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회 변화와 교원정책의 방향

김이경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지난 3월에 있었던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세계 최정상급 바둑 기사 이세돌 9단과의 역사적 대국은 우리 모두에게 공포에 가까운 충격을 안겨주었다. 구글의 딥 마인드(Deep Mind)가 개발한 알파고는 인공지능이 강화학습을 통해 스스로 지능을 높여나갈 수있다는 가능성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기계가 사람보다 더 똑똑해지는 시대가 성큼 코앞으로 다가왔음을 알렸다.

컴퓨터가 제아무리 놀라운 정보처리능력을 보여도 계산기는 계산기일 뿐 인간의 고차원적인 지능은 흉내 낼 수 없다는 논리가 가차 없이 뒤엎어진 지 오래다. 자율주행 자동차, 증강 현실, 3D 프린터를 넘어 4D 프린터, 사물인터넷 등은 여행, 의료, 금융, 유통 등 전 분야의 존재 방식을 종횡무진 바꾸면서 우리의 삶에 심오하고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세계화, 고령화, 다문화사회의 심화, 소셜미디어의 발달, 가정형태의 변화 등의 트렌드는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미래를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미래사회는 과거와 현재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우리가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이렇게 낭만적인 생각만 하고 있기에는 변화의 내용과 속도가 너무 위협적이다.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여 장차 개인, 사회, 국가를 선제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인재, 그리고 다문화사회, 세계시민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교육계에 요구하는 주문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이는 미래 주역이 되는 초중등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 전면적으로 개편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다. 변화하는 미래에 대비하여 준비되지 않은 그들에게 미래사회는 난폭하고 잔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누가 그들을 어떻게 준비시켜야 한다는 말인가? 학자들과 현장 실천가들은 그 해답을 교육에서 찾곤 한다. 교육은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 원천으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결국 그 해결책도 교육에서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육이 해결해야 할 숙제는 학생들과 얼굴을 맞대면서 가르치고 안내하고 지원하는 교원들의 몫이다. 제아무리 훌륭한 교육 목표와 전략을 담은 정책이 수립된다 하더라도 학교와 교실에서 교사와 행정가가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그러한 정책적 노력은 한낱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 글에서는 미래사회 변화 트렌드를 간략하게 드러내고, 이러한 변화가 미래의 주역들인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무엇인지 살펴본 후, 교원들의 준비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미래사회의 핵심 트렌드와 도전은 무엇인가?

첨단 기술의 무한한 발전은 미래사회의 모습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동인임에 틀림없다. 기술혁명은 스마트폰, 스마트카 등 개별 상품의 범위를 넘어 우리 사회 자체의 모든 것을 연결시키고 더욱 지능적인 모습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1월 스위스에서 개최된 ‘2016 제46회 다보스포럼’의 주제가 ‘4차 산업혁명의 이해’로 정해진 것은 그러한 변화의 범위와 깊이를 짐작하게 한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모바일, 3D 프린터, 무인자동차, 나노·바이오기술 등과 어우러져 디지털, 물리적, 생물학적 영역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산업과 사회, 국가 통치시스템의 변화는 물론,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대가 혁명적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로부터 소득의 증가, 삶의 질 향상 등과 같은 긍정적 혜택과 가능성을 탐지해 내는 리더들도 있다. 가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자동화로 인해 남는 시간과 인력이 사람들에게 더 많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거나 장애아동을 24시간 돌보는 등의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전망보다는 우려와 불안감이 훨씬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높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나 선진국은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하위 서비스업 종사자나 저숙련·저비용 노동에
의존하는 신흥국에는 불리하게 작용하여, 사회 불평등과 빈부격차의 확대, 중산층 붕괴 등을 초래할 수 있으며, 노동시장의 붕괴 등이 민주주의 위협, 국가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일자리 쇼크’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로봇과 인공지능이 보편화되면서 선진국 등 15개국에서 2020년까지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지만,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210만 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사무직이나 관리직은 가장 많이 축소되는 반면, 컴퓨터나 수학, 금융, 건축 관련 분야의 일자리는 늘어나는 것으로 전망되었다.

