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공부’의 출발점은 나 자신을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나 자신을 아는 것은 나의 머릿속에 들어온 것 중에 무엇을 알고 무엇을 잘 모르는 지를 식별하는 것이다. 생각을 생각하는 메타인지의 작동 원리다. 그런데 나의 공부가 ‘좋은 성적’으로 결실을 맺기까지는 메타인지로 파악된 모르는 것을 어떻게 잘 알 수 있도록 할 것인가의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학습의 작동 원리가 밝혀져야 할 차례다.

 

개념은 머릿속에 심상 이미지로 형성된다
논의에 앞서 우리가 수학에서 배우고 익히는 학습의 대상인 ‘수학적 개념’이 처음에 수학자가 어떻게 만든 것인 지부터 알아보자. 여기에서는 ‘삼각형’을 예로 들어 보겠다. 수학자들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몇 개 또는 무수히 많은 사물로부터 세모 모양을 가진 유사한 것들을 분류하고 묶고 그 공통성을 추출한 다음, 그것을 ‘삼각형’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렇게 이름 붙여진 것을 ‘개념’이라고 한다. 
이렇게 수학자가 수학을 하는 과정은 바로 ‘추상화’의 과정인 것이다. 그래서 수학은 ‘추상’을 다루는 학문이라고 한다. 이리하여 수학에서 말하는 삼각형의 개념은 말이나 글로 표현되는 언어나 수식으로 표현되는 기호, 그림으로 표현되는 도형 등으로 정의된다. 즉, 삼각형의 개념에는 삼각형의 성질과 형태에 따라 직삼각형과 정삼각형이 있고, 삼각형의 넓이 공식 등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수학자에 의해 만들어진 ‘삼각형의 개념을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배워서 알게 되는가’에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수학자가 정리해 놓은 삼각형의 개념에 대한 언어적, 기호적, 도형적 정의를 있는 그대로 암기하여 기억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수학자가 처음 삼각형의 개념을 만들었던 과정과 같이 구체적인 세모 모양의 사물을 생각하고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깨우쳐가는 방법이 있다. 두 가지 방법 중에 어느 것을 택하든 삼각형을 학습한 결과가 아이들의 머릿속에 ‘그 무엇’으로 새겨질 것이다. 전자의 암기로 기억한 아이는 ‘기억한 내용’이 머릿속에 새겨질 것이고, 후자의 탐구로 깨우친 아이는 ‘깨달은 내용’이 머릿속에 새겨질 것이다. 
이렇게 아이들의 머릿속에 새겨진 눈으로 볼 수 없는 ‘그 무엇’은 어떤 ‘이미지(image)’로 형성된다. 여기서 이미지(image)라는 단어는 모방하다는 뜻의 라틴어 ‘imago’와 ‘imatari’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머릿속에 자리 잡은 이미지를 ‘심상(心象)’이라고 한다. 이렇게 심상으로 형성된 삼각형 개념은 그 아이가 어떤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시 머릿속에서 떠올라 언어나 기호, 도형의 형태로 표현하여 사용하게 된다. 이와 같이 아이들은 삼각형의 개념에 대한 학습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이를 다시 기억으로 떠올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표현된 이것을 가리켜 우리는 ‘스키마(Schema)’라고 부른다. 즉, 아이들이 학습을 통해 배우고 익히는 것은 바로 뇌 속에 스키마를 형성하는 과정인 것이다.


머릿속에 형성된 개념들의 심상 이미지가 스키마다
‘스키마’라는 용어는 칸트(Kant)가 『순수이성비판』에서 철학의 인식론적 측면에서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그는 현실 세계의 경험과 분리된 선험적 형식을 스키마(schema)라고 불렀다. 이후 바틀렛(Bartlett)에 의해 심리학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는데, 그는 인간이 기억 속의 어떤 이야기를 회상할 때 그대로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전 경험이나 지식, 신념 또는 편견에 따라 재구성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교육적 관점에서 스키마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피아제(Piaget)에 의해서다. 그는 아동의 지식 획득 과정은 외부에서 제공되는 지식을 수동적으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인지 구조를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외부 대상을 변형하고 재구성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면서, 바로 그 인지 구조를 스키마라고 했다. 학습은 새로운 정보가 기존의 스키마에 포섭되는 ‘동화’와 기존의 스키마를 수정하여 새로운 스키마로 재구성되는 ‘조절’을 통한 평형화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지식의 획득 과정에서 개인마다 자신의 머릿속에 심상 이미지처럼 가지고 있는 개념의 인지 구조나 지식의 개념적 구조를 스키마라고 하며, 배경지식, 사전지식, 선험지식이라고도 한다. 학습을 통해 배우고 익히는 새로운 정보나 개념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듯이 그대로 복재되어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식을 토대로 의미를 재구성해 자신의 기억 속에 스키마로 저장하는 것이다. 또한 이를 다시 어떤 문제 상황에 닥치면 저장된 스키마들을 회상하여 연결함으로써 해결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더욱더 공고화되고 확장된다.


