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에 참여한 이명현 전 교육부장관(왼쪽), 장호완 서울대 명예교수(가운데), 이돈희 에듀인뉴스 발행인(오른쪽) 모습>

국가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은 교육의 중심적 기능의 하나다. 국가를 발전시키고 국민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탁월한 인재를 찾아서 잘 길러야 한다. 그러한 인재의 육성은 국가를 위해서만 아니라 지구촌의 번영과 평화와 복리의 증진에 기여하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인재의 발굴과 양성을 위한 제도적 구조와 기능은 그 자체로서 교육의 기회를 창출해 분배하기도 한다. 그러한 교육의 기회를 정의롭게 분배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제도적 구조와 정책적 방향, 사회적 환경은 어떠한지 함께 검토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첫 번째 순서로 이돈희 본지 발행인의 사회로 이명현 전 교육부장관, 장호완 서울대 명예교수를 초청해 대담을 마련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편집자 주>

사회 과거에는 아이를 키우는 역할이 가정에 있었습니다. 부모는 자녀를 잘 키워서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인재가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국가는 과거나 고시를 통해서 그렇게 잘 길러놓은 인재를 선발했습니다. 부모나 국가가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장호완 서울대 명예교수가 에듀인뉴스 특별대담해 참석해 '국가발전을 위한 인재, 어떻게 발굴하고 육성할 것인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호완 우선 세계적으로 관심을 끈 한류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싸이의 ‘말춤’이지요. 한 사람의 싸이가 탄생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자신의 끼를 100% 발휘할 수 있도록 한 것, 자기가 좋아하는 것, 탁월해 보이는 능력을 스스로 개발하도록 사회적 분위기가 이를 배려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한국화시키고 국제화시킨 능력이 빛을 발한 것입니다.

그것에서 유추해 보면, 우리가 어떻게 학생들의 끼를 계발하고 발전시켜줄 것인가? 이게 교육의 하나의 목적이 되고 그런 방향으로 지향해 준다면 제2의 싸이가 나올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방향으로 공교육의 개념이 포괄적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개념 자체가 지금까지의 교육시스템을 기준으로 해온 말이 아닙니까? 얼마 전에 강의를 준비하며 ‘앞으로 우리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되짚어보는 과정에서 서너 가지 경향을 엿보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탈집중화 현상입니다. 다양성이 강조되고 개인적인 활동이 활발해지니까 사회가 무너지고 조직이 와해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런 사회에 맞는 시스템으로 교육의 흐름이 바뀌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교과서의 변화입니다. 미래학자들은 아날로그적인 교과서가 언제까지 존재하게 될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교육 콘텐츠도 바야흐로 디지털시대로 접어든 것입니다. 이미 일부 학교에서는 e-book을 가지고 수업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교육 콘텐츠가 사이버화되면 전 세계를 하나의 교육 콘텐츠로 통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부작용도 뒤따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또 어떤 문제를 자아낼 것인가? 예를 들면 한 가지 이념 속에 통합된사회 교과서가 사이버 공간에 떠돈다면 이것도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사회 소위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이라는 미명 하에 모든 것이 획일화되어 버리는 부작용이 뒤따르겠죠.

장호완 그렇습니다. 그러한 위험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개인의 자율성이 너무 강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율성이 뛰어나도 다양한 융합적인 상황과 연결되지 않고는 글로벌 사회에서 살아가기 힘듭니다. 학문과 학문의 연결, 통습이 이뤄지는 체제에 자율성을 너무 강조하는 우리 교육의 시스템이 잘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2009년도에 엘빈 토플러가 한국에 와서 젊은이들에게 강의를 했는데 그때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이대로 가져가서는(이것은 공교육의 개념입니다) 안 된다. 조직화되고 집중화된 교육시스템으로는 한국이 세계화되기 힘들다. 한국이 선진화되려면 교육 시스템을 바꿔라”고 했답니다.

