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대안] 학교 대중문화교육, 그 현실과 개선방안
[진단과 대안] 학교 대중문화교육, 그 현실과 개선방안
  • 한치원 기자
  • 승인 2016.08.11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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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교 안에서 최소한의 제도적 지원 장치가 필요하다

한류와 K-pop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학교교육현장에 미친 파장과 충격은 상당하다. TV 등의 매체에 의해 중고교생들과 대중문화와의 거리가 전에 비해 대폭 좁혀지고, 최근 청소년들이 오디션을 통해 대중음악계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는 사례를 보면서 ‘K-pop 가수 되기’는 이제 막연한 환상에서 가능한 현실로 바뀌었다. 공부를 하는 중에도 이어폰을 꽂고K-pop을 들으며 다니는 것이 학생들의 일상이 되었으며 상당수가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라도 기본적인 K-pop 정보는 챙겨야 한다. ‘용기 있게’ 오디션을 통해 음악계에 도전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입시위주의 교육정책을 펴는 학교들도 이러한 변화에 탄력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가수의 꿈을 갖은 학생들 대부분은 학교보다도 실용음악 학원에 더 집중하는 게 현실이다. 가요기획사들이 잠재력을 가진 미래의 가수를 발굴하기 위해 학교보다는 학원을 찾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형편조차 되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 그리고 훈련과정에 많은 비용이 드는 현실을 알고 나서는 가수의 꿈을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러한 환경에 처해 있는 학생들 중에도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학생이 적지 않다는 점을 전제할 때 그들의 포기는 어쩌면 사회적, 문화적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교사를 비롯한 학교교육 담당자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게 바로 이 부분이다. 과거 같으면 어쩔 수 없이 넘어갈 일이겠지만 해당 학생들의 가능성이 보일 경우, 최소한이라고 학교 안에서 제도적 지원 장치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재능기부와 사외 교사제를 기대한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몇몇 학교는 ‘방과후학교’나 ‘외부 강사 특강’ 프로그램을 기획해 가동한다. 가요 혹은 방송 관계자들을 초청해 지망학생에게 자신감을 고취시키고 동시에 학생을 그 분야에 연결시키려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현재 서울 송파구 소재 오금고의 박경전 교장은 이전 풍전중학교 교장 시절에 행했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경험을 이렇게 전해준다.

“먼저 예상 외로 많은 학생들이 참여해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강사로 초청해서 호기심도 작용했겠지만 상당수 학생들이 진로와 관련해서 꽤 진지한 자세로 임했어요. 머릿속으로 떠돌던 학생들의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을 실제로 확인하고 나니까 예술과 문화에 재능 있는, 그러나 현실적으로 진출이 어려운 친구들을 위한 학교 차원의 제도적인 지원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소재 면목고 역시 비슷한 방식의 ‘진로 멘토와의 만남’ 프로그램을 수년 전부터 시행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팝핀 춤을 추는 ‘팝핀 현준’을 초청해 학생들로부터 열화와 같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학생들이 꿈꾸는 분야에 실제로 뛰고 있는 유명 인사를 부르는 것이 가장 효과적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면목고 남철주 교장은 강조한다.

남 교장은 “나중에 소감을 들어보니 이런 문화에 꿈을 키우고 있지만 전혀 접촉할 수 없었던 학생들, 관심은 있지만 나서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하나의 계기를 마련해준 것 같아 기뻤습니다. 학교로부터 소외되어 있던 학생들이 이후 학교와 학교공부에 조금씩 관심을 갖는 것을 확인했지요. 재정 상황만 뒷받침 된다면 어떡하든 자주 이런 행사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교육관계자라면 누구나 공감하지만 실천에 옮기기에는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우선 대중가수의 섭외가 너무 어렵다. 학생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대형기획사 소속의 K-pop 스타들은 아예 접근 불가능이다. 설령 가능하더라도 학교재정으로는 그들의 거마비조차 해결하지 못한다. 그 학교 출신이거나 연예계 인맥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도 어쩌다 ‘한번으로’ 끝난다. 단발이 아닌 지속가능성이 있어야 의미가 있고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이를 정례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많은 일선 교사들은 이제 ‘대중음악 사외 교사제’를 고민할 때가 됐다는 것에 공감한다. K-pop가수를 위시한 대중음악 스타가수들을 학교에 소속되어 있지 않지만 ‘정식 선생님’으로 모시는 방식이다. 면목고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김소진 교사는 “대중음악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학교에서는 겉돌고 학원에만 목매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중고등학교 교육현장에서도 대중음악 지도자가 배치되어 하나의 교육과정을 갖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발굴하는 여건과 환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를 학교, 학생, 학부모와의 협의 아래 정부의 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식 교육과정은 되기 어렵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으로 나서서 기획사와 학교에 동시 합리적인 정책을 입안하면 그 어려운 재정과 섭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가수나 기획사도 어느 정도의 ‘재능기부’ 활동에는 필요성을 공감한다.