수학적 개념을 연결하는 스키마 학습을 말하다
수학에서 스키마는 앞에서 잠깐 언급한 영국의 수학교육학자 스켐프(Skemp)에 의해서 학습 이론과 방법으로 정립되었다. 그는 당시에 지배적이던 행동주의 지능이론에서 주장하는 자극에 의한 학습이 아니라, 지능은 목표 지향적으로 작동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즉, 지능은 현 상태와 목표 상태 사이의 간격을 비교하여 좁히고 일치시키도록 작동하는 ‘지휘체계’라고 하는 ‘지능학습 모델’을 제시한다. 지휘체계로서 지능은 물리적 환경에 대해 적응하면서 동화해 가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일차적 지휘체계와 이 일차적 지휘체계를 더 잘 작동되는 상태로 바꾸려는 목표에 맞게 조절하는 이차적 지휘체계가 작동하면서 머릿속에 ‘개념적 구조’를 형성해 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휘체계로서 지능은 목표 지향적인 작동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스키마’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한다.  
이어서 지능을 감각기관으로부터 지각된 정보들을 분류하여 이미 갖고 있는 개념 구조에 연결하는 ‘동화’의 능력인 ‘직관적 지능’과 직관적 지능에 의해 구성된 개념과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인식하여 보다 확장된 개념 구조로 ‘조절’하는 능력인 ‘반성적 지능’으로 구분한다. 이렇게 지능을 두 가지로 나누는 배경에는 우리가 어떤 사실을 ‘아는 것’과 그 사실이 어떻게 성립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관점에 의한 것이다. 예를 들어, ‘’에 대하여 ‘답은 무엇인가’와 ‘답을 어떻게 구했는가’라는 두 질문은 서로 다른 차원의 사고라는 것이다.
이를 정리하자면, 실생활의 무수한 경험으로부터 일차적 지휘체계인 직관적 지능에 의해 유사한 경험들끼리 분류하여 묶고, 분류된 경험의 묶음 속에서 파악되는 공통적 속성을 발견함으로써 형성되는 개념을 ‘일차 개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일차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이차적 지휘체계인 반성적 지능에 의해 위계적으로 연결함으로써 구성되는 개념을 ‘이차 개념’이라고 한다. 물론 수학에서 사용되는 개념의 대부분은 이차 개념이지만, 하나의 개념적 구조로 이루어진 일차 개념이든 여러 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든 모든 개념적 구조는 다 ‘스키마’라는 것이다. 또한 어떤 개념을 학습한다는 것은 직관적 지능에 의해 공통된 속성을 추출하는 ‘추상화’와 그렇게 형성된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반성적 지능에 의해 ‘위계화’하는 두 가지 상호 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면서, 이를 지능의 목표 지향적인 ‘개념학습’이라고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수학에서 개념학습의 주요 목적은 스키마 곧 개념적 구조의 형성과 구성이라는 말이다. 스켐프의 수학학습에 대한 이러한 접근을 ‘스키마 학습이론’이라고 부른다. 
스켐프가 말하는 스키마에 의한 학습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스키마의 형성은 모든 학생이 경험에서 추론으로 이어지는 순차적 과정이나 일차 개념 다음에 이차 개념이 형성되는 획일적 과정이 아니라, 개인차에 따라 매 순간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둘째, 수학은 추상적인 학문이지만 그 기반은 구체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학생이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학습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셋째, 이미 가지고 있는 스키마를 새로운 지식의 획득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학습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넷째, 스키마 학습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학생의 머릿속에 선행 스키마가 존재하는가와 학습 자료를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섯째, 그래서 새로 배울 개념이 학생이 알고 있는 개념과 같은 수준이거나 낮은 수준이면 설명이나 정의로 지도하고, 높은 수준이면 개념이 제대로 반영된 예시를 제시하여 학생 스스로 개념을 추상화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여섯째, 개념 형성에서 이차 개념의 학습은 기호화라는 형식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스키마는 관계적 이해를 통해 참된 깨달음을 준다
스켐프가 말하는 스키마 학습이론의 백미는 ‘참된 이해’가 무엇인가에 대한 접근이다. 그는 새로운 문제 상황을 이미 알고 있는 스키마와 동화시키는 것이 ‘이해’라고 하면서 도구적 이해와 관계적 이해로 구분해 설명한다. 즉, 어떤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법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기억하고 있는 적절한 법칙에 대입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도구적 이해라고 한다. 이 도구적 이해는 잘 정리된 법칙을 그대로 기억하기 쉽고 문제해결에 필요한 지식이 적어도 되며, 적은 노력으로 빠른 시간 내에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즉각적이고 명백한 보상이 주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유혹 때문에 도구적 이해에 의존해 학습하거나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익힌 법칙은 제한된 과제에만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마다 적용되는 수많은 법칙을 모두 다 기억하고 있어야 하고, 특히 문제가 변형되거나 새로운 상황이 주어지면 대처하는 적응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반면 관계적 이해는 개념과 법칙, 원리와 공식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왜 그러한지의 본질적 관계를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물론 각각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그들 사이의 관계까지 학습해야 하므로 학습할 양이 많아 보여 당장은 시간도 많이 걸리는 것 같지만, 일단 한번 학습하고 나면 그 결과가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아 있고 새로운 과제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더 효율적이 된다. 더구나 스스로 탐구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내적 동기가 충만해지고, 새로운 문제 상황을 자신의 논리와 사고로 추론하여 해결하는 창의적인 학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도구적 이해와 관계적 이해를 보면, 우리가 앞에서 ‘기억하는 지(知)’와 ‘깨우치는 식(識)’의 차이를 언급한 것이 떠오를 것이다. 진정한 학습은 있는 그대로 박제화된 지식을 ‘기억하는 앎’이 아니라 스스로 구성하는 살아있는 지식을 ‘깨우치는 앎’이라고 했다. 이러한 깨달음의 앎이 되기 위해서는 내 머릿속의 뇌에서 나만의 ‘남다른 생각의 틀’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내 머릿속에 ‘삼각형’라는 생각의 틀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네모’ 모양의 새로운 틀이 지각되었을 때, 내 머릿속의 뇌에 삼각형이라는 생각의 틀이 없으면 ‘그냥 네모구나’라고 저장해 기억하는데서 끝나게 된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 삼각형이라는 생각의 틀이 있기 때문에 그것과 연관지어 ‘어? 다르네’라고 그 ‘다름’에 대해서 고민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다름에 대한 비교와 분석을 통해 그 다름 속에 관통하는 새로운 원리를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네모 모양은 ‘사각형’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된다. 바로 이 ‘생각의 틀’이 피아제가 말한 ‘인지 구조’이자 스켐프가 말한 ‘개념적 구조’인 ‘스키마’인 것이다.


곱셈적 사고를 위한 생각의 틀을 스키마로 구성하라
우리는 앞의 1장에서 3장에 이르기까지 누차 ‘덧셈적 사고’와 ‘곱셈적 사고’에 대해서 언급해 왔다.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초등수학에서 생각의 틀, 즉 스키마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덧셈적 사고라는 스키마에 머물러 있는 한, 실제로 분수에서부터 요구되는 곱셈적 사고라는 새로운 스키마를 깨우칠 수 없기에 그러하다. 또한 곱셈의 도입 단원에서부터 덧셈적 사고라는 스키마를 기반으로 곱셈적 사고라는 스키마로 발전할 수 있도록 깨우치는 과정이 어렵고 힘들다 할지라도, 그것을 포기해 버리는 한 더 이상의 깨달음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함이었다. 문제는 결국 우리가 학습을 통해 어떻게 제대로 된 생각의 틀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 
‘무(無에)’에서 ‘유(有)’를 만드는 창조가 없듯이, 생각의 틀 또한 무에서가 아니라 유에서 출발한다. 곱셈적 사고는 바로 덧셈적 사고로부터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특히 아직 구체적 조작기에 있는 초등학생들이 추상과 추론과 같은 고도의 사고력으로 스스로 깨닫는 것은 극소수의 소위 천재가 아니고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다름’을 구체적으로 직관할 수 있는 활동과 경험을 통해 깨닫도록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 스스로가 항상 깨달음을 위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가장 효과적인 것이 앞에서도 언급한 ‘발문’이다.  
생각의 틀을 만드는 발문의 기본은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생각거리’를 질문해야 아이들은 생각 모드로 들어간다. ‘이게 맞지. 그러니까 이렇게 생각하는 거야’라고 하면 암기 모드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몇 개일까?” 이것은 정답을 묻는 질문이다. “다른 방법 없을까?”, “왜 그렇게 생각해?”, “어떻게 하면 풀릴까?”. 이것은 아이의 생각을 묻고, 아이에게 생각거리를 주는 물음이다. 이것이 발문의 본질이다.