그때 저는 한참 “3불 정책(본고사부활 불가, 고교등급제 불가, 기여 입학제 금지)이 대한민국의 인재를 말살한다”고 주장하고 다닐 때였습니다. 저는 유럽에서 공부를 했는데 그때 보니까 유럽의 젊은이들은 브뤼셀에서 공부하고 핀란드나 파리로 가서 직장을 구합니다. 그런 식이면 우리의 학생들도 서울에서, 순천에서, 대구에서 공부해서 베이징에서, 상하이에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글로벌 시대에 맞는 교육 시스템과 사고방식을 갖지 않고서는 기대하기 힘듭니다. 글로벌 시대에 맞게 교육 제도를 바꿔야 가능한 일입니다.

사회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것도 글로벌 시대를 전제로 생각해야 된다는 말씀이네요.

장호완 제가 자연대학 학장을 하면서 사범대학의 교육과정을 살펴봤더니 이과 부분 교육이 우리 자연대학과 틀린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일부 교육학 전공과목을 제외하고는 정치 분야 교육이 사회대학하고 거의 같았습니다. 저는 이런 사범대학 교육은 기본적으로 문제라고 봅니다.

박사 과정 논문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사 과정을 밟고있는 초중등 교사들이 교수와 같은 논제를 가지고 연구를 합니다. 전혀 초중등 교육에 필요 없는 주제를 가지고… 사범교육의 콘텐츠 변화 없이는 대한민국 교육이 어렵습니다. 지금 학교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이 한창인데 사범대학에서 창의적 체험을 배운 선생님이 없어요. 그것을 가르칠 줄 아는 교수도 없습니다.

두 번째는 교육을 사범대학에만 맡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제가 자연대학 출신이라 그런 것이 아닙니다. 사회가 점점 다양화되고 다변화된 가치관을 가지고 융합하는데 사범대학만이 특정적인 독점 체제로 가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입니다. 오늘 제가 이 자리에 나오면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 두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사범대학이 문제다’라는 것입니다.

<이명현 전 교육부 장관이 에듀인뉴스가 마련한 특별대담 '국가의 발전을 위한 인재, 어떻게 발굴하고 육성할 것인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명의 대전화 시각에서 한국의 교육 문제를 바라보자

이명현 인류역사에서 문명의 대전환이 지금과 같이 일어난 적은 없습니다. 교육도 그런 대전환에 알맞은 체제와 내용으로 바뀌어야 된다는 말씀인데, 저도 전적으로 동의를 합니다.

20여 년전에 사회자와 제가 참여해서 5.31교육개혁안을 만들었는데, 당시 한 가지 분명한 목표를 설정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세계화, 정보화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신교육체제가 무엇이 되어야 하겠는가? 그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교육개혁이 이뤄져야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흡족한 결론은 얻지 못했습니다만, 그 당시 그런 안목을 가지고 시동을 건 것만으로도 평가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교육제도는 시대에 따라 늘 바뀌어 왔습니다. 고조선의 역사, 조선의 역사, 그 이전의 역사를 들여다봐도 그렇고 서양의 역사를 봐도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그 누구도 ‘아니다’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문명의 대전환이라는 시각에서 한국의 교육 문제를 바라봐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소위 '좌파다 우파다' 하는 이데올로기적 시각에서 교육을 생각하는 교사 집단, 혹은 교수 집단이 있고, 그 이전 문명에서 통용되던 패러다임을 밀고 나가겠다는 생각이 강해 보입니다.

흔히 5.31교육개혁을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시각입니다.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염두에 둔 적이 없습니다. ‘정보화’란 말 자체가 서양에서 나타나는 문명의 변화를 염두에 둔 것이기 때문에 ‘신자유주의’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면에서 장호완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내용과 전적으로 같은 생각입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이런저런 곳에서 “한국의 교육을 봐라”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지요. “오바마가 한국의 교육에 대해 무엇을 알고 저런소리를 하느냐? 한국의 교육은 문제가 많은데 저사람 엉뚱한 소리한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을 제가 많이 봤습니다. 정부 각료를 했던 사람들도 그런 반응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오바마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존재하는 갈등 양상을 보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보고 이야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교육열로 인해 우리나라 고등학교 졸업생의 80%가 대학에 가는 현상을 보고 ‘고등교육을 많이 받는 나라가 앞으로 세계를 주도한다.

