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승진제도..."다변화로 다양한 교사에게 열어줘야"
구성원이 선출한 대표..."지원청에서 거부하면 안 돼"
서울 강의 소회 "기쁨으로 올라와 아픔 가지고 간다"

지난 2월 교육계에는 깜짝 놀랄 출판이 있었다. 바로 학교 관리자의 비민주성을 폭로한 채 ‘학교 내부자들’이 세상에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은 이들은 학교의 민낯을 제대로 밝힌 책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으나, 한편으로는 저자 박순걸 교감의 다음 행보를 걱정했다. 자신의 동료 관리자들의 비민주적이고 비상식적인 행태가 책에 담겼기 때문이다. 교육계에 많은 이슈를 던진 ‘학교 내부자들’ 발행 이후 8개월이 지난 지금, 저자 박순걸 교감을 만나 책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교육계에 이슈가 되고 있는 교장공모제확대 승진가산점제도 폐지,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 등의 사안에 대한 견해를 1, 2부로 나누어 게재한다.

“지금까지 교장이 되는 길은 하나였다. 그 길을 다양화해 수업에 열중한 교사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

‘학교 내부자들’ 저자 박순걸 경남 밀양 송진초 교감의 '교장 공모제'에 대한 소신은 확고했다.

그는 “교장에게 행정적인 경험과 능력이 필요하지만 절대적인 조건이 아니다”면서 “단지 행정적인 자질이 부족하다고 해서 교사가 교장이 되는 길을 막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장 아카데미와 같은 제도로 이들의 행정적인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며 경기도에서 추진하는 교장 아카데미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최근 논란이 된 승진가산점제도 폐지에 대한 지지의견도 밝혔다.

박 교감은 승진가산점제도를 두고 “교육부가 교사들을 뜻대로 움직이려 하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라며 “차라리 월급이나 수당을 더 주거나 전보 시 유리하게 해주는 것, 연가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 등의 실질적 제도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학교문화 민주화를 외치는 그에게는 관리자 연수를 추진하는 시도교육청에서 강의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지난 16일에는 서울 초중 전문직 대상 연수 강의에 나섰다. 그는 경남에서 서울까지 KTX를 타고 오는 길에 개인 SNS를 통해 ‘드디어 서울의 문이 열렸다’며 서울 연수 강의에 대한 기대감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그러나 곧이어 ‘질타, 긴장, 아픔, 후회’라는 타이틀의 글이 SNS에 올라와 연수 강의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여러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곳이다. 학교 문화 역시 그러하다면 민주적이고 자발적인 교사들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말한 그는 강단에서 날아든 칼날 같은 비판의 말들을 들려주었다.

“서울에서는 오래 전 일이다.”, “왜 학교를 힘들게 하느냐”, “비민주적이라면 교사들이 가만히 있겠냐.”

그는 “내가 겪은 이야기가 서울과 맞지 않으면, ‘서울은 이렇게 잘하고 있다’는 답변과 ‘민주적인 서울 학교문화를 지방에 전파해야겠다’는 제안이 올 줄 알았다”면서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아래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교육이 대한민국 교육의 귀감이 되길 바란다”는 박순걸 교감과의 일문일답.

'학교 내부자들' 저자 박순걸 경남 밀양초 교감. 그는 에듀인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교장공모제 확대, 승진가산점제 폐지, 경남학생인권조례제정 추진 등과 관련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사진=지준호 기자
'학교 내부자들' 저자 박순걸 경남 밀양 송진초 교감. 그는 에듀인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교장공모제 확대, 승진가산점제 폐지, 경남학생인권조례제정 추진 등과 관련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사진=지준호 기자

 

▲교장 공모제를 통한 학교 관리자 확대에 대한 문제에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상식으로 접근하면 답이 나온다. 대학에서는 총장을 구성원이 뽑는다. 총장 후보로 등록하려고 교수를 하는 동안 소수점 같은 점수를 모으고 관리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조직원이 생각하기에 가장 우리 조직을 잘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뽑는 거다.

학교도 그래야 한다고 본다. 열심히 수업하고 아이들과 생활했던 교사들에게도 그런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길은 하나였다. 다양한 사람이 여러 길을 통해 교장이 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훌륭한 교수면 누구나 총장이 될 수 있듯이 훌륭한 교사이면 누구나 교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교장 될 수 있도록 "승진제도 다변화 필요"

▲경기도에서는 지난 7월 교장 아카데미 출신 평교사도 교장 승진이 가능하도록 추진했다. 그러나 추진과정에서 여론의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교장 아카데미는 결국 자격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통령 자격증이란 게 있나? 없다. 교육부장관, 교육감, 교육장도 없다. 교장만 유일하게 자격증이 있다. 교장의 자격이라는 게 교감의 역할에 일정한 행정 경력을 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교장에게 행정적인 경험과 능력이 필요는 하다. 그러나 단지 행정적인 자질이 부족해서 교사의 본분인 수업과 생활지도를 충실히 한 교사들이 교장이 되는 길을 접게 하거나 포기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런 행정적인 자질을 누구나 갖추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교장 아카데미는 필요하다고 본다.