뇌과학에 말하는 스키마 학습법은 장기기억 전략이다
뇌과학에서 학습의 원리는 최근에 많은 연구 성과들에 의해 이전까지 교육학자들이 철학적으로 또는 심리학적으로 접근해 이론화하고 모델화해 오던 방식과는 사뭇 다르게 학습과학으로 증명되고 있음을 말했다. 특히 학습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기억에 대한 비밀이 뇌신경학으로까지 연구 범위가 확대되면서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물론 뇌과학에서 말하는 학습법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한 상식으로 알고 있는 많은 학습법이 뇌과학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장기기억 전략’이다. 학습의 효과는 결국 어떻게 하면 우리가 배운 것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인가에 있다. 따라서 좋은 학습법이란 장기기억 전략에 의한 학습이 될 것이다. 그런데 장기기억을 활성화시키는 학습법이 뇌과학적으로는 우리의 상식과는 다른 점이 많다. 이에 대한 자세히 언급하기 전에 뇌가 학습에서 작동하는 구체적인 원리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학습을 통해 배운 내용을 장기기억으로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기능을 하는 메타인지와 그것이 작업기억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밝히는 것이 중심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스켐프의 ‘스키마 학습이론’을 기반으로 최근의 뇌기반 학습과학의 연구 성과를 접목해 공부에서 좀 더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한 ‘스키마 학습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핵심은 메타인지가 실제적으로 작용하여 장기기억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바로 작업기억 속에서 형성되어 저장되고, 또 다시 인출되어 재구성되는 ‘스키마’라는 것이다.


스키마 학습법은 뇌에서 스키마를 구성하는 원리다
뇌과학에서 말하는 학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우리는 새로 배우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것에 연결시켜서 이해하고 익혀 장기기억에 저장한다. 그냥 낱개로 있는 그대로를 장기기억에 저장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개념을 설명할 때 학생들이 이미 알고 있던 것과 연결시킬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는다면 학생들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학생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암기를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뭘 배우거나 익히고 있다는 것은 뇌 속의 작업기억에서 어떤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개념들이 작업기억으로 들어오면 뇌가 장기기억에 저장된 기존의 개념들 중에서 연관된 것들을 연결시킨다. 이때 장기기억 속에 쌓여 있는 지식이 ‘얼마나 많이 있느냐(분량)’가 아니라 ‘어떻게 잘 정돈되어 있느냐(구조화)’에 따라 쉽고 빠르게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스키마’란 개인마다 이러한 ‘장기기억 속에 위계적으로 구조화해 저장되어 있는 지식의 구조’를 의미한다. 이것이 학습에서 뇌가 스스로 작동하는 기능이다. 
뇌과학에 의하면 새로운 정보나 개념은 단순한 내용의 습득이 아닌 기존의 지식을 토대로 의미를 구조화하여 장기기억 속에 스키마로 저장하고, 이는 다시 어떤 문제에 접하면 회상과 재생 과정을 통해 자신이 해석한 스키마에 따라 더욱 정교화하여 변형된 형태로 적용하여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 스키마가 바로 생각의 틀이다. 그리고 생각의 틀은 ‘왜’라는 물음으로부터 형성된다. ‘스키마 학습법’은 ‘왜’라는 물음에 의해 떠오르는 ‘생각을 연결’하여 그 물음의 답을 담을 수 있는 ‘생각의 틀’, 즉 ‘스키마’를 형성하고 발전시켜 가는 공부법이다. 이러한 스키마는 개념들의 연결망으로 이루어진 수학적 지식을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머릿속에 하나씩 틀을 형성하게 되며, 이렇게 형성된 틀에 또다시 다른 개념들이나 다른 틀들과 연결되면서 확장해 나간다. 이것이 바로 스스로 지식을 구성하는 우리 뇌의 학습 원리다.


수학적 지식도 스키마 구조로 위계화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 머릿속의 스키마와 마찬가지로 수학적 지식 또한 개념들의 연결망으로 구성된 스키마 형상(形象)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수학적 지식의 위계성, 계통성, 연계성이라고 한다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시험에 출제되는 수학 문제들도 당연히 여러 개념들이 연결된 스키마 형상으로 짜여진 문제 상황으로 제시된다. 따라서 하나하나의 개념은 낱개로는 문제해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머릿속에 형성된 개념의 연결망에 의해 문제에 녹아있는 스키마를 탐색하여 파악할 수 있어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수학적 지식이 개념의 연결망으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스키마는 개념과 개념 간의 연결과 결합으로 이루어진 개념들의 구성체라고 했다. 이러한 스키마는 주개념을 중심으로 선개념, 후개념, 짝개념, 보개념, 부개념 등으로 연결되어 구조화된다. 다음 그림에서 ‘주개념’이 공약수라면, 그 ‘선개념’은 약수, ‘후개념’은 최대공약수, ‘짝개념’은 공배수, ‘보개념’은 소인수분해가 된다. 그리고 최대공약수를 ‘주개념’으로 두면 마찬가지의 연결 구조에 의해 ‘선개념’은 공약수, ‘보개념’은 소인수분해, ‘부개념’으로 ‘서로소’가 연결되는 것이다.

 


<개념의 연결망과 수학적 지식의 스키마 구조>

 

하지만 이러한 개념들 간의 연결망은 아직 학생의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구성체가 아니라 수학적 지식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구조일 뿐이다. 이것이 학생의 머릿속에 스키마로 형성되기 전에는 그저 교과서나 참고서에 실려 있는 화석화된 지식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학습을 통해 머릿속으로 들어와 스키마를 형성하고 구성될 때 비로소 살아있는 지식이 될 수 있다.


