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금 가는 물건을 매매하는 자는, 저울눈 하나의 값은 따지지를 않는다.”
決千金之貨者(결천금지화자), 不爭銖兩之價(부쟁수량지가)
- ‘淮南子.
“가난하고 천해지면 친척도 떠나가고, 부유하고 귀해지면 남들도 몰려온다.”
貧賤親戚離 (빈천친척리), 富貴他人合 (부귀타인합)
- 馮夢龍

<한자와 명언>

賣 買 (매매) / (離 合)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賣 買 (매매)

살 매(貝-12, 5급)*팔 매(貝-15, 5급)

작은 차이라도 잘 가려야 할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작은 값 차이는 따지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이 그러할까? ‘賣買’란 한자어를 샅샅이 잘 살펴본 다음에 답을 찾아보자.

賣자가 본래는 ‘내보낼 출’(出)과 ‘살 매’(買)가 합쳐진 것이었는데, 쓰기 편하기만을 추구하다보니 出이 士로 바뀌는 바람에 원형과 거리가 너무나 멀어졌고, 뜻을 알기 힘들게 됐다. 물건을 내다가 다른 사람에게 사도록 하는 것, 즉 ‘팔다’(sell)라는 뜻을 그렇게 나타낸 것이 자못 흥미롭다.

買자는 ‘그물 망’(网→罒)과 ‘조개 패’(貝)가 합쳐진 것이다. 즉 그물로 조개를 걷어올리는 모습이다. 조개는 돈으로 활용됐고, 그것이 있으면 물건을 구입할 수 있었기에 ‘사다’(buy)는 뜻을 그렇게 나타냈던 것 같다.

賣買는 ‘물건을 팔고[賣] 사는[買] 일’을 이른다. ‘매매가 이루어지다.’ ‘매매를 성사시키다.’ ‘매매가 활발하다.’ 같은 예문이 있다.

중국 서한(西漢) 시대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 179-122 BC)과 그의 문객(門客)이 지은 책에 다음과 같은 명언이 있다. 맨 앞 문제에 대한 답이 들어 있을 것 같아 아래에 옮겨보았다.

“천금 가는 물건을 매매하는 자는,

저울눈 하나의 값은 따지지를 않는다.”

決千金之貨者, 결천금지화자

不爭銖兩之價. 부쟁수량지가

- ‘淮南子’.

▶ 추신 :

유럽 한국학회(AKSE, 덴마크 코펜하겐大) 참석차 해외 출장으로 2주간 쉬었던 ‘한자와 명언’을 속개합니다. 전 세계 한국어 교육(KLE)에 있어서 한자와 한자어 지도가 ‘첫 번째 급선무’(First things first)이며, 저의 졸저 <선생님 한자책>과 <속뜻사전 앱>이 이 분야의 가장 효과적인 교재라고 소개한 미국인 교수(Ross King)의 발표를 현장 지원차 참석하여 많은 걸 배우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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離 合 (이합)

*떨어질 리(隹-19, 4급)

*합할 합(口-6, 6급)

박목월의 서간문을 엮은 <구름의 서정>에 ‘풀렸다 다시 맺어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오묘한 이합의 이치를 깨닫고…’라는 구절이 있다. 이 경우의 ‘이합’을 한글로는 뭔 말인지 짐작하기 어려우니 ‘離合’이라 옮겨 쓴 다음에 하나하나 속속들이 뜯어보자.

離자의 갑골문은 그물을 쳐서 새를 잡는 모습을 본뜬 것이었다. 지금의 자형

에서는 그 그물 모양에서 유래된 离(리)가 발음요소로 발전됐다(참고, 璃․유리 리). ‘새를 잡다’(catch a bird)가 본뜻인데, ‘벗어나다’(get out of) ‘떠나다’(depart) 등으로 확대 사용됐다.

合자는 뚜껑이 덮여진 그릇 모양을 본뜬 것으로 ‘그릇’(vessel)이 본래 의미였는데, 후에 이것이 ‘합치다’(join together) ‘모으다’(combine)는 뜻으로 사용되는 예가 많아지자, 그 본뜻은 盒(합)자를 따로 만들어 나타냈다.

離合(이:합)은 ‘헤어짐[離]과 모임[合]’을 이른다. ‘헤어졌다[離] 합치고[合] 모였다[集] 흩어졌다[散]’함을 이르는 ‘이합집산(離合集散)’의 준말이다.

안타깝고 애석하지만 인간 세상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가난을 탓하지 말고, 자신을 탓하고 스스로 힘써 노력할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

“가난하고 천해지면 친척도 떠나가고

貧賤親戚離 (빈천친척리),富貴他人合 (부귀타인합)

부유하고 귀해지면 남들도 몰려온다.”

富貴他人合. ( 귀타인합)

- 馮夢龍(1574-1646).

● 전광진(성균관대 명예교수/속뜻사전 편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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