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시 중심의 공교육 체계에 대안교육 프로그램을 가져오자는 생각은 많은 사람이 강조해 왔지만, 사회적 관심과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이에 많은 청소년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학업중단은 개인적이며 사회적인 문제와 연결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이 학교 밖으로 나가기 이전의 학교에서 자신의 삶을 펼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과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학업중단 이야기>

 학생 천 명인 학교 42개가 사라져

 

                                                    정선영 교수 (서울사이버대학 대우교수)
                                                    정선영 교수 (서울사이버대학 대우교수)

 

며칠 전 신문에 '잠자는 학교'와 '학업중단의 심각성'에 대한 기사가 올라왔다. 그동안 크고 작은 학교 관련 이슈에 묻혀 학업중단 문제가 수면 아래에 머물렀던 까닭에 반가운 생각마저 들었다.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이 아렸다. 학교에서 잠자는 아이들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은가. 아직도 현장에서 우리 교육시스템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잠자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로 분류가 가능하다. 첫째는 수업과 학생의 수준 문제다. 여전히 수업이 획일적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든 못하는 학생들이 수업 내용이나 방법이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학업 수준이 다양한 상황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교사의 어려움도 있지만, 일률적인 수업 진행으로 자신과 수준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다.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는 수준이 낮고, 못하는 학생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수준에 맞추지 못하는 까닭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다.  

다른 하나는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학생들의 관심을 붙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에게 관심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면, 집중할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온통 대학 입시를 겨냥한 교과로 편성되어 있는 현실에서 공부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은 집중하기 어렵다. 아이들은 수업에서도 재미를 찾고 재미가 없으면 관심을 철회한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드러내는 것 또한 서슴지 않는다. 결국 교과 내용이 아이들의 다양한 관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많은 학생이 잠자는 정도를 넘어 학교를 떠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2021년 학업 중단자 수는 42,755명. 학생 천 명이 넘는 학교 42개가 사라진 셈이다. 엄청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공교육 내에서도 자신의 관심과 삶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은 수업 시간에 잠으로 때우며 무력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아 한다. 뿐만 아니라 수업 시간에 잠자는 아이들 문제가 결국 학업중단으로 귀결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고등학교만 졸업하라고 권유하면 따르는 시늉이라도 했지만, 요즘 아이들은 그런식으로 설득되지 않을 만큼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었다. 

이들은 학교 밖의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가 이들을 수용하지 못하는 까닭에 학교 밖 청소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청소년 범죄 발생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사회적 문제아로 전락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 비해 여전히 미흡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학교 안에서 청소년기를 성공적으로 보내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는 학업중단의 원인이 줄어드는 근본적인 예방책이 될 수 있다. 

현재 국가에서는 청소년들의 학업중단을 예방하는 두 가지 중요한 제도를 운용하는 중이다. 문제는 이들 제도가 제 기능을 수행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데 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학업중단 예방은 옛날 일이 되어 가는 것 같다”라며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 증거다. 제도 중 하나가 학업중단숙려제다. 학업 중단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학생들에게 깊게 숙려할 시간을 주는 제도라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최근 숙려제를 신청하는 학생들은 이렇게 말한다. “수업을 알아듣지 못하겠다.“ “진로가 맞지 않아서 그만두겠다.” “수행 평가 수십 개를 하려면 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하루 종일 앉아 있는 게 답답하다.” 

학업중단숙려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 절차를 거쳐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학생 숫자는 점차 줄어든다. 2020년 복귀율이 80%를 넘었지만, 2021년 경우 70%대로 떨어졌다. 요즘은 검정고시를 목적으로 자퇴하는 학생들도 점차 늘어나는 형국이다. 학교가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도 반영하지 못하고, 수준별 학습도 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다른 하나는 위탁형 대안 학교 제도다. 위탁형이란 일반고교 재학생 중 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운 학생들이 대안교육 기관에서 교육받고 원적 학교의 졸업장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진로나 적응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고민이 많은 학생에게 교육의 연장선이란 측면에서 대안 학교 교육을 이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위탁형 대안 학교가 안고 있는 한계가 만만치 않다. 원적 교로 돌아가면 학생에 대해 물리적으로 관리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입시 위주의 공교육 중심 사회에서 대안교육이 긍정적 인식을 갖기는 어렵다. 공교육 기준에 맞추려면 대안 학교만의 특성 있는 교육은 불가능해진다. 학업 능력과 수능성적이 일반 학교에 비해 떨어지는 불리함도 안고 있다. 다시 말해 기존 공교육 안에서 발생하는 학업중단과 부적응이라는 일반 학교에서의 문제가 위탁형 대안 학교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학업중단 문제에 관한 관심과 대응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대입시 위주의 교과과정과 더불어 Z세대의 다양한 관심과 취향을 반영하는 교육시스템으로 혁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 가운데 하나가 학교 안에서의 대안교육 프로그램 운영이다. 기존 대안 학교 프로그램을 공교육 체계 안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일반 학교의 대안 교실과 위탁형 대안 학교와 연계를 강화하고 학점교류가 가능해진다면 더욱 효과적인 교육시스템이 작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 4개 도시에서 온라인 학교도 개국하는 실정에서 대안 학교의 특성이 반영된 수업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대입시 중심의 공교육 체계에 대안교육 프로그램을 가져오자는 생각은 많은 사람이 강조해 왔지만, 사회적 관심과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이에 많은 청소년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학업중단은 개인적이며 사회적인 문제와 연결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이 학교 밖으로 나가기 이전의 학교에서 자신의 삶을 펼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과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관심을 두고 사회적 노력을 환기해야 가능한 일이다.  

 

정선영 교수는 학업 중단은 개인의 차원이라기보다 시스템의 문제라고 말한다. 박사 과정에서 학업 중단 관련 상담 모델을 개발하며 예방 연구에 발을 들여놓았다. 학교에서 만난 소외된 아이들 개개인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었다. 우리 사회에 있는 학업중단을 고민하는 다양한 학생에 대한 사회적 현상을 밝히고 이해받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의 다양성을 알리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업중단 예방 공로로 교육부 장관 표창장을 받았다. 학업중단 예방을 위한 학습활동을 통해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며 일맥상통하게 우리 사회의 공동체적 문제 인식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숭실대학교 교육학 박사이며 숭실대학교 외래교수, 서울사이버대학교 대우교수다.  

 

 [에듀인뉴스(EduinNews) = 인터넷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