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역할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 IT의 발전과 코로나로 인한 학교 운영 중단은 교사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이전과 비교하여 교사가 새로운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학생들에게 지식 전달뿐만 아니라 사회적, 도덕적, 인격적 가치를 가르치는 역할, 이를 통해 학생들이 자기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고귀한 일을 하고 있다.

                                                    정선영 교수 (서울사이버대학 대우교수)
                                                    정선영 교수 (서울사이버대학 대우교수)

  한동안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에 살았던 적이 있다. 지친 몸으로 퇴근하는 날엔 6층까지 걸어가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집 밖으로 나갈 일이 있으면 한 번에 해결하려 애썼다. 저녁 상차림에 두부가 필요한 일들이 자주 생겼지만, 가끔 앙꼬 없는 찐빵처럼 두부 없이 찌개를 끓였다. 매실 10킬로 그램과 3킬로짜리 설탕 두 봉을 들고 계단으로 올라갔던 여름날의 고생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교육 재료를 넣은, 제법 무게가 나가는 가방을 들고 다른 학교로 출장을 간 날이었다. 깔끔한 스커트 정장에 구두까지 신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지만, 버튼이 눌리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4층에 있는 목적지까지 걸어갔다. 한걸음이 너무도 무거웠다. 나중에야 카드 터치 방식으로 열리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생들이 무분별하게 타는 까닭에 제한했다는데 외부에서 방문하는 사람들까지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사용하는 사람을 보기 어려울 만큼 일상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학교가 학생의 엘리베이터 사용을 통제하는 경향이 있다. 엘리베이터 옆에 학생 사용 금지 팻말을 붙여 제한하기도 한다.

  엘리베이터 앞에 선 학생들은 팻말을 흘끔 보고는 의문의 눈빛 하며 이내 계단으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빨간색으로 큼지막한 학생 엘리베이터 탑승 금지라는 글씨는 마치 부적처럼 효과가 있었다. 학생들은 금지된 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포기했다. 하지 말라는 것을 지키려는 무의식이 장치로 작용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간혹 몇 안 되는 학생만이 지나가는 선생님의 눈치를 살피며 '다리가 아파서요'. '보건실에 가려구요'. '혼자 가기 힘들어서 부축하는 거예요'. 라는 이유를 대며 정당성을 알렸다. 부적 효과는 3개월 정도 지속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내 학생들은 금지 팻말을 보면서도 하나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처음 탑승 전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아래로 향하거나 앞만 응시하는 것으로 시선을 회피했다. 서너 명으로 늘어나자, 스스럼이 없어졌다. 6개월이 지난 지금은 태연히 끼어들거나 의례 삼삼오오 끼리끼리 웃으며 당연하게 이용한다.

  학교에서는 하지 말라는 것을 어기는 학생들을 보면서도 지도하지 않는다. 꼭 지켜야 하는 질서라면 모든 사람이 공유하고 지키도록 지속적인 안내를 해야 가능해진다. 그것이 지켜지기 위해서 학교 구성원들과 규칙을 합의하는 게 먼저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엘리베이터 앞에 팻말이 붙은 것을 목도했을 뿐이다. 지켜지지 않았던 결정적인 이유가 아니었을까. 타도 되고 안 타도 되는 것이 아니라 약속된 것이었으면 작은 일이라도 지키도록 가르쳐야 한다. 가르치지도 않고 지키지도 않는 상황, 이쯤 되면 팻말을 없애는 게 낫다. 왜냐하면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는 아이들로 만드는 일이며 팻말을 보고도 버젓이 타는 얌체를 키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자주 나는 것은 학생들이 타서가 아니다. 이용자의 규모를 알면서 건물을 지을 때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고, 설치한 사람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은 문제다.

  학교는 학생들이 학습과 성장을 위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학습하고, 교류하며, 각종 활동 참여가 빈번히 일어나는 곳으로써 학생들의 필요와 희망에 부합하는 공간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게 맞다. 그렇다고 학교에 학생만 있는 것이 아닌 까닭에 구성원들의 주된 공간이 분리되어 존재한다. 교사나 직원 전용 구역은 교육 및 관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사용하는 교무실, 특별실 등의 공간이다. 학생들을 위한 구역으로는 수업과 학습활동 공간인 교실이 있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구성원의 교류가 일어나는 공간이다. 일부 구역은 특정 시간대에만 출입이 허용된다. 실내 체육관이나 시청각실은 수업 및 회의 시에만 사용가능한 제한 구역이 될 수 있다. 공연장이나 다목적 홀은 특별한 목적의 행사가 없는 경우에는 출입이 제한될 수 있다. 반면 문이나 엘리베이터같이 함께 쓰는 기능적 공간은 함부로 제한하거나 일방적으로 출입 금지를 붙이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 학생이 없는 상황을 경험했다. 반대로 아이들은 교사와 학교가 없는, 각자의 부재를 경험했다. 부재에서 오는 통찰과 서로의 필요성을 느낀 날들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학교의 존재 이유, 학교의 목적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 학생이 학교에 오는 일이 당연한 것이 아니며 교사의 존재는 학생이 있어야 빛을 발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교육의 본질에서 떨어진 것에 집중하며 얼마나 에너지를 낭비했는지를 아는 시간이었다.

  교사 역할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 IT의 발전과 코로나로 인한 학교 운영 중단은 교사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이전과 비교하여 교사가 새로운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학생들에게 지식 전달뿐만 아니라 사회적, 도덕적, 인격적 가치를 가르치는 역할, 이를 통해 학생들이 자기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고귀한 일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의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공동체 교육을 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 함께 아껴 쓰지 않으면 서로가 불편하다는 사실. 단순한 물리적 배치를 넘어 학교 구성원 간의 공유와 상호 존중, 그리고 교육적 가치를 최대화하기 위한 공간 관리에 대해 깊은 고민과 실천이 공간 사용에도 포함되어야 한다. 여전히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과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이며,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을 도와주는 멘토다. 존중을 통해 존중받을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에듀인뉴스(EduinNews) = 인터넷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