개라고 할 수 없듯,

말 잘한다고 훌륭한 인재라 할 수 없다.”

狗不以善吠爲良 (구불이선패위량)

人不以善言爲賢 (인불이선언위현) - 莊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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落 第 (낙제)

*떨어질 락(艸-13획, 5급)

*등급 제(竹-11획, 6급)

친구가 많아야 삶이 다채롭고 쓸쓸하지 않다. 하지만 친구도 친구 나름이다. 술친구가 많으면 어떨까? 자랑할 만할까? 먼저 ‘落第’의 속뜻을 알아본 다음에 답이 될만한 명언을 찾아보자.

落자는 ‘풀잎이나 나뭇잎이 시들어 떨어지는 것’(withering)을 나타내기 위하여 만들어진 글자이기에, ‘풀 초’(艸=艹)가 의미요소로 쓰였고, 洛(강이름 락)은 발음요소다. 후에 ‘떨어지다’(fall) ‘흩어지다’(scatter) ‘몰락하다’(be ruined) ‘찍다’(imprint) 등으로도 확대 사용됐다.

第자의 본자인 弟는 ‘차례’(order)란 뜻을 위하여 만든 것인데, ‘아우’(younger brother)란 뜻으로 더 많이 쓰이자, ‘차례’(order)는 第자를 따로 만들어 나타냈다. ‘큰 집’(a grand house) ‘순서’(order) ‘등급’(a rank) 등을 뜻하기도 한다.

落第는 ‘시험에서 일정한 등급[第]에 미치지 못하여 떨어짐[落]’이 속뜻인데, ‘진학 또는 진급을 못함’을 이르는 것으로 많이 쓰이며, ‘일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명나라 때 저명 소설가 풍몽룡(1574-1646)이 쓴 ‘고금소설’이란 책에 다음과 같은 명언이 나온다. 맨 앞 문제에 대한 답이 될 것 같다. 친구를 많이 모으는 일보다 훌륭한 친구가 되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그러자면 곤경에 빠지지 않도록 자기 관리를 잘하여 크게 성공해야 한다.

“술상 앞에 모였던 천 명의 형제들,

곤경에 처하니 하나도 안 보이네!”

酒肉弟兄千個有 (주육제형천개유)

落難之中無一個 (낙난지중무일개) - 馮夢龍.

 

● 전광진(성균관대 명예교수/속뜻사전 편저자).

[에듀인뉴스(EduinNews) = 인터넷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