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좋은 사람은 '쉬운 사람'이다.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짓궂은 농담에도 웃음으로 답하는 그런 사람. 대부분의 사람들이 '쉬운 사람'이라고 하면 '우스워 보이는 사람' 혹은 '수준이 낮은 사람'과 동의어라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쉬운 사람이란 그만큼 허울과 가식이 없는 정직한 사람, 누구에게나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같이 있고 싶고, 자꾸 보고 싶다.

글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글은 대개 '쉬운 글'이며 감동적인 글은 두고두고 읽고 싶다. 글쓰기에 입문한 사람들은 A는 B다,라고 하면 끝날 얘기를 꼬고 비틀고 늘여 쓰는데 비해 글쓰기 고수들은 단순하고 명쾌하게 문장을 만든다. 어려운 얘기를 쉬운 말로 쓰기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기 때문. 자신이 쓰고자 하는 얘기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를 해야 쉬운 글쓰기가 가능해진다.

자기도 이해하지 못하는 얘기를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으며,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 보통 어렵게 쓰인 글을 읽어보면 필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의도를 파악하지 못할 때가 많다. 자기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거다. 그런 부류의 글에서 나타나는 두 가지 증상은 '지식 과잉' 과 '지적 허영'이다. 전자는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이 넘쳐나서 주체하지 못하는 경우로 '배설'하듯 글을 쓰는 사람에 속한다. 후자는 자신의 지식을 어떻게든 자랑하고 싶어 하는 교만한 족속들이다.

둘 다, 읽기 싫은 글이다. 또 쓸데없이 길게 쓰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일부 교수들이 운영하는 블로그에는 지식 과잉, 지적 허영, 장문의 세 박자를 골고루 갖추고 있는 포스팅으로 아예 도배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참기 어려운 건 스크롤을 아무리 내려도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장문이다. 이렇게 할 말이 많으니 교수가 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그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불쌍하기까지 하다. 나만 그런가.

좋은 글은 지적 허영에서 벗어나 자신이 삶에서 깨달은 지혜를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단 한 줄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은 모르는 것과 똑같다고 하지 않던가. 자기만 아는 암호문으로 되어 있는 글이거나, 너무 어렵게 써서 이해할 수 없는 글은 공감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쉬운 글쓰기의 또 다른 방해 요소로는 '감정의 과다'를 들 수 있다. 진솔하게, 뼛속까지 내려가서 쓰라는 조언을 곡해한 나머지 자의식이 폭주하는 경우라 하겠다. 지나치게 자기의 일에만 몰두하여 글을 쓰다 보면 감상적으로 흐르게 된다. 일기를 쓰는 것이라면 참견할 일이 아니지만, 독자를 염두에 두는 글이라면 감정의 절제가 요구된다.

감정은 어떻게 절제해야 할까?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일단 써놓고 잊어버려라.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글을 읽게 되면 "내가 술 취해서 쓴 건가?" 싶을 정도로 얼굴이 화끈거릴 테지만, 부끄러워만 말고 냉정하게 퇴고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글쓰기 능력은 바로 그때부터 향상되니까. 중요한 건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방향성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앞서 말한 '지식 과잉' , '지적 허영' , '감정의 과다'라는 거품을 걷어내고 나면 지금보다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글. 제리안

*위 글은 제리안 작가가 위키트리에 연재한 칼럼으로 작가의 동의를 얻어 재게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