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잘못하면은 한 동안 골치이고, 배필을 잘못 만나면 한 평생 골치이다.”
討老婆不着, 是一世 (토노파불착 시일세); 做賣買不着, 只一時 (주매매불착 지일시)
-- 馮夢龍의 ‘古今小說’.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라야, 이승을 오고 감에 걸릴 것이 없다.”
赤條條 (적조조), 來去無牽掛 (내거무견괘)
-- ‘紅樓夢’

<한자와 명언 >

賣 店 (매점) / 赤 綠 (적록)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賣 店 (매점)

팔 매(貝-15획, 5급)

*가게 점(广-8획, 5급)

상인은 장사를 잘 해야 하고, 선남선녀는 배필을 잘 만나야 한다. 잘못되면 어떻게 될까? 먼저 ‘정문 옆에 있는 학교 매점에서 학용품을 샀다’의 ‘賣店’에 대해 분석해 본 다음에...

賣자가 본래는 ‘내보낼 출’(出)과 ‘살 매’(買)가 합쳐진 것이었는데, 쓰기 편하기만을 추구하다 보니 出이 士로 바뀌는 바람에 원형과 거리가 너무나 멀어졌고, 뜻을 알기도 힘들게 됐다. 물건을 내다가[出] 다른 사람이 사도록[買] 하는 것, 즉 ‘팔다’(sell)라는 뜻을 그렇게 나타낸 것이 자못 재미있다.

店자는 나이가 1500살 정도 밖에 안 되는 젊은 글자다. ‘집 엄’(广)이 의미요소이고, 占(차지할 점)은 발음요소다. ‘가게’(a store)란 뜻으로 쓰인 첫 용례는 당나라 때 유명시인 李白(이:백)의 시에 등장된다고 한다.

賣店은 ‘일상 용품을 파는[賣] 작은 가게[店]’를 이른다. 사랑과 행복을 파는 곳이 있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그런 매점은 없다. 사랑과 행복은 자급자족해야지 사고 파는 대상은 아니다.

맨 앞 문제에 관한 답을 찾아보자. 두 잘못의 결과를 기막히게 잘 대비시킨 명언이 있어 아래에 옮겨 본다. 명나라 때 소설가가 쓴 책에 나오는 말이다.

“장사를 잘못하면은 한 동안 골치이고, 

배필을 잘못만나면 한 평생 골치이다.”

做賣買不着, 只一時 (주매매불착 지일시); 

討老婆不着, 是一世 (토노파불착 시일세) -- 馮夢龍의 ‘古今小說’.

---------------------

赤 綠 (적록)

*붉을 적(赤-7획, 5급)

*초록빛 록(糸-14획, 6급)

옷이 날개란 말이 있다. 이 세상을 오갈 때는 어떤 복장을 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 ‘적록 색맹’의 ‘赤綠’에 대해 알아본 다음에 구체적인 답을 찾아보자.

赤자가 원래는 ‘성인 대’(大)의 밑에 ‘불 화’(火)가 합쳐진 것이었다. 아득한 옛날 중국에서는 비가 오도록 제사를 지낼 때 희생으로 바쳐진 사람을 나무에다 꽁꽁 묶어 두고 불을 질러 태운 이른바 焚人求雨(분인구우) 풍속이 있었다. ‘붉다’(red) ‘아무 것도 없음’(vacant) ‘발가벗다’(strip oneself bare)는 뜻을 그러한 풍속이 반영된 모습으로 나타냈다.

綠자는 실로 짠 비단의 색깔 가운데 ‘초록색’(green)을 뜻하는 것이었으니, ‘실 사’(糸)가 의미요소로 쓰였고. 彔(나무 깎을 록)은 발음요소일 따름이다.

赤綠은 ‘적색(赤色)과 녹색(綠色)’을 말하며, 그 두 가지 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적록 색맹’이라 한다. ‘신체 검사 결과 적록 색맹임이 밝혀졌다.’는 용례가 있다.

맨 앞 문제와 관련하여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공수래공수거(空手來, 空手去)’란 말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같다. 더욱 구체적인 답이 ‘홍루몽’에 나온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라야,

이승을 오고 감에 걸릴 것이 없다.”

赤條條, 적조조

來去無牽掛. 내거무견괘

- ‘紅樓夢’

● 전광진(성균관대 명예교수/속뜻사전 편저자).

[에듀인뉴스(EduinNews) = 인터넷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