일자리 문제는 이미 ‘글로벌 일자리전쟁’,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명칭으로 2015년 개최된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에서도 심각하게 논의된 바 있다. 갤럽의 짐 클리프턴 회장은 제3차 세계대전은 정치적이거나 군사적 전쟁이 아닌 양질의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일자리 전면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60개국의 데이터를 6년에 걸쳐 분석한 결과, 세계 70억 인구 가운데 일하고 싶은 사람은 30억 명인데, 쓸만한 일자리는 12억 개뿐이고,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변변치 못한 직업 때문에 불안정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자리 전쟁의 범위가 국내가 아닌 글로벌이라는 점도 문제지만, 미래의 일자리 전쟁이 기계와의 전쟁이기도 하다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증폭시킨다. 증시 분석이나 기사 작성, 외과수술은 물론, 시와 소설, 법률 등 인간 고유의 감성이나 판단력이 필요한 분야도 인공지능이 장악하게 될 것이고, 그만큼 직업 세계와 직업적 성공 개념 자체가 극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2000년대 이후 사회변화의 트렌드로 이미 자리 잡은 현상들은 우리의 고민을 더욱 깊게 한다. 세계화,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 인류의 공동대응을 요구하는 환경 및 난민 문제 등의 메가트랜드는 한 국가의 해결 범위를 벗어난다. 또한, 다문화사회 전개, 그리고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와 이혼율 증가 등으로 인한 가정 기능의 변모 등도 가정의 붕괴와 해체를 부채질하며 학교 교육에 끊임없는 숙제를 던진다.

학생들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이러한 미래사회의 대규모 변화는 ‘장차 그 시대를 이끌어 갈 우리의 아이들이 과연 어떤 일을 선택하고 어떤 역량을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품게 한다. 엄청난 변화로 인하여 인류가 과거에 접해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게 된다고 하는데, 미래의 주역들은 그런 세계를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들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OECD가 주관하는 PISA 등과 같은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말해주듯이,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업성취도 측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김창환 외, 2013)에서도 학생들의 지적 역량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자신의 소질과 능력을 알고 진로를 탐색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진로역량, 건강한 신체를 유지·관리하는 신체역량,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고 긍정적 자아관을 형성하는 정신역량 등은 상대적으로 낮고, 특히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나 규칙준수 등을 지칭하는 시민역량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학생들이 급변하는 미래사회에서 건전한 시민으로서 자신이 원하는 경제활동에 종사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준비는 그리 녹록한 것 같지 않다.

이러한 우려는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다가올 미래사회에 대비하여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21세기 핵심 역량을 함양해야 한다는 문제 인식과 그 시급성은 세계적으로 공유되고 있으며, 관련 연구가 OECD나 APEC 등 국제 기구를 위시한 여러 선진국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 일찍이 OECD는 DeSeCo(Definition and Selection of Competencies) 프로젝트를 통해 학습자가 삶의 다양한 국면에서 적용할 수 있는 핵심 능력으로 자율적 행동, 상호작용을 위한 도구 활용, 이질적 집단과의 상호작용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즉,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하며,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적 환경이 요구하는 새로운 도구를 효과적
으로 사용할 줄 알고, 이질적인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협력하며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교육계, 산업계, 정부 리더들의 협업으로 운영되는 ‘Partnershipfor 21st Skills’에서는 학생들의 21세기 역량을 크게 학습과 혁신 기술, 생애와 경력 기술, 정보·매체·테크놀로지 기술이라는 세 가지 범주로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포함된 역량 가운데 몇 가지만 예를 든다면, 창의성, 혁신,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력, 의사소통, 융통성과 적응성, 다문화 수용성, 리더십과 책무성, 정보 리터러시 등으로 과거의 3R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다원적, 다차원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번에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창의융합인재 양성을 겨냥하며 단행한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의 역량을 규명하려고 시도한 점은 눈에 띈다. 창의융합형 인재가 갖추어야 할 6대 핵심역량으로, 자기관리, 지식정보처리, 창의적사고, 심미적 감성, 의사소통, 공동체 역량 등이 제시된 바 있다.