개념형성의 배움을 통해 원형스키마를 형성하다
이제 우리가 학습을 통해 어떻게 머릿속에 살아있는 지식으로 구성되는지, 즉 어떻게 스키마가 형성되어 장기기억으로 저장되는 지를 살펴볼 차례다. 다음 그림은 ‘스키마 학습법’에서 장기기억 학습이 작동하는 원리를 나타낸 것이다. 그림에서 보면 스키마 학습법에서 장기기억 학습은 개념을 형성하는 ‘배움(學)의 과정’과 문제를 해결하는 ‘익힘(習)의 과정’이라는 두 과정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키마 학습법에서 장기기억 학습의 작동원리>

 

먼저 개념을 형성하는 과정에서는 새로 배우는 개념에 대한 정보들은 작업기억에서 ‘부호화’를 통해 장기기억으로 저장된다. 부호화 전략에는 반복 연습과 같은 계속적 자극에 의해 신경 전달의 횟수와 강도를 높여줌으로써 기억을 강화해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시연(試演, rehearsal)’과, 개별적 정보들을 관련 있는 것끼리 분류하여 하나의 범주로 묶어서 처리해 장기기억에 저장하는 ‘조직(組織, organization)’이 있다. 이러한 시연과 조직을 통한 부호화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개념이 뇌 속에 이미지 심상으로 ‘원형스키마’를 형성하여 장기기억으로 저장하여 보존되는 ‘학습의 파지(把持, retention)’가 일어난다. 
특히 아직 뇌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은 구체적인 실생활의 경험이나 활동 위주의 정보나 지식을 원형스키마로 형성하는 사고활동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아이들의 수학공부에서는 구체적 사물이나 현상에서 공통된 속성을 묶어 조직하는 기초적인 추상화 능력을 배워나가는 것이 관건이 된다. 


문제해결의 익힘을 통해 변형스키마로 확장되다
다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어떤 문제 상황이 제시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기억 중에서 제시된 문제에서 요구하는 내용과 관련성이 있는 지식(스키마)을 ‘인출’하여 연결함으로써 문제의 맥락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분석하여 그 해결책을 탐색하고 풀이 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함으로써 최종적인 답을 얻게 된다. 이와 같이 기존의 지식(스키마)으로 새로운 맥락의 지식 사이의 관련성을 찾아 연결하는 것을 ‘연합(聯合, association)’이라고 한다. 또한 그 관련성이 분명하지 않을 때는 기존의 지식 스키마들을 계속 회상해 새로운 연결망을 구성하여 해결책을 고안해 내는데, 이를 ‘통합(統合, consolidation)’이라고 한다. 문제해결 과정에서는 연합과 통합이라는 ‘정교화(精巧化, elaboration)’ 전략을 통해 배운 것을 새로운 환경에 적용하는 능력인 학습의 ‘전이(轉移, transfer)’가 일어나면서 그 지식이 한층 더 풍부하고 확고해 진다.
다시 말해 정교화 과정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지식 스키마가 문제 상황에서 분석된 맥락과 일치하면 기존 스키마에 덧붙이는 ‘동화(同化, assimilation)’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연합이고, 반면 문제의 맥락과 맞지 않으면 기존 스키마들을 수정하여 재구성하는 ‘조절(調節, accommodation)’의 과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통합이 된다. 이렇게 기억의 인출을 통한 정교화는 동화와 조절, 즉 연합과 통합의 과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존 스키마에 덧붙여지거나 수정·보완되면서 좀 더 확장된 변형스키마가 형성된다. 이러한 변형스키마는 때로는 이미 가지고 있는 원형스키마에 선개념, 후개념, 짝개념, 보개념, 부개념 등이 다시 연결되어 덧붙으면서 더 큰 범주의 변형스키마로 확장되기도 한다. 이것은 ‘생각을 연결하는 깨달음의 학습’을 추구하는 스키마 학습법에서 가장 탁월한 학습효과로 나타나게 된다.


스키마 학습법이란 개념형성과 문제해결의 방법론이다
‘스키마 학습법’은, 한편으로 개념의 형성을 위해 ‘부호화’ 전략을 사용하는 ‘배움의 과정’에서 ‘원형스키마’가 뇌의 신경회로망에 형성되는 ‘학습의 파지’과 더불어, 다른 한편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교화’ 전략을 적용하는 ‘익힘의 과정’에서 ‘변형스키마’로 확장되면서 뇌의 신경회로망이 더욱 활성화되는 ‘학습의 전이’를 목적으로 한다. 궁극적으로는 이를 통해 성취목표 지향의 완전학습을 달성할 수 있도록 설계된 학습모델이다. 따라서 ‘개념을 이해하는 것’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스키마 학습법에서 동전의 양면과 같다. 
우리가 ‘개념을 이해’한다는 것은 개념의 정의, 성질, 범위, 정리, 공식, 규칙을 이해한다는 것이고, 이는 곧 ‘원형스키마’의 형성으로 이어지면서 개념의 이해 수준이 높아질수록 더 견고하고 풍성해 진다는 뜻이 된다. 또한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념 간의 관계를 유추하여 주개념을 중심으로 선개념, 보개념, 부개념 등과 연결 짓게 되고, 이러한 문제해결 과정에서 개념간의 연결망이 다양해지고 강고해지면서 ‘변형스키마’로 확장되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해결 과정에서 때로는 다른 주제나 영역까지 확장되어 직관과 유추에 의한 이종의 스키마와도 접목되어 연결망이 더 풍부해지면서 더 큰 범주의 ‘변형스키마’로 확장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학습을 통한 참된 이해의 획득 과정이자 학습된 지식이 장기기억으로 공고화되는 과정인 것이다. 
때로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치는 것은 ‘옷을 갈아입은 문제’가 등장할 때다. 실제 문제해결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의 변형’에 의한 ‘변형스키마’의 원리를 아는 것이다. 이것은 스켐프의 관계적 이해와 같은 것이다. ‘왜’ 그런 건지 ‘이유’를 이해하고, 그 개념들을 ‘어떻게’ 연결해 문제를 해결하는지 ‘원리’를 깨닫는 학습이 이루어질 때 해결이 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옷을 갈아입은’ 변형 문제에 대해도 스키마의 변형의 원리를 이해함으로써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학습의 전이, 즉 배운 것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변형스키마에 달려 있다.


개념형성 과정의 오개념은 문제해결에서 오류를 낳는다
더 중요한 것 있다. 많은 학생들이 문제를 틀리는 대부분의 원인은 기본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문제해결에 적절치 못한 스키마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오개념(misconception)’과 ‘오류(error)’라고 한다. 개념이 머릿속에 착근되는 과정에서 잘못된 이해로 오개념이 형성되는 것이고, 오개념에 의한 잘못된 스키마 때문에 문제해결에서 오류가 발생하게 된다.

