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많은 자와는 
 큰일을 함께 하지 말고, 
 행동이 가벼운 자와는 
 오래 함께 하지 말라!”
 多言不可與遠謀, 다언불가여원모 
 多動不可與久處. 다동불가여구처
   - ‘文中子說’.

< 한자와 명언 >

宿 願 (숙원) /  寒 心 (한심)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宿 願 (숙원)

*잠잘 숙(宀-11, 5급) 

*원할 원(頁-19, 5급)

살다 보면 이래저래 많은 사람을 만나기 마련이다. 다 함께 오래오래 같이 지내면 좋으련만, 함께 하기에 다소 꺼려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럴 때 참고가 될 만한 명언이 없을까? 먼저 ‘宿願’이란 한자어에 대하여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한자어는 수박 같아서 속을 봐야 알 수 있다. 

宿자는 집안(宀․면)에 깔아 놓은 돗자리(百)에 누워서 자고 있는 사람(亻)의 모습을 본뜬 것이었다. 이 경우의 ‘百’은 ‘돗자리’ 모양이 잘못 바뀐 것이다. ‘잠자다’(sleep)가 본뜻인데, ‘묵다’(become old) ‘머무르다’(stay at) 등으로도 쓰인다.

願자는 ‘(머리가) 커지다’(grow big)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으니 ‘머리 혈’(頁)이 의미요소로 쓰였고, 原(근원 원)은 발음요소다. 머리가 커질수록 바라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인지 ‘바라다’(desire) ‘빌다’(pray)는 뜻으로도 쓰인다.

宿願은 ‘오래 묵을[宿] 정도로 예전부터 바라던 소원(所願)’을 이른다. ‘오래 묵은 원한’도 ‘숙원’인데 한자는 다르다(참고, 宿怨). 

수(隋)나라 때 교육자이자 사상가였던 왕통(王通 584-617, 文中子라고도 함)이 남긴 명언을 아래에 옮겨 본다. 맨 앞 문제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말이 많은 자와는 

 큰일을 함께 하지 말고, 

 행동이 가벼운 자와는 

 오래 함께 하지 말라!”

 多言不可與遠謀, 다언불가여원모 

 多動不可與久處. 다동불가여구처

   - ‘文中子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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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寒 心 (한심)

*찰 한(宀-12, 5급) 

*마음 심(心-4, 7급)

‘아! 가을인가’ 싶더니 겨울이 다 된 것 같다. 날씨가 추워지면 으레 생각나는 명언이 있다. ‘寒心’이란 한자어를 ‘뜨거운 마음’(열심)으로 익혀 본 다음에 소개해 본다. 

寒자의 ‘宀’(면)은 귀틀집의 지붕을, ‘冫’(빙)은 그 안의 바닥에 얼어붙은 얼음을 각각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운데 부분은 얼어붙은 바닥 위의 볏짚 더미 속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변화된 것이다. ‘차다’(chilly) ‘춥다’(cold)는 뜻으로 쓰인다. 

心자는 ‘마음’()을 나타내기 위하여 고안된 글자다. 옛날 사람들은 마음이 心臟(심장) 속에 있다고 여겼기에 그 모양을 본뜬 것이 변하여 心자가 되었다. 영어 ‘heart’가 ‘심장’과 ‘마음’을 동시에 의미하는 것과 일맥상통한 점이 있다.

寒心은 ‘차가운[寒] 마음[心]’이 속뜻인데, ‘열정과 의욕이 없어 절망적이고 걱정스러움’, ‘가엽고 딱함’을 이르는 것으로 많이 쓰인다. ‘한심’이란 단어를 보면, ‘뜨거운[熱] 마음[心]’이 속뜻인 ‘열심’이란 낱말을 연상된다. 이렇듯 한자의 의미 힌트를 활용하면 어휘력과 문해력이 쑥쑥 는다. 

‘논어’ 자한편 27장에 다음과 같은 공자 명언이 있다. 제주도로 귀양 간 추사 김정희선생(1786-1856)이 1844년에 이 구절을 보고 크게 느낀 바 있어 제자에게 그려준 그림이 바로 유명한 ‘세한도’(歲寒圖)이다. 

  

“날씨가 추워진 다음에야 

 소나무나 잣나무가 나중에 시듦을 안다.”

 歲寒, 然後知松柏之後凋也.

 세한 연후지송백지후조야

 

● 전광진(성균관대 명예교수 /    속뜻사전<종이&앱> 편저자).

 

[에듀인뉴스(EduinNews) = 인터넷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