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초리의 의미

[교육칼럼] "학교 다녀왔습니다"

회초리의 의미

-- 종아리에 회초리를 ... 서른 두대-- 

윤호상 (한양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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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호상 교수는 교사, 교감, 교장으로서 학교현장교육경험과, 교육청, 교육지원청, 교육연수원에서 교육전문직으로 근무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칼럼은 본인이 학생, 교직원, 학부모들과 함께 했던 수많은 경험의 에피소드 중 우리 모두 함께 생각해볼만한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그려나가는 공간입니다. 교육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고 우리교육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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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벌을 해서는 안 된다’. ‘촌지를 받아서는 안 된다’. 사범대학 재학 시절에 교수님, 선배님 그리고 부모님에게서 들은 교육적 가르침을 생각을 하면서 교단에 설 날을 준비하고 있었다드디어 서울 강동구 관내에 있는 A중학교의 교사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아이들을 내 자녀처럼 생각하며 학생들을 위해 관심과 애정 그리고 사랑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윗분들의 소중한 말씀을 마음속에 새기며 담임교사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새롭고 소중하게 느껴지던 그 당시에 교사로서, 중2 담임교사로서의 책무감과 열정은 대단했다고 자부한다. 

    3월 한 달이 지나고 4월 말이 될 즈음에 중간고사가 있었고 결과는 그다음 달에 나왔다. 첫 번째 치르는 중간고사를 위해 ‘담임선생님’으로서 나름 준비를 시켰다. 하지만 학급 평균은 전체 13개 반 중에서 꼴찌였다. 학생들의 중간고사 성적이 학생 개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귀책사유를 학생들에게 돌리면서 야단도 치고 심하면 손바닥이나 종아리 체벌도 하던 시절이었지만 초임교사로서, 학생을 사랑하는 교육자로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마음속으로 각오를 하였기에 이 꼴찌의 상황을 어떻게 변화의 계기로 만들어야 할지만 고민하게 되었다.

    성적통지표를 나눠주던 날 어떻게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야 할까를 고민하며 별관 3층 교실까지 느릿느릿 걸어갔다. 종례시간에 나는 우리 반 학생들에게 이야기했다. “너희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냐? 너희들도 나름 열심히 했을 텐데 이런 결과가 나왔구나”. 속으로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었을지도 모른다. “이번을 계기로 우리 모두 되돌아보면서 다음번에는 좀 더 노력을 해서 성적을 올려보자꾸나”라는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순간 참지 못하고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너희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냐. 너희 담임선생님의 잘못이 크다.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너희들이 열심히 중간고사를 준비하도록 하지 못한 책임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의 잘못이 더 크다고 본다. 선생님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너희들 중 누가 나와서 담임선생님의 종아리를 때려라. 세게 쳐라”. 잠시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아이들의 두 손은 얼굴을 가리고 손가락들은 시야를 가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너희들이 선생님에게 회초리를 들기가 부담스러운 것 같은데 그러면 선생님이 직접 내 다리를 내리치겠다”. 들고 들어온 싸리나무 가지 같은 얇은 회초리를 내 종아리에 대기 시작했다. 한 대, 두 대, 그리고 분위기를 살피면서 세 번째, 네 번째를 회초리로 세게, 이미 난 자국을 피해 가며 내리쳤다. 효과를 더하기 위해 소리와 속도를 조절해가는 것처럼, 상황을 극화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연출을 해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서른두 대(32대)에서 멈추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학생 당 1대 꼴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학생 수가 그 당시 한 반에 50명은 되었으니까. 아무튼 32대를 끝으로 나는 거의 주저앉게 되고 거기서 멈추며 회초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숨을 죽이고 양손을 얼굴에 대고 있던 학생들에게 “우리 다음번에는 성적을 올려보자. 좀 더 열심히 하면 학급 등수를 올릴 수 있다”라고 격려 반 다짐 반을 하였다. 종례가 끝나고 나는 32대의 회초리를 맞은 오른쪽 다리를 찔뚝거리며 별관 3층에서 본관 1층 교무실까지 천천히 불쌍하게(?) 걸어 내려왔다.

    그로부터 거의 40년이 되어가고 있는 요즈음 초임교사 시절 에피소드를 생각해 보곤 한다. 회초리(回初理)의 의미를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격려하고 자극을 주기 위해서 쓰이는 매로 사용하는 것이라는 것에 동의하고 있던 나는 과연 그 회초리를 제대로 사용했는가를 반성하게 된다.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빈약한 논리를 내면에 담고서 사랑의 매로 회초리를 사용한 것이 아닌지 돌아본다. 아이들에게 교훈을 준답시고 내가 공명심에 나 자신의 종아리를 걷어 올린 일은 잘한 일이 아니라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마음 한편에서 흐르는 눈물에 가슴이 아프다. 아이들의 종아리에 직접 회초리를 대지는 않았지만 그 순간 아이들이 느꼈을 충격과 자신들도 모르는 내면의 상처나 공포를 나는 이제서라도 반성하고 싶은 심정이다. 너무나 무지하고 무모했다.

    성적이 되었던 그 어떤 것이 되었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는데. 체벌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행위이기에 사랑의 매라는 미명하에 회초리라는 도구를 사용했던 나의 행위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사랑했던 제자들에게 미안하다는 진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애들아, 그때는 너희들을 진정 사랑했단다. 그런데 사랑하는 법을 잘 몰랐단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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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EduinNews) = 인터넷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