지금의 문명은 학문과 과학기술 정보가 세계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되기 때문에 그런 훈련, 즉 국민들의 교육이 잘된 나라가 반드시 세계를 주도할 것이다’는 생각으로 오바마가 이야기했을 것입니다.

옛날에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었습니다. 과거 급제를 해서 국가의 높은 관직에 오르면 그게 용이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가난한 집 자녀가 고시 합격하고, 관료가 되면 다들 ‘개천에서 용났다’고 했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 너무 가난해서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고, 끼니를 얻기 위해 일을 해야 했습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해서 검정고시를 쳐서 서울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정말 개천에서 용이 난 겁니다. 과거에는 그래서 가난한 집안의 학부모도 교육열이 높았습니다.

따지고 보면 요즘에는 ‘개천’에서 공부하는 학생 없습니다. 가난해서 학교 못가는 사람 있습니까?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에다 가정이 어려우면 이런저런 학비 지원을 다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교육열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공부를 제대로 시킬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가난한 사람은 좋은 학교도 제대로 못갑니다.

이유가 뭡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과외다 학원이다 해서 엄청나게 감당해야 할 사교육비 때문입니다. 학교가 아닌 학교 밖의 교육을 위해 돈을 들여 공부시켜야하기 때문에 집안이 어려우면 엄두를 못 냅니다.

그래서 “이제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다”는 말이 나오고, “시험을 쉽게 내라. 과외를 금지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교육의 평등을 추구하지만 이런면에서 교육의 불평등 문제가 제기되고, 갈등이 심해지는 것입니다.

장호완 조금 전에 이 장관님이 오바마 대통령을 말씀하셨는데,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오바마가 대통령 취임하면서 “기본적으로 교육혁신을 해야되겠다”고 하고, “수학과 과학 프로그램을 혁신하지 않고서는 미국이 계속해서 일류가 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수학, 과학을 우선적으로 가르쳤고, 교사 평가도 했습니다.

이처럼 글로벌 시대에는 모든 나라가 교육을 통해 우수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모든 힘을 쏟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합니까? 교육이 곧 국가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이명현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수학 교육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소련에서 먼저 위성 쏘고 난 다음에 말이죠.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졸업식때면 수학 점수가 뛰어난 학생들에게 대통령 이름으로 된 프레지덴셜 어워드(presidentialaward)라는 상을 주었습니다.

국가인재양성차원에서 보면 과거 소련에서는 자연과학자들에게 엄청난 대우를 했습니다. 자연과학 연구원의 최고 우두머리는 그 당시 소련의 최고 권력자보다 월급을 더 많이 줬다고 해요.그곳의 연구원들은 연말에 보고서도 내지 않았답니다. 연구비는 팍팍 지원해 주고 “마음대로 해봐라”는 식으로 연구 활동을 지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때 소련의 과학기술이 미국을 앞질렀습니다. 위성과 미사일도 먼저 개발하고…

요즘 우리나라의 교육 평등주의자들은 “국가 인재를 특별히 기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똑같이 길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러나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은, 특히 소련은 국가인재를 양성하는 특수학교, 운동전문학교까지 다 있었습니다.

소련이 멸망한 다음 철학연구소와 교환학습을 위해 소련에 몇 번 다녀왔는데 원장의 비서가 영어를 너무 잘했습니다. 그래서 “저 비서는 미국에서 귀화한 사람이냐?”고 했더니 아니라는 것입니다. 국가인재양성 차원에서 영어를 완벽하게 가르치는 학교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가르쳐서 요직에 배치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어떻습니까? 소위 교육 평등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특수한 학교 다 없애라” 그러잖아요. 특수학교 없애버리면 특수한 인재 못 키웁니다. 너도나도 다 똑같은 사람만 만들어지겠죠.

