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과 영어 공부에서 탈피하거나 지양해야 하는 대상은 문법이 아니라 문법학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방식과 공부 방법이다.”

박병태 교수 (엘에스에듀하스피틀 외국어감각개발연구원장)

 

박병태 교수는 자기주도(自己主導) 학습으로 중졸고졸대졸 검정고시를 거쳤고, 대학원 과정만 미국에서 정규학교를 다녔습니다. 법학과 행정학을 전공하였지만, 교육부에서 국가 영어교육정책을 총괄하고, 대학에서 영어를 지도할 수 있었던 것은, 영어 등 9개 외국어에 대한 비교언어학(比較言語學) 위주의 자기주도 학습과 연구 결과 덕분입니다. 나아가 15년 이상 언어의 습득과 사용을 주제로 뇌() 연구를 하여 다양한 영어학습과 영어교육 이론들을 개발하였습니다. 이곳에 연재되는 이론을 통해 영어 등 외국어를 학습하거나 교육하는 우리 국민들이 자신의 외국어 학습법이나 교육방식과 박병태 교수의 이론을 흥미롭게 비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07. 아이를 가르치는 엄마의 언어 교육법을 따르라.

 

영어가 모국어(母國語)인 아이가 엄마에게 Mom, I'm going to play / with my friend / at the playground / yesterday.”(엄마, 나는 놀 거야 / 친구와 / 놀이터에서 / 어제)라고 했다면 보통의 엄마라면 이 말이 어법(語法)이나 문법(文法)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아이는 내일 놀려고 할 수도 있고, 어제 놀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아이는 아래와 같이 두 가지 표현 가운데 하나를 말하려고 했을 것이다.

 

만약 내일 놀 예정이라면

 

만약 이미 어제 놀았다면

 

자신의 아이가 어법이나 문법에 맞지 않는 말을 하게 되면 제1차 모국어 선생님이라 할 수 있는 아이의 엄마는 본능적으로 자기 아이의 비문법적인 부분을 알기 쉽게 고쳐주려고 한다. 비록 그 어머니가 문법학적으로 다루어지는 이론적 영문법을 전혀 모른다고 할지라도 보다 쉽고 정확하게 아이에게 어법이나 문법을 가르치거나 고쳐 주려고 할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가장 알기 쉽게 모국어를 가르치려는 어머니의 노력은 본능이다. 누구의 명령이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아니다.

 

어법이나 문법을 쉽게 가르치려는 본능은 글을 전혀 모르는 문맹(文盲)인 어머니나 문법학 박사학위를 가진 교수인 어머니나 동일하게 나타난다. 문법학 박사인 어머니라고 하여 모국어를 처음 배우는 자신의 아이에게 문법학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어렵게 어법이나 문법을 가르치지는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영어 문법을 지극히 문법학적으로 가르치고 있고, 지극히 문법학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에게 모국어를 가르치는 어머니가 본능적으로 가르쳐 주는 언어습득 중심의 문법으로 우리의 영어교육을 바꾸어야 한다. 언어습득 중심의 문법과 우리가 지금 배우고 있는 학문 중심의 문법을 구분하여 문법을 설명한다면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1) 모국어를 가르치는 엄마의 설명

엄마, 나 어제 친구하고 놀이터에서 놀 거야.”(Mom, I’m going to play / with my friend / at the playground / yesterday.)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나는 놀 것이다.’라는 말은 나중에 놀 예정이다.’는 말인데, ‘어제는 이미 지나가 버렸으니, 서로 맞지가 않단다. 내일 놀고 싶다면, ‘I am going to play tomorrow.라고 해야 하고, 이미 어제 놀았다면 I played yesterday.라고 해야 한단다.

 

2)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설명

I’m going to play with my friend at the playground yesterday.라고 말하는 학생에게 선생님은 나는 놀 것이다.’는 말은 미래시제(未來時制)를 나타내는 말이고, ‘어제라는 말은 과거시제(過去時制)를 나타내는 말이므로, ‘나는 놀 것이다.’어제라는 말은 시제(時制)의 불일치(不一致)에 의해 동일한 말이나 문장에서는 함께 사용될 수는 없다. 만약 내일 놀 계획이라면, 미래(未來)를 나타내는 동사(動詞)와 미래를 나타내는 명사(名詞)를 함께 사용해야 하므로, ‘I am going to play tomorrow.라고 해야 하고, 이미 어제 놀았다면 과거(過去)를 나타내는 동사와 과거를 나타내는 명사를 함께 사용해야 하므로, ‘I played yesterday.라고 해야 한다.