기획사 제이와이피(JYP) 정욱 대표는 “정도 차가 있지만 스타연예인이라면 대부분 재능기부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가수를 비롯해 정부, 기획사, 학교, 교사 등 해당기관과 단체의 ‘협치’ 속에 원활한 상황을 만들어내야 재능기부의 실천이 비로소 가능하다. 게다가 학교교육과 관련해서는 고민할게 더 많다”라고 말한다.

얼마 전 최고의 가요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종로학원이 서울 강남에 중고교 과정인 ‘K-pop 국제학교’를 설립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중문화와 K-pop을 전문으로 하는 공식 학교에 대한 오랜 갈증이 낳은 소산이다. 한류 인재의 특화를 위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받고 있지만 ‘대중문화 엘리트 학교’가 될 공산이 크다는 점, 인재는 엘리트 특화 환경에서만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보통학교’들의 사외 교사제는 여전히 가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교육과 연예가 우호적으로 연합해야 한다

K-pop의 체계적 인재양성을 위해 학교교육은 무엇을 감당해야 할 것인가. 이 말을 듣는 순간 모두가 ‘인성교육’을 떠올릴 것이다. 인성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지만 성장기인 중고교 학교생활에서 확립된다. 근래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는 학교는 없다. 대중문화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 학교에서 유쾌하게 일컫는 소위 ‘못난이’들을 위해 외부 관련기관에 견학하거나 캠핑을 마련하는 등 학교마다 프로그램 개발에 골몰한다.

우선 일선 교사들은 기획사의 훈련을 이유로 지망학생들이 요구하는 ‘결석’을 원천적으로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입시위주의 교육이더라도 가수가 된다고 학교 출석횟수가 줄어들면 인성교육의 부재는 불 보듯 훤하다는 것이다. 가요기획사 ‘페포니’의 최정준 실장은 “연예인들의 인성과 교양 상식을 생각하는 기획사는 결코 소속 가수지망생들의 학교 결석을 원하지 않는다. 연습도 방과 후 시간에 잡는 게 보통이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훈련과정과 학교교육과정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배려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교과과정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그 ‘결석하지 않은’ 예비 예술가들을 위해 학교가 할 수 있는 인성교육 장치가 ‘사외교사 제도’라는 것에 공감한다.

또 많은 교사들이 학교에서의 인성교육 부재보다 매체의 ‘비인성 교육적인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K-pop 가수들은 알다시피 학생들의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다. 그런데 일부 스타들의 사례가 보여주듯 모범은 커녕 성범죄, 사기, 뺑소니 등 지극히 비교육적인 일탈들이 매스컴을 통해 빈번히 비쳐진다. 그 못지않게 우려를 자극하는 것은 TV 쇼프로에 등장하는K-pop 가수들의 지나친 노출, 짙은 화장 등 선정성이다. 한 교사는 “학생들에게 화장에 대한 지적은 이제 손 놨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더욱이 공중파 및 종편 예능프로에 출연한 톱 가수와 연예인들 사이에는 무의식중에 성희롱적인 발언, 외모지상주의적인 시선, 툭툭 던지듯 내뱉는 타자에 대한 공격성이 만연해 있다. 이런 것들이 방송의 시청률 제고에는 기여할지 모르지만 학교의 인성교육에는 직접적 타격을 가한다. 스타들이 그럴수록 그들을 추종하는 학생들도 고스란히 전염된다.

학생들은 예나 지금이나 기본적으로 스타 ‘따라쟁이(wanna-be)’들이다. 아무리 인성교육에 애쓴다 해도 이런 비인성 교육적인 상황이 매체를 통해 여과 없이 전달되어 학생들이 영향을 받는 것이 정작 교사와 교육지도자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학교교육현장에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K-pop의 미래와 글로벌 확장을 위해서 텔레비전 쇼와 예능프로의세심한 공익성이 더 요구된다.

흔히 K-pop의 성공 요인으로 K-pop 전사들의 역동적인 군무, 가창역량, 압도적인 비주얼 그리고 기획사의 프로듀싱 등 크게 네 가지가 손꼽힌다. 하지만 여기에 가수의 인성이 추가되어야 한다. 이것은 비록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의 청소년들을 생각해서라도 중점을 둬야 한다. 우리 댄스음악 스타들에 열광하는 자녀를 둔 외국의 부모들이 K-pop에 비호감을 갖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결론한다면 이제 교육과 연예가 우호적으로 연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교육현장이 엔터테인먼트에 둔감하면 학생들을 잃고, K-pop을 주조해내는 가요기획사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이제 교육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른바 ‘에듀테인먼트’다. 에듀테인먼트는 또한 세심함, 요즘 말로 디테일이다. 디테일을 놓치면 단기성과에 그친다. 세계 속의 우리 K-pop은 디테일에 약해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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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원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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