과학자든 관료든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어디서 어떻게 키우겠습니까? 똑같이 배우고, 똑같이 가르치면 국가가 정작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어디서 구하겠느냔 말입니다. 이제는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어요. 과거 시대에 평등을 지향한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그런 적이 없고, 지금 문명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이 급박한 시대에 옛날의 모델을 가지고 국가교육을 경영하고, 아이들을 가르쳐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돈의 에듀인뉴스 발행인이 '국가 발전을 위한 인재, 어떻게 발굴하고 육성할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한 특별대담 사회로 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제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가?

사회 아까 이명현 선생이 이야기 하신대로 사회주의 국가들, 특히 과거 소련도 그렇고, 북한은 지금까지도 그렇게 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 역시 특별하게 인재를 뽑아 육성하는 시스템이 있죠. 오히려 어떤 점에서 보면 국가가 영재를 계발해 교육하는 것이 사회주의 국가에서 더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우리도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개천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사회 계층적인 차이가 생기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예를 들면 평준화 상태에서 벗어난 자립형 사립학교, 그리고 특수목적고등학교, 영재학교 같은 곳은 사실상 저소득층 아이들이 진학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런 학교들은 국가가 사회적으로 필요로 하는 특수 분야의 영재를 별도로 선발해서 공부를 시켜 그 분야의 전문가로 키우겠다고 해서 제도를 마련하고 세운 것입니다. 일부 사립학교조차도 사적으로 영재를 발굴해서 키우겠다며 문을 연 학교가 있습니다.

제가 과거에 4년 동안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장을 했었습니다. 처음 취임해서 가보니 민사고에 입학한 아이들의 60%가 수도권 중 강남, 분당, 일부 일산, 목동 등지의 아이들입니다. 그런데 그 1년 후에는 70%가 그 특정지역의 아이들이었습니다. 또 1년이 지나니 80%가 되더군요.

그래서 선생님들하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민사고를 설립한 취지나 의도가 이것은 아니지 않느냐? 인재가 강남, 분당, 일산에만 있는 것 아니지 않느냐? 전국 각지에 분명히 있을 텐데… ”

게다가 이 특정지역에서 온 아이들 모두가 반드시 타고난 영재는 아닙니다. 상당한 수는 부모의 극성으로 만들어진 영재입니다. 만들어진 영재든 타고난 영재든 영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원목의 영재를 찾아야 한다고 원목 찾기를 위해 한동안 관심을 기울이기도 하였죠. 전국적으로 영재를 찾기 위해 일단 ‘지역할당제’를 하자고 제안했어요. 50%는 종래의 방식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고, 50%는 각 시도의 인구에 비례해 정원 할당을 했습니다.

그런데 또 문제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아이들조차 많은 수가 학원에서 만들어진 인재들이었습니다. 부모가 학원비를 댈 수 있는 가정의 아이들만 들어온 것입니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학원비, 학비를 댈 수 있는 ‘능력 있는’ 부모의 아이들만 있습니다.

지역할당을 해도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저소득층의 아이들 중에서도 분명 머리 좋고 잘 가르치면 국가에서도 세계에서도 유용할 아이들이 있을 터인데 이 아이들을 구제할 방법이 없는 겁니다. 저소득층 아이들이 민사고의 교육 혜택을 받기도 어렵고, 민사고 학생들이 저소득층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지 않고 교우관계가 없으니까 다양한 계층에 대한 경험도 못하고… 양쪽 다 이로울 것이 없습니다.