 

<문제해결 과정의 오류 유형>


오개념은 개념형성 과정에서 주로 연관개념(선개념, 보개념, 부개념)의 ‘정의, 성질, 범위, 정리’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연결에 의해서 발생한다. 즉, 머릿속에 이미 형성되어 있는 연관개념 중에 올바른 개념과 일치하지 않거나 제한된 영역에서만 성립하는 개념이 오개념인 것이다. 이 오개념은 개념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풀이법만 기계적으로 암기한 결과로 생기게 된다. 오류는 문제해결 과정에서 주로 오개념의 작용으로 유발된다. 문제해결 과정에서 오류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발생하는지는 위의 오류 유형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개념형성 과정에서 착근되는 오개념과 문제해결 과정에서 유발되는 오류를 실시간 탐지하여 교정하는 것은 학습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스키마 학습법이란 개념형성 과정에서 개념과 개념들이 머릿속에 연결망으로 구조화되어 원형스키마를 형성하고, 그 과정에서 오개념의 진단과 처방을 통해 한층 더 완전하고 공고한 형태로 구조화하여 장기기억에 저장하고, 문제해결 과정에서 기존의 스키마와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연결하여 변형스키마로 재구성·재통합하면서 오류의 탐지와 교정을 통해 다양한 변형스키마로 확장하면서 그 연결을 더욱더 강화시켜 나가는 최적의 학습을 촉진하는 공부법이다.


망각을 막아준다는 주기적 복습은 별 효과가 없다
이제부터는 스키마 학습법이 제안하는 구체적인 공부기술들을 소개하겠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시중의 공부법 책이나 TV 프로그램에서 공신(공부의 신)들이 권하는 공부기술 중에 특히 우리 뇌의 기억에 관련된 심각한 오해부터 지적하고자 한다. 정확하지 않는 뇌과학적 지식에 의해 포장만 ‘공신’이니 ‘비법’이니 그럴싸한 시중의 공부법은 오히려 우리 아이들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팔을 걷어붙이고 따져볼 참이다.
기억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는 크게 에빙하우스(Ebbinghaus) 전통과 바틀렛(Bartlett) 전통이 있다. 전자는 기존의 기억에 영향을 받지 않는 순수한 연합의 형성과정으로 기억을 설명하는 반면, 후자는 기존의 기억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는 전제로 기억은 항상 기존 기억으로부터 재구성되어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전자의 에빙하우스의 주장은 기억의 협소한 수동적 기능을 말한 것이고, 후자의 바틀렛은 기억의 폭넓은 능동적 작용을 밝혀낸 것이다. 
특히 ‘망각이론’으로 유명한 에빙하우스의 주장은 시중의 공부법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학습기술로 소개되고 있다. 다음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망각곡선’은 한 번쯤은 접해 봤을 것이다. 학습한지 10분 후부터 망각이 시작되며, 1시간 뒤에는 56%가 하루 뒤에는 67%가 한 달 뒤에는 79%가 망각된다는 실험 결과다. 에빙하우스는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는 반복주기가 매우 중요한데, 10분 후에 복습하면 1일 동안 기억되고, 다시 1일 후 복습하면 1주일 동안, 1주일 후 복습하면 1달 동안, 1달 후 복습하면 6개월 이상 (장기)기억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망각곡선을 근거로 주기적인 복습법을 공부의 비법으로 믿고 있다면 지금부터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결정적인 허점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아서다. 너무도 당연한 공부의 원리로 알려져 있으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먼저 에빙하우스의 연구 자체부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의미가 없는 철자들(가령 ‘dsuyt’)을 가지고 망각의 양을 측정했다. 우리 뇌는 의미 없는 정보가 입력되면 일시적으로 단순 ‘저장’만 하는 기능만 작동된다. 전화를 하기 위해 잠깐 전화번호를 기억했다가 전화를 걸고 나서 금세 잊어버리는 그런 기억에 대한 연구 결과라는 것이다. 즉 에빙하우스의 망각이론은 인간의 일반적인 감각 정보를 다루는 기억을 연구한 결과이지 학습에서 작동하는 기억을 다룬 연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시간 경과별 기억률>

 


<복습 주기와 시간>

 

이것이 무슨 말인가? 제시되는 정보의 형태에 따라 기억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말인가? 그렇다! 우리 뇌는 어떤 의미나 속성을 포함하지 않은 정보에 대해서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꼭 기억해야지라고 맘먹어도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왜일까? 굳이 생각해서 파악할 건더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무의미한 정보들은 맘먹고 기억하려 해도 저장 기능만 작동하게 된다. 이러한 무의미한 정보는 앞에서 밝혔듯이 시연이라는 자극의 강화로만 작동한다. 즉, 무의미한 단편적 기억은 서로 관련된 것들끼리 묶는 조직화의 과정도 필요 없고, 더구나 기존의 기억(스키마)과 연결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파편화된 형태로 저장될 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억은 쉽게 망각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빠르게 사려져가는 기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이고 지속적인 반복 연습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학습하는 내용은 무의미한 정보로 이루어진 게 하나도 없다. 정보의 의미를 파악하고 알기 위한 학습이기에 예초부터 의미 없는 내용은 학습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의미 없는 반복적 연습으로 무조건 암기하는 학습은 저장 기능만 작동하여 기억하는 거나 진배없다. 주기적인 복습이 앞에서 지적한 대로 ‘도구적 이해’를 통해 잘 기억하기 위한 앎을 위한 공부라면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할지 모르겠다. 아마도 이러한 착시효과 때문에 많은 공부의 ‘신’이나 학습법의 ‘고수’들이 강력히 추천하는 비법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주기적인 복습 자체가 나쁘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문제는 그 방법에 있다. 한 시간 공부한 내용을 눈으로 휙 5∼10분 훑어보는 복습을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해도 그것은 기한이 다 되어갈 때마다 데이터를 다시 덧씌워 재저장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더 문제인 것은 앞에서 살펴본 메타인지에서 지적했다시피 수박 겉핥기씩의 복습은 오히려 우리 뇌를 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복습은 이미 학습을 통해 형성된 스키마를 떠올려 빼먹거나 연결하지 못한 정보나 개념이 있는지 찾아서 이어주거나 잘못된 연결이 있는지 검토해 바로 고치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


