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명 구하는 것이 
 7층 부도탑 세우는 것보다 낫다.”
 救人一命, 구인일명
 勝造七級浮屠. 승조칠급부도

“성공한 자는 옳다고 하고, 
 실패한 자는 잘못됐다고 하는, 
 그것이 인간의 상정이다.”
  人情成是而敗非.
  인정성시이패비 

< 한자와 명언 >

救 命 (구명) / 敗 亡 (패망)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救 命 (구명)

*건질 구(攴-11, 5급) 

*목숨 명(口-8, 7급)

‘100년만의 폭설에 갇힌 조난자들이 모두 구명되었다’의 ‘구명’은? ①求命 ②九命 ③苟命 ④救命. 왜 ‘救命’이 답이 되는지를 하나하나 분해 조립해보자. 한자는 장난감 자동차 같아서 분해 조립하는 묘미가 난다. 

救자는 ‘칠 복’(攴=攵)이 의미요소이고, 求(가죽옷 구)는 발음요소로 ‘금지하다’(forbid)가 본뜻이라고 하는데, 본래 의미로 쓰이는 예는 극히 적다. 후에 ‘구해주다’(relief) ‘막아주다’(protect) ‘도와주다’(help)는 뜻으로 활용됐다. 

命자는 ‘명령하다’(order)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집안에서 무릎을 꿇고 앉은 사람[卩]에게 입[口]으로 큰 소리를 내며 명령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옛날 노예에게는 주인의 명령이 운명이나 생명을 좌우하였기에 ‘운명’(destiny), ‘목숨’(life)이란 뜻으로도 쓰인다. 

救命(구:명)은 ‘사람의 목숨[命]을 구(救)해 줌’을 이른다. ‘구명-구’(-具), ‘구명-대’(-帶), ‘구명-삭’(-索), ‘구명-정’(-艇), ‘구명-동의’(-胴衣), ‘구명-부대’(-浮帶), ‘구명-부표’(-浮標), ‘구명-조끼’ 같은 낱말을 속뜻사전(앱)으로 정리해두면 한자력과 어휘력 확장 효과를 만끽할 수 있다. 

중국 명나라 때 저명 소설가 풍몽룡(馮夢龍, 1574-1646))이 쓴 ‘고금소설’(古今小說)이란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한 생명 구하는 것이 

 7층 부도탑 세우는 것보다 낫다.”

 救人一命, 구인일명

 勝造七級浮屠. 승조칠급부도

 

 

 

  敗 亡 (패망)

*패할 패(攴-11, 5급) 

*망할 망(亠-3, 5급)

‘The country was ruined by rolling in luxurious habits.’는 ‘그 나라는 사치풍조에 빠져 ○○했다’는 뜻이다. 공란에 적절한 말은? ①失敗 ②敗北 ③敗亡 ④完敗. ‘敗亡’이 답이 되는 이유를 하나하나 밝혀내 보자. 답이 무엇인가 보다 그것이 왜 답이 되는지, 그 이유를 알면 재미가 생긴다. 

敗자는 ‘망가지다’(be broken)는 뜻을 위하여 ‘조개 패’(貝)와 ‘칠 복’(攴=攵)을 합쳐놓은 것이다. 옛날에 ‘돈’으로 쓸 조개를 다듬질하다 잘못하여 망가트리는 일이 많았나 보다. ‘지다’(get defeated) ‘달아나다’(flee) 등으로도 쓰인다. 

亡자의 원형에 대한 풀이는 여러 설이 있는데, 부러진 칼날을 가리킨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잃다’(lose), ‘망하다’(perish), ‘죽다’(die), ‘도망치다’(run away)는 뜻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敗亡(패:망)은 ‘전쟁에 져서[敗] 망(亡)함’이 속뜻인데 ‘싸음에 져서 죽음’을 이르기도 한다. 비슷한 말로 ‘패상’(敗喪), ‘패몰’(敗沒), ‘패사’(敗死) 등이 있다. 

그런데 인심은 야박하다. 승자 편에 설 때가 많다. 중국 北宋 때 정치를 하다가 문학에 더 심취하여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이 되었던 구양수(1007-1072)의 증언을 들어보자. 

“성공한 자는 옳다고 하고, 

 실패한 자는 잘못됐다고 하는, 

 그것이 인간의 상정이다.”

  人情成是而敗非.

  인정성시이패비 

   - 歐陽修

 

● 전광진(성균관대 명예교수 /    속뜻사전<종이&앱> 편저자).

 

[에듀인뉴스(EduinNews) = 인터넷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