국제적으로 볼 때도 최근 캐나다, 핀란드, 일본, 네덜란드 등 많은 국가에서 단행하고 있는 교육과정 개혁은 새로운 요구에 부응하려는 국가적 노력의 산물이다. 지난 수십 년간 방대해진 교육과정 내용을 축소하고, 창의적·융합적 사고의 함양을 가로막는 과목 간 경계를 약화시킴으로써 노동시장이 필요로 하는 핵심역량 증진에 초점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Macdonal D, 2003).

그러나 교육과정 개혁이 학생들의 역량 함양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교육과정을 교수-학습 활동으로 변환하는 주체인 교사들의 관심도와 준비도에 따라 교육과정 실행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준비와 교원정책의 방향은?

미래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21세기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교육 역량을 지닌 교사의 확보이다.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새로운 교수-학습방법을 도입하여 교육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교육 혁신 방안이 제아무리 훌륭하게 구상된다 해도 학교에서 궁극적으로 이를 실천할 주체인 ‘교사들’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정미경 외, 2014). 즉, 교사들 스스로 21세기 역량을 갖춘 인재가 되어야 하고, 이를 토대로 직무수행 전반을 통해 학생들의 역량을 함양시킬 수 있는 전문성과 열정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나라 교사들의 준비도는 어떠한가? 우리나라 교사들은 노동시장에서 최고의 고급 인재들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교원양성기관에 입학하여 자격을 취득한 후 또다시 치열한 경쟁을 거쳐 교직에 입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학생들의 학습지도 및 생활지도는 물론, 모든 업무에 탁월한 최고의 인재만이 수석교사나 교감·교장의 직위에 오르게 된다. 개발도상국들의 교육발전을 위한 경험 전수에서 우리나라 교원정책은 그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단골 메뉴이고, 내로라하는 선진국들마저 우리나라의 교원확보 현실을 부러워하고 벤치마킹한다.

우리나라 교원들을 미래사회에 대비한 학생 교육의 관점에서 볼 때도 동일한 찬사가 적용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 교원은 4차 산업혁명, 일자리 전쟁으로 불리는 시대에 학습하고, 직업을 구하고, 삶을 영위하면서 글로벌 공동책임을 떠맡아야 하는 인재를 키우기에 합당한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이러한 역량이 발휘되도록 우리 시스템은 교원을 잘 지원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원정책은 활력을 잃었다. 지금까지 국가 교육정책의 핵심 아젠다 가운데 교원정책은 늘 빠지지 않고 중요하게 다뤄졌다. 그러나 웬일인지 최근 교원의 중요성과 이를 담보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은 무대 뒤로 사라진 듯 잘 보이지 않는다. 교사 신규채용 확대나 업무 경감 등과 같이 대통령 공약에 포함되어 있던 사항마저 가시적 개선 효과를 체감하기 힘든 상황에서 미래사회에 대비한 학생 교육을 위한 교원의 준비도 개선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는 생각마저 든다.

‘교사의 질이 교육의 질을 좌우한다’는 오래되고 평범한 문구를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미래사회에서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핵심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사들이 그러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교사 선발과 임용 단계에서부터 교사의 전문성 개발, 평가 및 보상, 승진 및 퇴직에 이르는 제반 제도와 긴밀하게 접목되어야 한다. 가령, 선발이나 임용, 보상 등에 있어서 창의적 학습자이자 헌신적 전문가로서 교원들의 역량 증진 노력이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 되새겨볼 일이다.

그러나 교원들의 인사제도 개선만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원의 역할과 직무에 대해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교육한다’는 교육적 관점과 더불어, 학생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그들의 ‘성장과 발달을 유도하는 촉진자’라는 관점이 필요하다(김창환 외,2015).

교원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학생의 학습에 초점을 맞추어 형성·집행되어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사회는 학생들의 역량을 송두리째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교원정책은 교원의 양적 수급 맞추기에만 매몰되어 있을 때가 아니다. ‘(가칭) 미래교원혁신위원회’라도 구성해서 양성과 재직단계의 교원정책 전반을 미래사회의 변화에 비추어 재진단하고, 총체적인 개선 과제를 도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한 강도 높은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미래사회는 교원과 학생 모두에게 잔인하고 폭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며,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