잘 정리된 개념의 ‘의미 있는 암기’도 그냥 암기일 뿐이다 
우리 뇌가 학습으로 배운 내용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양과 질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어떻게 학습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이미 학습한 내용을 반복적인 읽기를 통해 계속해서 저장만 하려는 노력은 그리 효과적이지 못한 장기기억 전략이라는 것은 확실해 졌다. 설령 시중의 교재처럼 잘 정리된 학습내용을 ‘의미 있는 암기’로 학습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암기일 뿐이지 장기기억이 되지 않는다. 뇌과학에서 확실하게 밝혀진 바로는 기억을 인출하여 기억과 기억을 연결하는 정교화를 통한 스키마의 구조화 과정이 동반되지 않는 기억은 오래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스키마를 형성하고 확장하는 학습이 아니고서는 학습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말과 같다. 
특히 암기하기 좋게 깔끔하게 요점 정리식으로 잘 정리된 교재로 공부하는 것이 단기적인 성적 향상에는 효과적일지는 몰라도 장기적인 기억 효과는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기승전결의 전개 방식으로 서술하여 개념과 원리를 설명하는 교재로 공부하는 것이 장기적인 기억 유지에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최근 학습과학에서 밝혀진 일관된 결론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요점 정리식 개념을 학습하면 우리 뇌가 스트레스를 받기 싫어하는 속성 때문에 생각을 연결하려는 노력을 멈추고 그냥 암기만 하려고 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논리적인 서술식 설명은 끊임없이 정보와 정보, 개념과 개념을 연결해 자신만의 개념적 구조, 즉 스키마를 형성하기 위한 활동에 뇌가 집중하기 때문에 그렇게 기억된 지식이 오랫동안 유지되고 문제해결에도 훨씬 더 유용하게 활용된다는 것이다. 
 이때 작업기억은 정신의 의식적 활동으로 들어온 정보에 주의를 기울여 탐색하면서 기존의 기억을 떠올려 의미를 찾아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들어 장기기억에 저장한다. 즉, 작업기억은 새로운 정보에 주의를 집중하여 분석하여 기존 기억과 연결해 기억을 재구성하는 ‘메타인지’를 작동하여 스키마 형태로 장기기억에 저장하는 것이다. 단기기억을 저장 기능에 국한된 정보에, 작업기억은 저장과 ‘처리’를 동시에 요구하는 기능과 관련된 정보에 작동하는 기억이라는 말이다. 
예를 들면, ‘5, 3, 7, 4, 1, 2, 6’이라는 7개의 정보를 장기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1, 2, 3, 4, 5, 6, 7’이라는 ‘연속된 수’라는 기억과 연결 지어 하나의 덩어리로 처리하면 1개의 정보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에빙하우스의 의미 없는 철자의 예로 들은 ‘dsuyt’도 장기기억에 저장되어 있는 ‘study’와 같다는 것이 연결되면 5개의 철자가 아니라 하나의 단어로 기억하게 된다. 모두 장기기억의 연합 전략이다. 이와 같은 기억의 최대 유의미 저장 단위를 ‘청크(chunk)’라고 한다. 낱개로 기억하는 것과 단순 비교만 해도 청크는 5∼7배의 기억력에 해당한다. 학습에서 주어진 정보를 단순히 기계적으로 나열해 기억하는 방법과 정보의 맥락을 분류하고 조직하여 기억하는 방법 사이에는 기억 용량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이다. 따라서 같은 기억력을 가진 학생일지라도 어떤 기억 전략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학습 성취도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어떤 방법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유리한지를 판단하고 자신의 기억 능력에 맞는 적절한 기억 전략을 수립해 사용하는 메타인지 능력이 학습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같은 내용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몰아서 공부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수학 책 하나를 꺼내 놓으면 수학만 몇 시간 붙잡고 있고, 영어 책을 꺼내 놓으면 영어만 몇 시간 붙잡고 공부한다. 이유는 지금 당장 다 배웠다는 기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몰아서 공부할 때 그런 기분이 들고 다 끝냈다는 성취감도 더 강해진다. 즉 대부분의 학생들이 덜 배웠다는 기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덜 배웠다는 기분이 싫어서 나눠서 공부하는 분산학습을 싫어한다. 
그런데 기억도 근육과 비슷해서 운동할 때 하루 종일 하지 않듯이 공부에서도 매한가지다. 공부를 막 한꺼번에 몰아치기로 하면 뇌가 피로감을 느껴 기억력이 점점 떨어진다. 물론 공부한 직후에는 오히려 몰아치기 공부가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만, 1주일만 지나도 완전히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대신에 간격을 두고 공부할수록 기억을 꺼내는 노력을 더 자주하게 된다. 자주 꺼내야만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부는 넣는 일보다 꺼내는 일이 몇 배 더 중요하다.
왜 이렇게 ‘기억 꺼내기’가 효과적일까? 기억에서 뭔가 꺼내려면 뇌의 신경회로망에서 ‘기억의 흔적’과 관련된 것을 찾아서 연결을 해야 한다. 안 그러면 꺼낼 수가 없다. 우리가 기억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억의 흔적 자체가 없어서가 아니라 기억을 연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억 꺼내기, 즉 기억의 인출과 회상 노력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그거다. 기억 꺼내기 노력은 여러 가지 지식들 사이에 연결을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연결이 단단해 진다는 것은 그 만큼 장기기억으로 더 공고화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몰아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나눠서 하는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 학습한 내용을 공부한 직후나 몇 시간 이내 보다는 하루나 이틀 후에 꺼내는 것이 좋다. 이유는 수면 과정의 뇌의 작용으로 장기기억에 저장된 학습내용이 더욱 공고화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고, 학습내용이 어느 정도 망각이 일어난 상태에서 꺼내야 뇌가 다시 연결하려는 노력을 더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집중학습은 단기적으로 약간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분산학습을 하는 학생에 비하면 한참 아래에 머물 수밖에 없다. 진짜 공부는 분산학습을 통한 장기기억 공부인 것이다. 
또 한가지 지적해 두고 싶은 것은 소위 벼락치기 공부의 문제다. 특히 벼락치기 공부는 IQ가 130이 넘는 소위 영재학생들일수록 더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그들의 절반은 메타인지 기술이 형편없다. 왜냐하면 IQ에만 의존해 집어넣기 공부만 하기 때문이다. IQ가 높은 학생은 초등학교나 중학교 과정까지도 벼락치기 공부만으로도 우수한 성적을 내기도 한다. 그래서 ‘넌 참 머리가 좋아’라는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아직은 집어넣을 양이 그리 많지 않아서 가능하다. 하지만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올라가면 교과과정이 복잡해지고 공부해야할 양이 많아지면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기억 꺼내기와 같은 메타인지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 문제풀이식 학습은 셀프테스트 방법과 다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학습법 중에 뇌과학적으로 크게 잘못된 전략으로는 위에서 지적한 주기적인 복습과 의미 있는 암기, 같은 내용의 집중학습 외에도, 특히 수학공부에서 대부분이 사용하는 반복적인 문제풀이식 공부가 있다. 그런데 메타인지와 기억 꺼내기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한 셀프테스트도 문제풀이인데, 그렇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 아닌가 의구심을 가질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절대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 문제풀이는 메타인지나 스키마 학습법에서 말하는 셀프테스트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가 잘못이라고 지적한 문제풀이는 앞에서 언급한 도구적 이해를 바탕으로 암기한 공식이나 법칙에 대입해 문제풀이 기술만 숙달하는 풀이법 암기를 말하는 것이다. 셀프테스트는 이러한 단순 반복의 문제풀이가 아니라 자문자답, 즉문즉답, 즉해즉설과 같은 앎에 대한 ‘되새김질’, 즉 ‘반추’다. 학습한 내용을 기억에서 꺼내 나의 앎의 상태와 오개념을 스스로 파악해 계속 학습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국내외 많은 연구에서 아래 그림과 같이 ‘반복적 내용 읽기’로 복습하는 스터디 그룹과 ‘테스트로 되새김질’하는 테스트 그룹의 성취도를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1시간 이내의 즉시 시험에서는 스터디 그룹이 높은 점수를 보였지만, 며칠이나 몇 주, 몇 달 후까지 장기적으로 가면 갈수록 테스트 그룹이 스터디 그룹보다 더 높은 점수를 보이고 그 차이도 점점 더 크게 벌어진다는 결과를 수없이 입증하고 있다. 이것을 ‘테스트 효과(testing effect)’라고 한다. 오죽하면 뉴욕 타임즈에서는 궁극적인 공부법을 테스트라고 했겠는가.