영재학교, 그리고 외고, 과학고 같은 특목고들은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이 들어가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런 것을 감안하면 아직도 개천이 존재하고 잠재적 용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명현 제가 보기에는 그런 학교들이 시험 점수로 학생을 선발하면 지방이나 저소득층 아이들이 들어가기 힘듭니다. 미국 대학에서는 공립학교 출신과 사립학교출신의 비율을 나눠서 뽑습니다. 성적으로는 최소한의 기준만 정하고, 시골학교에서 상대적으로 얼마나 잘 했느냐, 그리고 가정환경이 얼마나 나빴느냐 등등을 보고 입학을 결정합니다. 요즘 말하는 입학사정관제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무조건 학원입니다. 학교 평준화를 해도 학원 다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립학교 선생을 훌륭한 선생으로 세우자고 하는데 그건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병폐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학원을 없애는 겁니다.

그런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학원을 어떻게 없앱니까? 독재국가에서도 힘들 겁니다. 그러니까 학원을 그대로 놔두고 학원에서 점수 잘 받아 들어오는 비율과 지역할당 확대, 학교장 추천, 가정환경 등등을 봐서, 즉 점수로 학생을 선별하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입학제도를 마련하면 개천에 있는 애들이라도 용으로 키울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 학교가 운신의 폭이 참 좁습니다. 자립형 사립학교라 하더라도 학생을 선발하는 까다로운 규칙을 교육부가 정해놓고 있습니다. 학교가 객관적인 자료로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학교가 마치 비리를 저지르는 것처럼 신뢰하지를 않고, 학교가 자체 기준에 의해 합리적으로 정직하게 뽑는다고 하더라고 온 세상이 그 과정을 믿으려 하지 않는 그런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명현 아주 옳은 말씀입니다. 예를 들면 모 대학 총장이 그런 결심을 하고 학생을 선발하면 교육부가 어느 정도 용납한다고 하더라도 누군가가 학교총장, 입학처장 같은 사람을 검찰에 고발을 합니다. 그러면 검찰이 수사를 합니다. “총장 와라, 교무처장 와라, 자료 가져와라” 합니다.

제가 교육개혁위원회에서 일을 할 때 총리를 모셔놓고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법 기관이 왜 이럽니까? 학생선발권은 학교에 있다고 하면서 사법기관이 통제 아닌 통제를 합니까?”

우리나라가 제대로 되려면 이런 사법 만능주의를 깨야 합니다. 미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에 한국식으로 제소를 하면 법원에서 기각을 해버립니다. “학생선발권은 학교장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그 사람이 책임지는 것이다. 사법권이 간섭할 일이 아니다”라고 합니다.

사회 현재의 교육 제도 안에서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영재로 선발되어도 경쟁에서 매우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민사고에 있을 때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우리는 원목(原木)을 뽑아야 한다.” 그렇습니다. 만들어진 영재는 수업을 잘 따라오기에 당장에는 앞서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선생님들도 좋아하지만, 좀 있으면 원목들이 치고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국가가 장학제도를 잘 운영한다든가. 혹은 사회적으로 돈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 환원의 수단으로서 그런 계층의 자녀를 지원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면 그런 원목들을 잘 발굴해서 키울 수가 있습니다. 그런 제도 마련 없이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키울 수가 없어요.

이명현 저는 지역할당제를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교육개혁위원회에 있을 당시에 기자회견을 하고 법으로 만들려다가 파장이 클 것 같아 못했는데, 정운찬 씨가 총장이 된 후 서울대에서 지역할당제를 시작했습니다. 초기에 그 비율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많이 확대되었죠. 지역할당제를 하면 대학입시공부를 위한 도시 집중 현상이 없어집니다.

제가 중국에 가 봤더니 좋은 대학 가려고 작은 도시에서 중소도시로, 중소도시에서 대도시로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이동을 합니다. 입학경쟁이 굉장합니다. 그런 부작용을 없애려면 시골에 살아도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시골에 살면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자녀교육 문제입니다. 그것을 해결하려면 지역 할당을 해야합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지방자치가 잘 실현되고 있고, 도시 분산책을 써서 지역별로 많이 좋아지고 있는데, 그것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소위 좋은 대학의 지역할당제를 실시해야 합니다.