 

문법학적인 명칭과 이론에 의존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언어를 쉽게 가르치려는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감각적 언어교수법을 따른다면 보다 쉽게 영어를 가르치고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영어를 처음 배우려는 아이들에게는 어법이나 문법을 학문적으로 설명한다면 문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영어를 포기하게 될 것이다. 모국어로서 한국어를 습득한 후 외국어로서의 영어를 배우는 아이에게 문법을 가르칠 때에는 가르치는 방법과 사용하는 용어가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체계적으로 잘 정리된 정교한 영문법(英文法) 교재는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에게는 영어교육의 가장 중요한 지침서(指針書)가 되는 것이고, 영어를 습득하기 위해 학습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중요한 참고서(參考書)가 된다. 그렇다고 하여 영문법 교재에 언급된 내용과 똑같은 용어와 방법으로 영문(英文)을 분석하면서 영어를 가르치고 학습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영문법 교재에 있는 설명 방식이나 분석 방식을 영어를 습득하게 하는 교육과정 속에 똑같이 사용한다면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과 영어를 배우는 사람 모두에게 영문법 교재는 영어 습득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정부 수립 이후 마련된 우리나라 영어교육과정은 여러 번의 개정을 거치면서 최상의 교육 방안을 모색하여 왔지만, 효율적인 영어습득 방식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해방이후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동시에 준비를 시작하여 어렵게 마련한 우리나라 영어교육과정은 1954년 학교 현장에의 1차 적용을 시작으로 10번의 개정을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추구하는 영어교육과정에서의 핵심 지향점(指向點)은 아래와 같이 1(1953~1963) 실용영어 중심, 3(1973~1981) 문법 중심, 4(1981~1987) 문법 탈피 등의 변화를 거쳐 지금은 문법 보다는 실질적으로 영어를 배우게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국가의 영어교육과정에서 정책적으로 말하는 문법 탈피또는 문법 지양(止揚)’이라는 실질적인 의미는 초고 영어교육과정 속에 문법의 비중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영어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든 습득(習得)을 목적으로 공부하든 연구와 학습에서 문법(文法)을 배제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현대 언어는 문법의 결정체(結晶體)라고 할 수 있고, 영어 문장 또한 문법에 의하여 만들어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어 공부를 할 때 어떤 부분이 문법에 해당하고 어떤 부분이 문법에 해당하지 않는지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영어교육과 영어 공부에서 탈피하거나 지양해야 하는 대상은 문법이라기보다는 문법학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의 교육방식과 공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를 공부할 때 하지 말아야 할 두 가지 중 첫 번째는 문법학적인 명칭들을 사용하는 일이고, 두 번째는 문장을 학문적으로 나누어 분석하는 일이다.

습득을 목적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첫 번째로 배제되어야 하는 것은 문장(文章), 어구(語句), 말 등을 구성하는 단어(單語)에 붙여지는 문법학적인 명칭들이다. 명사(名詞), 동사(動詞), 형용사(形容詞), 부사(副詞), 대명사(代名詞), 재귀대명사(再歸代名詞), 자동사(自動詞), 타동사(他動詞), 조동사(助動詞), 본동사(本動詞) 등 문장이나 말을 구성하는 단어에 붙여진 각종 품사(品詞)에 대한 학문적 명칭과 주어(主語), 목적어(目的語), 보어(補語), 진주어(眞主語), 가주어(假主語), 직접목적어(直接目的語), 간접목적어(間接目的語) 등 문장이나 말을 구성하는 단어의 역할에 부여되는 학문적인 명칭들이다.

 

그 외에도 부정사, 동명사, 관계대명사, 주격 관계대명사, 목적격 관계대명사, 인칭대명사, 지시대명사, 관계부사, 관계부사절, 접속사, 등위접속사, 종속접속사, 현재, 현재진행, 현재완료, 과거, 과거진행, 과거완료, 가정법, 가정법 과거, 가정법 과거완료, 수동태, 능동태, 평서문, 긍정문, 부정문, 의문문 등 의 명칭은 물론 1형식 문장, 2형식 문장 등 학습자의 수준에 따라 제시해야 하는 문장을 설계할 때 사용하는 문장 형식에 대한 명칭 등은 이미 영어를 습득한 사람들이 학문적으로 영어를 다룰 때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문법학적인 용어들이기 때문에 습득을 목적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초고 교육과정에서 언급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습득을 목적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두 번째로 배제되어야 하는 것은 문법학적인 명칭들을 총동원하여 문장을 세부적으로 해부(解剖)하고 심층적으로 분석(分析)하는 교육방식과 공부방식이다. 영어 문장을 최소의 의미단위(意味單位)로 나눈 후 그 의미단위가 가지는 직접적인 뜻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영어에 대한 문법학적인 용어들을 사용하여 문장 속 단어의 품사와 역할을 엄격하게 규명하고, 문법 원리들을 학문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으로 영어를 교육하고 공부한다면 영어습득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평범한 유럽 사람들이 3개 정도의 외국어를 어렵지 않게 익혀서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모습에 비추어 볼 때, 세계 1,2위를 다투는 지능(知能)과 교육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4개 이상의 외국어도 능히 숙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글은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에듀인뉴스(EduinNews) = 인터넷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