 

<스터디그룹과 테스트그룹의 복습 효과 >


( KBS시사기획창 ; 전교 1등은 알고 있는 공부 )


<뉴욕 타임즈의 궁극적 공부법 기사>

( KBS시사기획창 ; 전교 1등은 알고 있는 공부 )

 

그런데 시중에는 이와 관련해 왜곡된 방향으로 상품화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바로 ‘완전학습 시스템’을 내세우는 프로그램들이다. 원래 블룸(Bloom)이 주창한 ‘완전학습 이론’에서는 학생의 95%는 학습 능력이 같지만, 성취기준에 도달하는 데는 빠르고 더딘 개인차가 있으니 형성평가를 통해 빠른 학생은 심화학습으로 좀 더딘 학생은 보충학습으로 피드백하면 대다수 학생들이 완전학습에 도달할 수 있다는 수업모델이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반복의 문제풀이 학습을 과학적 시스템인양 과대 포장하는데 도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날 수업에서 배운 내용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을 즈음인 수업시간 말미에 쪽지시험식으로 테스트해서 틀린 문제들은 맞을 때까지 반복 풀이를 강요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정제된 지식의 완벽한 주입을 목적으로 하는 무결점 학습, 무오류 학습을 완전학습이라고 호도하는 행동주의 학습법과 다르지 않다. 지극히 잘못된 학습법이다. 실제 학습과학에서 입증된 테스트 효과는 학습한 내용을 망각이 일어날 즈음인 1∼2일 후에 테스트해서 되새김질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또한 수업시간에 실시하는 시험의 형식을 빌린 테스트는 한번 하나 여러 번 하나 그 효과에는 별 차이가 없다. 중요한 것은 한번의 테스트에 대해 어떻게 되먹임으로 효과적인 피드백을 하는가에 있다. 다시 한번 틀리면 맞을 때까지 비슷한 문제 유형을 반복적으로 풀게 하는 수학공부가 얼마나 잘못된 방법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학습은 기억의 획득을 촉진하고 테스트는 망각을 예방하기 때문이다. 즉, 테스트가 학습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망각을 막는다는 것이다. 이런 효과는 유아나 초등학생, 중·고생, 대학생과 성인 등 연령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는 자신이 아는지 모르는지 판단하게 하고, 그 결과 추가적인 학습시간의 할당과 학습방법의 수정이 가능하여 자기주도적 학습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테스트에서 모르거나 실수로 오답을 하더라도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면 오히려 장기기억에 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


맞춤형 피드백이 동반된 테스트가 가장 효과적이다    
‘테스트 효과’가 극대화되려면 적절한 피드백이 주어져야 한다. 실제 실험에 따르면 일회성 테스트나 정답을 맞힐 때까지 진행하는 누적형 테스트 보다는 첫 번째 응답이 맞으면 거기서 멈추고 틀린 경우에는 두 번째 문제를 제시해 맞으면 멈추고, 틀리더라도 정답과 피드백을 제시하여 마무리하는 맞춤형 테스트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것을 ‘피드백(feedback) 효과’라고 한다. 우리말로 ‘되먹임’이다. 실제로 테스트 직후 정답과 해법을 즉각 피드백으로 제시하는 일회성 테스트는 스스로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이나 생각을 하지 않게 하고, 피드백에 의존해 편하게 공부하려는 수동적인 태도를 만든다. 또한 누적형 테스트는 실패가 계속해서 쌓이면 풀이를 암기하거나 좌절감에 빠질 수 있어서 더더욱 경계해야 한다. 흔히 학원가에서 모르면 알 때까지 풀게 한다는 반복적인 문제 풀이가 되레 역효과를 초래한다는 뜻이다. 반면 맞춤형 테스트는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자각 효과로 이어져 장기기억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한 번의 실패 뒤에 성공하게 되면 자신감과 성취감으로 내적 동기를 더욱 강화시켜 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또한 피드백의 제시 방식에서도 응답 확신 정도에 따라 정상적인 반응을 했을 때는 문제 전체를 다 푼 후에 피드백을 제시하고 실수나 추측에 의한 왜곡된 반응을 한 문항은 응답 즉시 바로 피드백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또한 소단원이니 유형별로 각각 나눠서 별도로 테스트하는 것보다 유형이나 단원, 영역에 상관없이 섞어서 테스트하는 것이 향후 장기기억에 훨씬 더 효과적인 전략이다. 보통 시중의 수학 교재들이 제시하는 유형별 문제풀이 학습은 그리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말이 된다. 테스트를 통한 학습은 굳이 단답형이나 서술형이 아니고 선다형이라도 효과는 두드러진다. 다만 선다형 테스트는 피드백이 처리되지 않으면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가장 좋은 테스트 효과와 피드백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수행평가 형식으로 배운 것을 스스로 재구성해 서술해 보는 것, 배운 것을 자신의 기억에서 직접 꺼내서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보는 것, 마인드맵(mind map)이나 컨닝페이퍼를 작성해 보는 것 등이 있다. 더 효과적으로는 새로운 문제에 대해 해법을 배우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여 자신만의 해법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답을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생성한다는 뜻이다. 이를 ‘생성(generation) 효과’라고 한다. 그래서 공부에서 생성의 효과는 시행착오의 효과와 일맥상통한다. 왜냐하면 해법을 배우지 않고 풀려면 많은 실수와 실패가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학습에서 생성이란 배운 내용을 자기만의 언어로 바꾸어 표현해 보거나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릿속으로 다른 해법을 탐구해 만드는 것을 말한다. 


