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 박사 한기온
                                                                 교육학 박사 한기온

수필가, 시인, 교육칼럼니스트

전 충남대학교 겸임교수 및 중등 교장

저서: 시집 및 수필집 내 작은 가슴 속에는’, ‘묵상 에세이10

현 교육타임스 논설위원

 

 

  최근 우리의 학교 교육, 아니 한국 교육 전반이 위기를 맞고 있다. 교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지금까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대전의 40대 여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이로 인한 경찰 조사로 큰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의 한 고교에서는 정년퇴직을 1년 앞둔 교사가 목숨을 버렸다. 서울과 전북의 학교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에 따른 후폭풍도 거세게 나타나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해당 학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은 댓글 등 비난이 잇따르자 문을 닫았다. 인터넷과 SNS를 이용한 신상 털기와 사적 보복도 도를 넘어가고 있다. 어린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교사의 사망에 따른 트라우마에 힘들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서울 서이초 교사의 극단 선택 이후 이런 현상은 지속해 확산이 되는 추세다. 한편에선 배우 김모 씨의 일진논란이 뜨거운 이슈다. 그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다룬 드라마 더 글로리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앞서 정치권에선 방송통신위원장과 전 국가수사본부장 아들의 학폭 논란이 정치권의 커다란 이슈였다. 2000년대 이후 교육 당국이 수십 번의 학교폭력 대책을 내놨지만, 근절은커녕 폭력 수법만 더욱 교묘해져 가고 있다. 보도로는, 학교폭력은 과거 단순 폭력에서 이제는 복합적인 폭력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단순히 물리적 폭력만이 아닌 정신적, 정서적, 인터넷 매체를 통한 복합적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 사회의 학교 모습은 총체적 약육강식의 무질서 공간이나 다름없다. 학교를 종횡하는 논리는 오직 입시만을 복음처럼 여기는 치열한 경쟁주의와 어느 작가가 지적했듯이, 자식만이 전부인 부모들의 내 자식 지상주의뿐이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것이 대학 입시로 귀결되고, 모자란 학업은 사교육으로 채울 테니 금쪽같은 내 새끼는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안 된다는 생각들이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팽배해져 왔다.

  물론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교육평론가 한병선 박사는 사회가 발전하면서 나타나는 사회진화론적 관점에서 지금의 현상을 진단한다. 어떤 사회든 어느 정도 먹는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자연스럽게 학습권과 교육권의 충돌, 나아가 학생들의 인권이 신장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란 것이다. 예컨대 서구사회에서 잦은 교권 침해로 인해 교직을 매우 힘들고 험한 직업으로 인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이런 이유로 우리 사회와는 달리 서구사회에서는 만성적으로 교사 구인난을 겪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교권 침해와 학교폭력은 모두 방임적 권리만을 강조하고 개인의 책임과 의무가 실종된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자라났다. 질서와 규율이 무너지니 학교는 이미 아노미(Anomie)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이는 단지 교사와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앞서 밝혔듯이, 내 자식만이 최고라고 여겨왔던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 아이가 어른을 닮듯, 학교는 사회를 반영한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고도의 압축성장을 거치며 외형적으론 커졌지만, 정신적으론 성숙하지 못한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 현재 우리 사회의 학교 모습인 셈이다.

  서로 간에 악다구니만 쓰는 정치권의 저질적인 행태, 끊이지 않는 사회 지도층의 갑질과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으로 규정하는 내로남불,’ 물질만을 성공의 잣대로 여기는 천박한 배금주의가 스며들어 학교를 괴물로 만들고 있다. 이런 모습만 보고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미래는 더욱 암울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이런 학교 모습을 바꾸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더 많은 학교폭력과 더욱 심각한 교권 침해를 경험하게 될 수밖에 없다. 학교는 공동체의 미래이기 때문에 국민의 가치와 철학 중 정수만을 꼽아 학교 과정에 담는다. 선진국의 교육철학이 단순히 학업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에만 있지 않고, 시민적 덕성을 함양하는 데 더욱 집중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것이다. 선진국 학교일수록 올바른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관용과 협업의 역량을 기르는 데 큰 힘을 쏟는다.

  하버드대학의 덱스터 게이트(Dexter Gate of Harvard University)엔 학교로 들어올 때는 교정에선 지혜를 키우고밖으로 나갈 때는 더 나은 인류·사회를 위해 봉사하라고 쓰여 있다. 학교에서 배울 것은 지식뿐이 아니며, 졸업 후에 할 일 역시 일신의 양명만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지금 우리 교육의 목표는 과연 무엇인가. 교사와 학교, 교육부만이 아니라 시민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 대안을 찾아내야 할 문제다.

  더하여, 교육에서 교사들의 소명 의식도 매우 중요하다. 물론 교사들의 소명의식이 부족해서 지금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훌륭한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교육대나 사범대로 진학한 학생들이 소명의식 없이 갔겠는가. 지금처럼 어렵고 힘든 상황일수록 소명의식이 매우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소명의식은 천부적 의무감에 가깝다. 우리가 흔히 말하듯, 소명의식없이 단순히 직업의식만 있다면 교직을 수행하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훌륭한 스승, 훌륭한 사표가 될 수 있겠는가. 오늘도 일선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묵묵히 가르치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선생님들에게 고마움과 응원의 목소리를 다시 한번 전한다. 또한 교육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그 비밀의 괘를 가만히 비집고 들여다보고 싶다.

  따라서 그런 의미로 생각해 보면 인간이 오래 산다고 윤택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며, 돈을 많이 번다고 훌륭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 교육의 가치에 있어서 양이 질을 보장하지 않는 것처럼, 위기의 학교 교육 해법으로의 질은 양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 교육 가족 모두가 추구하는 가치 있는 양만이 수준 높은 질을 보장할 뿐이다.

 
[에듀인뉴스(EduinNews) = 인터넷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