지금 정부는 반값등록금이라고 해서 많은 돈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그것보다는 중고등학교의 가난한 집안 아이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더 시급합니다.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기보다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주는 장학금의 비중을 늘려야 합니다.

글로벌 인재를 키워야 한다

사회 저소득층은 자력으로 경쟁하기 힘드니까 그만큼 특별한 배려를 해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인재들의 훈련을 해외에서 시켜왔습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인재를 키워야 합니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좋은 나라다, 모범국가다, 경쟁력이 있는 나라다’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우리도 인류의 번영에 기여를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재를 많이 배출해야 합니다. 어떤 체제를 갖추어야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재를 우리 스스로 키울 수 있을까요?

이명현 저는 공채1기로 서울대 교수가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글로벌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학과의 경우 미국에서 최고의 대학을 나오고, 논문도 몇 편 이상 발표하고, 미국 최고의 연구기관이나 최고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분들이 교수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학문 수준이 많이 올랐습니다.

그러나 제가 학교 다닐 당시가 해방 직후였는데 그때 실력 있는 학자, 교수가 얼마나 있었습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우습기까지 합니다. 고작 학사 학위 밖에 없는 분이 대부분이었고, 발표한 논문도 없는 분들이 대학생을 가르쳤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서울대를 나왔는데, 지금은 서울대학뿐만 아니라 지방의 대학도 세계적인 권위, 수준에 올라와 있는 분들이 교수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자꾸 외국으로 유학가는 것은 옳지 않다’라는 생각을 해요. 그러면서도 저는 세계가 교류하는 세상이니까 학생들에게 학생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으로 나가서 학점을 따오게 합니다.

선진국 대학들과 학점 교환제를 진행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세계적인 안목을 넓히고, 인적교류가 이뤄져야 세계적인 인재를 기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국의 일류대학은 인터넷을 통한 강의를 다 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그것을 듣고 학점을 따게 합니다. 경제 여력이 되지 않아 외국을 못가는 학생들은 이러한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외국 대학의 학점을 우리가 인정해주면 이런 과정을 통해 국제적인 무대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를 기를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 대표적으로 반기문 UN사무총장과 송상현 국제사법재판소 소장을 보면 될 것 같습니다.반기문 씨 같은 분은 교육을주로 한국에서 받은 사람입니다. 송상현씨도 대학까지는 한국에서 공부했습니다. 과거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길러졌습니다. 개천에서 용들이 났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 대학의 수준도 높아지고, 또 세계와의 교류가 개방되어있고, 인터넷 등의 정보체제도 발달해 있어서 국내에서도 국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인물들을 잘 양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명현 또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 대학도 있잖아요. 그러한 시스템을 통해 서양 교수들에게교육받는 것도 좋겠지요.

장호완 이 장관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학점교환제는 상당히 중요한 제도 중의 하나입니다.

지난해 동경대학에 갔을 때 동대 총장께서 “우리는 외국대학과 학점교류를 할 뿐만 아니라 대학원에서는 전부 영어로 강의를 한다”고 했습니다. “일본 문화를 영어로 강의하면 전달이 잘 안되지 않습니까?”라고 일행 중에 한명이 질문을 했더니 동대 총장은 “적절히 표현을 못해도 못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게 되니까 그것 자체가 공부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의무적으로 영어를 대학원에서 하게 하고 다른 대학과 학점교환제를 하는데, 한국 전문가를 키우기 위해서서울대와 학점교류도 하게 되었다고 했어요. 그리고 서울대학에 동경대학 출장소가 있어서 학생과 교환 교수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베이징 대학에도 출장소가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학점교류제뿐만 아니라 출장소를 두어서 유기적으로 관리하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명현 20여 년 전, 제가 교육부 책임자로 있을 때입니다. 독일의 고위층이 서울에 와서 제게 들려준 얘기입니다. 그 당시에 독일 대통령이 독일대학 총장들을 전부 모아놓고 “앞으로 학생들에게 전부 영어로 교육하라”고 지시했다고 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그 당시 안병영 장관이 초등학교부터 영어를 가르치겠다고 했다가 야당 국회의원에게 엄청 시달렸습니다. 교육부 장관을 고발하고, 죽이려고 달려드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이 잘 안 되는 데는 비단 학부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교원, 교수, 정치가들의 교육에 대한 의식 전환이 있어야 합니다. 국회의원들이 발목을 잡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장관이 혁신적인 교육안을 내놓으면 여당이든 혹은 야당이든 한쪽에서 발목을 잡습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순전히 정치적 이유 때문에 반대편에 있는 당이 정치적인 반대를 합니다. 진정으로 교육의 미래를 생각해서 하는 반대는 없습니다. 소위 오피니언 리더들부터 의식의 전환이 일어나야 합니다.