창의성은 확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를 말한다
창의성은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인재 덕목으로 주목받지만 창의성의 본질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수학교육의 목표를 창의 인재 육성이라고 명시하면서도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대한 연구는 인지심리학 분야에서 창의성이 어떤 정신작용으로 발현되고, 창의성의 구성요소가 무엇인지를 파악함으로써 해결하려는 시도들로 이어지고 있다. 
창의성은 ‘명확하지 않은 여러 개의 답을 탐색하는 다양하고 독창적인 사고’를 뜻하는 ‘확산적 사고’와 더불어 ‘명백한 하나의 답을 도출하는 새롭고 유용한 어떤 것을 생산해내는 사고’인 ‘수렴적 사고’를 포함하는 의미이다. 수렴적 사고란 기존의 지식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결합하거나 선별하여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며, 확산적 사고란 기존의 지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발상을 통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것을 말한다. 수렴적 사고는 비판적 사고라고도 하고, 확산적 사고는 발산적 사고라고도 한다. 즉 창의성은 독창성과 다양성을 요구하는 확산적 사고에 유용성과 명확성이라는 수렴적 사고를 덧붙인 개념이다. 창의성은 확산적 사고와 더불어 수렴적 사고를 동시에 필요로 하는 정신작용인 셈이다. 창의성은 이러한 이중구조의 양면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창의성은 ‘생각품기’를 통한 연결, 즉 스키마의 연결이다
이러한 창의성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작동한다. 즉 창의성은 문제해결 능력으로 드러나게 된다. 그렇다면 창의적 문제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 인지심리학에서는 닭이 알을 품는 것과 같다는 의미로 ‘부화(孵化; incubation)’, 즉 ‘생각품기’라고 한다. 좀 더 쉬운 말로 하면 ‘생각할 여유나 시간,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품기’에서 어떤 정신 작용이 일어나기에 그러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창의적 문제해결 과정의 준비 단계에서 잘못된 추정으로 해결책 찾기에 실패할 경우 ‘생각품기’를 통해 준비 단계의 잘못된 추정을 제거하며, 더 중요하게는 무의식 상태에서 능동적인 사고 활동이 일어나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과의 연합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창의성 모형으로 제안된 ‘연합이론’에 의해 설명되는데, 창의성은 문제에 대한 유용한 해법을 찾기 위한 과정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개념 중에 관련이 없는 것들은 제거하고 연관성을 가진 개념들을 탐색하여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결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 능력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즉, 창의성의 발현은 머릿속 개념과 개념 간의 연합, 즉 스키마의 연결인 것이다. 


작업기억의 활동성이 창의력의 발달을 좌우한다
그런데 ‘생각품기’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보통 '생각한다'고 할 때 작동하는 뇌의 기능인 ‘작업기억’이 작동한다는 것과 같다. 작업기억이란 ‘새로운 정보들을 일시적으로 저장하거나 기존의 기억을 회상하여  각종 인지과정을 계획하고 순서를 짓는 활동을 수행하는 정신의 작업장’이라고 한다. 이러한 작업기억은 바로 ‘생각품기’를 통해 추론, 문제해결, 언어이해와 같은 복잡한 고차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창의성에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작업기억 용량은 학습 능력의 개인차를 설명하는 주요 지표이자 개인차를 예측하는 주요 변인으로 사용되고 있다. 작업기억에서 중심적인 기능을 하는 것은 주의 억제와 집중 같은 주의 통제를 담당하는 ‘중앙집행기’이다. 중앙집행기는 작업기억의 중심적 기능으로 인지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주의 과정을 관장하고 지배하는 처리기인 것이다. 
이러한 작업기억은 창의성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창의적인 문제해결 과제는 기존에 알고 있는 개념에서 명확한 하나의 해결책을 찾아 해결하는 수렴적 과제와 전혀 새로운 문제 상황을 만났을 때 다양한 해결책을 탐구하고 모색하여 스스로 답을 찾는 확산적 과제로 나눌 수 있다. 수렴적 과제는 수렴적 사고로, 확산적 과제는 확산적 사고를 작동하여 해결하는 것이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인 것이다. 그런데 작업기억의 용량은 창의성의 양면인 수렴적 사고와 확산적 사고에서 서로 다른 영향력을 행사한다. 작업기억이 작동하도록 시간을 주는 ‘생각품기’ 자체는 수렴적 사고와 확산적 사고 모두를 활성화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한다. 반면 작업기억 용량이 클수록 수렴적 과제에 대해서는 ‘생각품기’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반면, 작업기억 용량이 크든 작든 확산적 과제에서는 ‘생각품기’ 효과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작업기억의 주기능인 주의 통제의 기능이 하나의 해결책을 도출하는 수렴적 사고에서는 잘못된 오개념의 연결을 제거해 주는 주의 억제 기능이 작동해서 큰 효과가 나타나지만, 다양한 해결책을 탐색하는 확산적 사고에서는 주의 억제 기능의 필요성이 적기 때문에 별반 효과가 없는 것이다.


생각거리를 줘야 생각품기를 통한 창의성이 발동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점은 확산적 사고의 창의성에는 작업기억의 용량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누구나 노력하면 얼마든지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확산적 사고는 수렴적 사고처럼 집중된 주의보다는 분산된 주의와 연관성이 높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왜냐하면 에디슨, 아인슈타인, 처칠 등의 어린 시절을 보듯이 주의가 산만한 아이도 오히려 어떻게 공부하느냐와 얼마나 노력하느냐의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천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생각할 여유, 생각할 기회,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그 방법은 누차 강조했듯이 발문을 통해 ‘생각거리’를 계속 던져주는 소크라테스식 산파법에 있다. 더 중요하게는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수렴적 과제든 창의적 과제든 문제의 난이도 자체는 ‘생각품기’ 효과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개인에게 ‘알 것 같은 느낌’이 큰 문제일수록 창의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이에게 발문할 때 그 아이에게 맞는 맞춤형의 ‘생각거리’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확산적 사고는 수렴적 사고와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수렴적 사고 능력 또한 향상시키게 된다. 
우리가 흔히 확산적 사고를 직관력이라고 하고 수렴적 사고를 논리력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린 아이일수록 직관적 능력의 발달에 초점을 맞춰 실생활 경험이나 문제 상황에서 공통된 속성과 일관된 규칙을 스스로 발견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노력해야 논리적 사고력의 발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앞에서부터 누차 아이들의 수학공부는 활동, 체험, 놀이 등을 통해 흥미, 호기심, 상상 등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것이 가장 좋은 창의성 교육이라는 것을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