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등 외국어는 자신이 습득했던 모국어를 매개(媒介)로 하여 배우거나 습득하게 되므로, 자신의 모국어를 확실히 구사할 수 있을 때 영어 등 외국어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박병태 교수 (엘에스에듀하스피틀 외국어감각개발연구원장)

박병태 교수는 자기주도(自己主導) 학습으로 중졸고졸대졸 검정고시를 거쳤고, 대학원 과정만 미국에서 정규학교를 다녔습니다. 법학과 행정학을 전공하였지만, 교육부에서 국가 영어교육정책을 총괄하고, 대학에서 영어를 지도할 수 있었던 것은, 영어 등 9개 외국어에 대한 비교언어학(比較言語學) 위주의 자기주도 학습과 연구 결과 덕분입니다. 나아가 15년 이상 언어의 습득과 사용을 주제로 뇌() 연구를 하여 다양한 영어학습과 영어교육 이론들을 개발하였습니다. 이곳에 연재되는 이론을 통해 영어 등 외국어를 학습하거나 교육하는 우리 국민들이 자신의 외국어 학습법이나 교육방식과 박병태 교수의 이론을 흥미롭게 비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04. 영어정복 여부는 한국어 능력이 결정한다.

외국어를 공부할 때 모국어에 대한 지식과 언어적 감각이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된다.

외국어(外國語)를 배울 때에는 반드시 모국어(母國語)가 개입된다. 모국어가 개입되지 않는 외국어 공부란 사실상 상정(想定)할 수 없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과정 속에 자신의 모국어에 대한 언어적 지식이나 감각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모국어를 충분히 습득하지 않은 아이가 외국어를 공부할 때 자신의 모국어 개입을 엄격하게 차단한 채 해당 외국어만 사용하면서 공부하고자 한다면 모국어를 쉽게 잊어버릴 수 있고, 외국어 학습에도 높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외국어를 공부할 때 어떤 상태이면 모국어 개입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실제로 외국어를 외국어로만 배운다는 상황은, 상상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예컨대, 우리말을 전혀 모르는 영어 원어민 교사가 사과에 대한 그림을 한국 아이에게 보여주면서 ‘I have an apple.’이라는 문장을 가르치는 상황을 생각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칠 때 한국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게 하더라도 우리말을 모국어로 하는 아이는 ‘I have / an apple.’이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나는 가지고 있다 / 한 개의 사과를.’이라는 우리말로 그 문장을 이해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원어민 교사가 한국 아이에게 ‘a taxi driver’ (택시운전사)를 영어로 말하라고 한다면, 우리말을 모국어로 하는 아이가 ‘A taxi driver / is a driver / who drives a taxi.’ (택시운전사는 / 운전사입니다 / 택시를 운전하는)라는 문장을 구성하여 영어로 대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답하는 과정에 먼저 우리말을 영어로 바꾸고, 바꾸어진 영어로 그렇게 대답하였다면, 겉으로 보기에는 영어로 듣고 이해한 후 영어로 대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때에도 한국어가 개입된 것이다.

 

모국어 습득으로 얻은 언어적 감각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외국어 정복이 훨씬 쉬워진다.

우리가 영어를 배울 때에는 우리말을 배웠던 경험과 우리말에 대한 감각(感覺)이 바탕이 된다. 우리말을 배웠던 언어적 감각이 영어를 배울 때 긍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외국어 습득에 대한 전이효과(轉移效果)라고 한다. 전이효과가 많이 나타나면 나타날수록 그만큼 영어를 습득하기가 쉬워지게 되는 것이다. 전이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말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영어를 공부한다면 우리말 습득에 장애가 될 수 있고, 영어공부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모국어와 언어체계가 다른 외국어를 공부할 때에는 더 높은 수준의 모국어 지식과 감각이 요구된다.

우리가 한국어와 언어체계(言語體系)가 유사한 일본어를 공부하려고 한다면 높은 수준의 한국어 능력이 요구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일본어 습득이 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영어 등 유럽 언어를 습득하려고 한다면 모국어(: 한국어)에 대한 보다 확실한 감각이 요구된다. 한국어와 영어는 언어체계가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생애 처음으로 한국어라는 언어를 습득함으로써 얻게 되는 언어적 감각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지 않으면 영어 학습에서의 전이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언어이든 모국어로서 배웠던 언어에 대한 감각은 외국어 학습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선천적 언어습득능력이 남아있는 사람이 외국어를 공부하는 경우에도 모국어에 대한 언어적 감각이 매우 중요하다.

선천적 언어습득능력(Language Aquisition Device)은 모국어를 습득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으로서, 출생 후부터 사춘기 이전까지의 아이들에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천적 언어습득능력(LAD)은 외국어를 공부할 때 해당 외국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대한 노출(露出) 효과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남아있는 선천적 언어습득능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외국어 사용 환경에 대한 노출 효과가 그만큼 더 크게 나타나게 된다.

선천적 언어습득능력이 많이 남아 있다면 영어만을 사용하여 영어를 배우는 환경(learning English in English)이 영어 습득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선천적 언어습득능력이 남아있는 사춘기 이전의 아이가 외국어를 공부할 때에도 모국어인 한국어에 대한 지식과 언어적 감각은 필수이다. 한국어라는 모국어 습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일찍 영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면, 영어 학습에 지장이 있음은 물론이고, 한국어 습득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모국어 습득이 정상적인 시기에 이루지지 못한 채 지연되는 경우에는 전반적인 지능(知能) 발달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말에 의한 해석과정 없이 영어로 이해하고 영어로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는 무리하게 우리말 개입을 차단해서는 안 된다.

결론적으로 우리말을 충분히 공부하지 않아서 우리말 능력에 문제가 있다면 영어공부를 잘 할 수 없다.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글을 읽는데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영어를 잘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할 수 없다. 우리말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면 영어 발음도 정확하지 않을 것이다.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발음 등을 할 때 작동되는 뇌 속과 뇌 밖 영역은 언어의 종류에 관계없이 거의 동일하게 작동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어 등 외국어는 자신이 습득했던 모국어를 매개(媒介)로 하여 배우거나 습득하게 되므로, 자신의 모국어를 확실히 구사할 수 있을 때 영어 등 외국어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외국어를 공부할 때에도 자신의 모국어 개입(介入)을 무리하게 차단하고 영어를 영어로만 공부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학습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도 있다. 영어능력이 중급(中級) 이상이 되어 우리말 해석과정 없이 자연스럽게 영어로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을 때부터 영어로 이해하고, 영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표현하는 상황이나 환경을 보다 집중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영어 습득에 더 이상적이다.

 

 

 

 

(영문 출처 : Bestie@BestieHealth)

이 글은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에듀인뉴스(EduinNews) = 인터넷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