<에듀인뉴스 특별대담에 참여한 이돈희 에듀인뉴스 발행인, 이명현 전 교육부장관, 장호완 서울대 명예교수(왼쪽부터)>

사회 부모들이 자식을 교육시킬 때 직업에 따른 사회적인 위세가 다르니까… 말하자면 의사나 판검사, 그리고 돈 잘 버는 직업을 갖게 하기 위해 공부를 시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시야를 넓혀서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직업이나 직종에 따른 편견도 좀 없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명현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입신양명, 가문의 영광을 위해 교육을 했습니다. 주로 국가의 권력기관 관료가 되는 것이 교육의 목표였지요. 요즘에는 주로 돈을 많이 버는 것입니다. 아픈 사람치료하는 의사가 되려고 의과대학에 가는 것이 아니라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얻기 위해 간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부모들의 교육관부터 바꿔야 합니다. 이게 다 부모들의 가치관, 인생철학이 빈곤해서 그렇습니다. 사람이 무엇 때문에 사느냐, 우리가 자식을 왜 키우느냐, 무엇 때문에 공부시키느냐, 그런 문제를 생각을 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공부하기 싫어 죽겠는데 부모들은 “공부해라, 공부해라” 하고 억지로 시키니까 정말 공부 않겠다고 자살까지 합니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야 합니다. 자기가 잘하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게 해야 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하고 전문가가 되어서 사회생활도 하고,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슨 일을 해도 스스로 행복해야 더 잘하지 않겠어요? 그래야지 또 남에게 이로운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의식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보세요, 요즘 유명한 사람은 공부 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공 잘 차는 사람, 공 잘치는 사람, 춤 잘 추는 사람, 노래 잘하는 사람이 더 유명합니다. 그런 우리 자녀들이 세계무대에 나가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장호완 진화론자인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이라는 책을 썼는데, 그중에 ‘가장 생명력이 센 종은 외부 환경에 맞게 스스로 변화하는 종이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변화하지 못하면 개인도 그렇고 사회도, 국가도 끝없는 문제를 우리 사회에 남기게 됩니다.

부모도, 학교도, 교사도 우리 모두가 스스로 알아서 대문명사적 변혁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변화를 추구하여야 할 것입니다. 나라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 모든 교육계 종사자들이 그 변화를 주도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 과거 우리나라의 권위주의적인 정치에 대한 반작용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히 우리 교육계에는 평등의식이 매우 강하게 깔려 있습니다. 우수한 인재를 국가적 차원에서 발굴해 키우는 것을 마치 특혜를 주는 것과 같이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적인 인재라는 것은 자신만의 성장이 아니라 나라와 사회에 큰 이바지를 합니다. 그러므로 평등도 중요하지만, 나라를 위해서 일할 수 있는 인재, 특히나 세계 각 나라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글로벌 시대에 국가의 인재를 잘 계발하는 것은 국가적 과제이기도 합니다. 그 역할을 우리 교육계가 잘 감당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오랜 시간 좋은 말씀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