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다가온 부귀영화, 지혜로운 사람은 멀리한다.”
暴至之榮 (폭지지영), 智者不居 (지자불거)
- ‘意林’.

“엉킨 실을 풀 때는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治亂繩 (치란승), 不可急 (불가급)
- ‘漢書’ 龔遂傳.

< 한자와 명언 > 

榮 辱 (영욕) / 緩 急 (완급)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榮 辱 (영욕)

*영화 영(木-14, 4급)

*욕될 욕(辰-10, 3급)

‘격동의 시절을 살아오면서 민족의 영욕과 성쇠를 지켜보았다’의 ‘영욕’은? ①營辱 ②營慾 ③榮慾 ④榮辱. 답이 되는 ‘榮辱’이란 한자어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자. 한자어 속뜻 모르면 별것이 다 ‘킬러 문항’ 된다.

榮자는 나무 가지에 꽃이 무성하게 핀 모양을 본뜬 것이다. 木을 뺀 나머지는 무성한 꽃 모양이 잘못 변화된 것이니 ‘불’(火)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무에 꽃이) 만발하다’(be in full bloom)가 본뜻인데, 후에 ‘영화’(prosperity) ‘번영하다’(flourish) 등으로 확대 사용됐다.

辱자는 ‘대합 진’(辰)과 ‘잡을 촌’(寸)이 의미요소로 쓰인 것이다. 철기 문화가 보편화되기 이전에 호미 대용으로 대합 껍질로 김을 매던 농사일과 관련이 있다는 설이 있다. 즉 ‘김매다’(remove weeds)가 본뜻이고 ‘수고하다’(work hard) ‘욕보다’(take pains) ‘수치’(insult) 등으로 확대 사용됐다.

榮辱은 ‘영예(榮譽)와 치욕(恥辱)’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서로 반대되는 뜻을 가진 글자가 중복된 동의중복 어휘이다. 앞 보다는 뒷 글자에 중점이 있다.

‘영화 영’(榮)자가 들어간 명언을 찾아서 우리말로 옮겨 보았다. 4+3+4, 4+3+4로 글자수를 맞추니 별미가 생겨난다. 로또는 횡재(橫財)가 횡재(橫災)가 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자.

“느닷없이 다가온 부귀영화,

지혜로운 사람은 멀리한다.”

暴至之榮, 폭지지영

智者不居. 지자불거

- ‘意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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緩 急 (완급)

*느릴 완(糸-15, 3급)

*급할 급(心-9, 6급)

살다 보면 세상사가 실처럼 꼬일 때가 있다. 꼬인 실을 풀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緩急’에 대해 풀이해 본 다음에 답을 차분하게 차근차근 찾아보자.

緩자는 줄이 ‘느슨하다’(loose)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으니 ‘실 사’(糸)가 의미요소로 쓰였다. 爰(이에 원)은 발음요소일 따름이다. 후에 ‘긴장이 풀어지다’(relax) ‘느리다’(slow) 등으로 확대 사용됐다.

急자가 원래는 ‘及 + 心’의 구조였는데, 약 2000년 전에 지금의 모양으로 변화되어 본래의 구조를 알기 힘들게 됐다. 급할 때는 마음부터 두근거리기 때문인지 ‘마음 심’(心)이 의미요소로 쓰였고, 나머지 즉 及(미칠 급)은 발음요소다. ‘급하다’(impatient) ‘급히’(immediately) 등으로 쓰인다.

緩急(완:급)은 ‘느림[緩]과 빠름[急]’ 또는 ‘일의 급함과 급하지 않음’을 이른다. ‘사안의 완급에 따라 작업의 선후를 조정해야한다’는 예문이다. 단어를 새로 배우면 예문을 지어봐야 자기 단어가 된다.

‘한서’ 공수전에 다음과 같은 명언이 있다. 원문은 3+3 여섯 글자밖에 되지 않으니 외워둠직도. 맨 앞 문제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엉킨 실을 풀 때는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治亂繩, 치란승

不可急. 불가급

- ‘漢書’ 龔遂傳.

● 전광진(성균관대 명예교수/속뜻사전 편저자).

[에듀인뉴스(EduinNews) = 인터넷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