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교육과 학교와 교사의 중요성을 아는 모든 사회에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문교육>이 교육의 골간을 이루어 왔으며, 이러한 인문교육 안에서, 교사와 학교는 사회를 하나의 공동체로 통합시키는 데 필요한 공통된 가치관을 갖도록 하며 사회 구성원이 합의할 수 있는 보편적 인간상을 길러내는 것으로 인정받아 왔다. 그렇지만 <필요><유용성>의 관점에서 교육의 성격과 학교의 위상을 새롭게 재단해 보려는 현대사회와 그 교육관 아래서, 인문교육과 그 교육적 이상은 침해받고 위축되었고 급기야는 그 존재 이유조차 불명확하게 되었다.

  오늘날 그 성격이 모호해져 가고 있는 인문교육과 그 교육적 이상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위해서는, 이에 앞서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해 보아야 한다. 우리 인간이 영위하고 있는 여러 가지 활동들 가운데서 <교육>이라는 활동이 지닌 특성은, 인간의 삶이 당면하고 있는 불가피한 조건과 상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의 삶이라는 것은 우리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늘 왜소하고 나약한 것, ‘지금, 이곳에서의 즉각적인 만족을 요구하는 것, 그리고 평범하고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에 둘러싸여 있다. 이로 인해 우리가 힘써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 인간의 삶은 항상 그야말로 나약하고 왜소한 삶으로, 즉각적인 만족을 찾는 삶으로, 그리고 용이하고 안이한 것을 추구하는 평범한 삶으로 전락할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이로 볼 때, <교육>이라는 인간의 활동은, 인간의 삶이 늘 대면해야 하는 왜소성과 즉각성, 평범함에 빠지지 않고, 무언가 탁월하고 위대한 것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의지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교육>에 대한 이러한 설명은 인문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인문교육>, 인간의 삶이 늘 직면해야 하는 왜소하고 즉각적이고 평범한 것을 탈피하고 장차 탁월하고 위대한 것으로 도약하려는 인간의 여망에서 비롯된 교육의 형식이며, 인류가 오랜 역사를 통해 존속시켜 온 하나의 전통이고 제도이다. 탁월하고 위대한 것을 추구하고 영위하려는 삶은, 그러한 삶에 상응하는 <인간의 조건>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이때 요구되는 인간의 조건은, 다름 아닌 인간다운 마음을 형성하는 일’, 인간다운 성품과 심성을 갖추는 일이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문교육이라는 이 제도는 바로 인간다운 성품을 형성하고 심성을 함양하는 교육적 과업을 이제껏 담당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간다운 심성을 함양>하려는 인문교육의 관점에서 볼 때, <개인의 필요><사회적 유용성>이라는 것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이고, 시대와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출현한다. 반면에 인문교육을 통해 길러야 할 <인간다운 심성과 인간상>은 언제나 동일한 것이며, 시대와 환경이 바뀐다고 해서 변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지금부터 수백 년 전의 사람들이 당면했던 개인적·사회적 필요는 요즘 사람들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할지라도 그때의 교육에서 기르고자 했던 인간다운 심성과 보편적 인간상은 지금의 교육에서 기르고자 하는 그것들과 하등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개인의 필요와 사회적 유용성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심성을 함양하려는 인문교육 아래서의 학교 본래의 모습 또한,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학교와는 다른 모습을 갖고 있었다. 본래 <학교>라는 장소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필요유용성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일상적 삶의 소용돌이에서 학생들이 일정 기간 격리되고 떨어져 나와인간다운 심성을 함양하고 탁월하고 위대한 것을 대면할 수 있도록, 특별히 마련된 공간으로 인식되어왔다. 학교가 다른 장소에 비하여 특별한 점은, ‘지금, 이곳’(now and here), 즉 개인과 사회의 필요에 따라 눈앞에 급박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상 세계와 직업적 삶으로부터의 격리’(隔離)에 있다. 학교에 옴으로써 학생들은, 일과 유용성의 이데올로기가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는 활동적·직업적 삶의 굴레에서 일정 기간벗어나게 되고, ‘유용성의 관점을 통해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문화(혹은 문명)를 학습하게 된다.

  현대사회와 그 교육은 인문교육과 학교의 본래의 위상에 대해 상이한 시각을 드러낸다. <필요와 유용성>의 관점에서 교육의 성격과 학교의 위상을 새롭게 규정하고 혁신하려고 하며, 교육과 학교를 <사회와 개인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자 한다. 반면에 인문교육은 <인간다운 심성의 함양>이라는 관점에서 전통으로부터 물려받은 교육의 성격과 학교의 위상을 더 확고히 하려는 것이며, 필요와는 무관하게, 교육과 학교가 전통적으로 지녀 온 그 본연의 이상과 목표를 추구하고자 한다.

  인문교육의 전통과 대비해 볼 때, 현대사회의 교육관은 인간다운 심성의 함양이라는 교육 내적인 관점보다는 개인과 사회의 필요라는 교육 외적인 관점에 입각해 있다. 현대사회의 교육과 학교는 교육활동에 본질적으로 담겨 있는 <교육의 내재적 목적>은 망각하고, 교육활동을 수단으로 삼아 무언가를 이뤄내려는 <교육의 외재적 목적>을 실현하려고 한다. 특히 현대사회의 교육관에서는, 교육과 학교 본래의 성격과 위상을 이해하고 구현하려는 <교육적 고려>보다는 정보화시대의 <사회적 필요>를 우위에 두고서, 교육과 학교 본래의 성격을 해체하고 그 전통적 위상에 변혁을 가하려고 한다.

  이러한 때, 현대사회의 교육관이 의도하는 교육과는 극명하게 대립하는 <인문교육>의 성격을 분명하게 이해하며, 필요와 유용성을 앞세우고 정보화를 모토로 삼은 새로운 교육과정의 시행으로 인해 완전히 몰각하게 될지도 모르는 <학교 본래의 위상>을 탐색해 보는 작업은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에듀인뉴스(EduinNews) = 인터넷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