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재미있는 곳이어야 한다. 학교에서 보는 것, 듣는 것, 느끼는 것 모두가 배움이 되기 때문이다.

< ‘101가지 학생 이야기’ >

‘공부 못하고 싶은 학생이 과연 있을까?’

정선영 교수 (서울사이버대학 대우교수)

학교에서 잠자는 교실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초·중·고 평균 62.7%로 학교급이 올 라갈수록 심각해진다. 학교에서 매일 한두 시간씩 잠을 자고 있다는 의미다. 잠을 자는 학생이 공부를 못할 것이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잠에서 깨어났다고 수업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다.

잠을 자는 이유는 OECD 평균 8시간 22분에 미치지 못하는 수면시간 때문이다. 학원과 독서실에서 새벽까지 공부하느라 시간이 부족하거나, 게임이나 동영상을 보느라 잠이 충분하지 못하다. 국내 청소년의 수면시간은 평균 7시간 18분으로 집계됐다. 고등학생은 6시간도 채 못 자는 경우도 많았다. 청소년에게 권장되는 시간보다 한두 시간이 부족한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업 방식이다. 일률적인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자신과 수준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다.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는 수준이 낮고, 못하는 학생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획일적 수업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수업 시간에 잠자는 학생을 줄이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이 전개되었다. 거꾸로 수업이 도입되어 2년간 실시했다. 프로젝트 수업이라고 해서 자료를 미리 제공하고 수업 시간엔 모르는 것을 중심으로 협동학습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모범적 수업으로 회자하기도 했다. 글쓰기 수업까지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아이들을 깨우는데 역부족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데 있어 학생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단순히 잠을 자는 학생을 깨우는 것이 목적인지, 수업을 잘 듣게 하려는 목적인지가 불분명하다는 것도 한몫한다. 교사들이 생각하는 해결 방법이 일방적으로 시행되다 실패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 게 아닌가 한다.

잠자는 학교는 단순히 부족한 수면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일종이 사회적 현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학교가 정한 규칙과 꽉 막힌 질서에 대응하는 행동 방식이며 수업이란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심리적 반응이기도 하다. 요즘의 아이들은 MZ세대와도 구분되는 새로운 세대이다. 이들은 음식도 맛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 모양도 좋아야 하고, 최신 경향에 맞으면서도 이색적인 경험을 원한다. 여러모로 이전 세대와는 다른 사람들이다. 이들은 콘텐츠가 재미없으면 미련 없이 스킵(skip)하고 수업에서도 재미를 찾는다. 재미가 없으면 바로 관심을 끈다.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생리적 반응으로 잠을 자는 것만이 아니다. 재미없는 수업 시간을 졸린 몸을 누이는 시간, 잠을 보충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뿐이다. 그런 행위가 교사를 무시하려는 것도 아니고 기분 나쁘게 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이 게으르고 무례한 행동이란 해석으로 불쾌하게 느낄 뿐이다.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피곤하다.’, ‘알아듣지 못한다.’, ‘재미없다.’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몸 상태의 문제, 능력의 문제 그리고 학교의 수업환경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앞선 두 가지는 본인 개개인의 상태에 해당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두 가지 이유에 비해 세 번째인 수업환경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교사는 수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 요인이다. 아이들은 무언가를 잘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공부가 싫고, 학교에 나오기 싫은 아이들조차 그렇다. 학생 개인의 생태가 아무리 열악해도 학교에서 학생과 관계 형성이 좋은 교사, 빵 터지는 재미가 있는 수업이라면 눈을 비벼서라도 집중하고 잠도 달아나게 할 수 있다. 수십 년 전 나의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하나둘 턱을 괴는 졸리는 시점에 선생님이 들려주는 연애 이야기는 우리의 잠을 쫓아 주었다. 좋아하는 선생님 수업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아이들을 공부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은 교사의 능력이다. 교사가 어떻게 수업하느냐는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문제다. 자신의 수업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들렸는지를 아는 것도 효과적이다. 자는 것을 막을 수는 없어도 교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는 학생들이 다르게 반응하는 것은 분명한 까닭이다.

유익함과 즐거움을 못 느끼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잠자는 곳일 수밖에 없다. 공부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아이들은 이미 지쳐 있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즐거웠던 경험은 학습을 지속하게 만드는 보호 요인이다. 의지를 갖고 뭔가를 해 보지 못한 아이들에게도 학교는 변화를 가져오게 할 수 있다. 학교에 다니는 자체가 즐거움이 되게 하는 것이다. 교육이 좀 더 효과적으로 되기 위해서라도 학교는 재미있는 곳이어야 한다. 학교에서 보는 것, 듣는 것, 느끼는 것 모두가 배움이 되기 때문이다.

< 정선영 교수 >

현) 한국평생교육박사연구회 수석연구원 / 서울사이버대학교 대우교수 /학교 전문상담사

[에듀인뉴스(EduinNews) = 인터넷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