"학교 구성원이 추천한 사람 왜 지원청에서 거르나"

▲지난 13일 내년도 교장공모제 운영계획이 발표됐다. 50%는 학교 점수를 반드시 반영하기로 해 교육지원청 1차 심사에서 학교 1순위 추천자는 무조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를 어떻게 생각하나?

대학 총장을 교직원과 학생들이 선출했는데 대통령이 이를 바꿔버린다면 이해가 되나? 기본은 교직원들이 뽑은 사람이 당연히 최종 단계까지 가는 게 합당하다고 본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교장을 뽑아 올렸는데 교육지원청에서 무시하면 안 된다.

교육지원청에서 해야 할 일은 그 사람에게 법·도덕적 결격사유가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면 족하다. 지원청이 관여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교육감이 지원청을 배제하고 교장을 임명하려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교육감은 국민들이 원하는 교육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을 공약을 보고 투표로 선출된 사람이다. 그렇게 뽑힌 교육감들 또한 현장에 자기의 교육 정책을 잘 구현할 수 있는 교장이 많았으면 좋을 것이다. 정책이 현장에 잘 구현되고 펼쳐지기 위해선 교육감의 뜻에 맞는 교장이 필요하리라 본다.

단순한 친분이나 인맥으로 교장을 임명하는 그런 교육감에게 국민들이 표를 주고 선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국민을 비롯한 교육계에 관계된 많은 교육가족과 종사자들의 교육적 소신과 도덕적 신념을 비하하는 말이라고 본다. 우리가 보내야 하는 신뢰는 교육감뿐만 아니라 교육감을 믿고 뽑아준 국민들에 대한 신뢰이다. 그래서 믿어야 한다.

승진가산점제도, 정부의 교원 통제 수단..."월급, 수당, 연가 등 제도적 혜택 늘려야"

▲경기교육청의 초중등교원 승진가산점 일부 폐지 추진이 1년 유예됐다. 폐지하면 기피 업무를 맡을 교사가 없을 것이라는 관리자들의 한숨과 함께 승진가산점이 더 이상 교사를 움직이는 동력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있었다. 초중등교원 승진가산점 제도를 어떻게 생각하나?

점수를 가장 많이 줘 승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의 하나가 벽지 근무 점수이다. 승진가산점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벽지 근무 점수를 없애면 벽지에 누가 가겠느냐고 주장을 한다.

나는 승진가산점을 주지 않더라고 벽지 근무나 교사들이 기피하는 업무를 할 방안을 교육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월급이나 수당을 더 주거나 전보 시 유리하게 하는 것, 혹은 연가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이 수당을 올려주는 것인데 예산을 투입해야 하니 교육부가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으로 승진가산점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상상해보라. 교실에서 학급반장을 뽑는데 선생님의 말씀을 잘들으면 1점, 심부름을 잘하면 1점, 남보다 청소를 잘하면 1점...이런식으로 점수를 모아서 반장이 되게 한다고 상상해보라. 웃기지 않는가? 기피업무에 대한 승진가산점은 아이들보다 못한 어른들의 학교 반장 뽑기 제도이다.

 

가산점으로 교사들을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교육부는 반성해야 한다.

부끄러워해야 한다. 교육부가 교사들을 보고 승진가산점만 주면 교사들을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꼴이다.

▲교육계에서 교육자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권한을 교육부에서 시도교육청으로, 시도교육청에서 교육지원청으로, 교육지원청에서 학교로 이양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책 속에서는 교장 승진을 위한 근무평정 점수의 50%를 교육지원청에서 평가한다며 교감이 지원청의 요구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진정한 교육자치,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학교는 정권을 홍보하고 연장하는 도구에 불과했다. 국가가 승진제도 등 다양한 정책으로 학교를 통제했고 교사를 통제해 중앙집권화했다. 이 속에 자율성은 없었다. 교사들은 철저하게 정부 또는 교육감, 교장의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자들에 불과했다. 본인의 교육방식과 철학을 아이들에게 구현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권력을 쥔 자들의 생각을 옮기는 자에 지나지 않았다. 교육자치가 아니었다.

국가는 시민, 도민이 뽑은 교육감에게 교육자치의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 인사와 예산을 손에 쥐고 학교를 통제한 교육감도 교육의 자율성을 학교에 돌려주어야 한다. 학교장도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교육적 재능과 교육적 소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 속에서 다양한 수업이 나오게 되고 창의적인 아이들을 키우는 것으로 귀결된다.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을 산업시대나 공산주의 국가처럼 제발 똑같은 공산품으로 길러내려고 하지 않았으면 한다.

촛불시민연대 진주추진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진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촛불시민연대 진주추진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진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경남 학생인권조례 추진..."학생인권과 교권은 함께 보장돼야"

▲경남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으로 인한 갈등이 진행 중이다.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서울 등 지역에서는 조례로 인해 교사들이 힘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만큼 학생인권과 교권의 충돌이 첨예한 상황이다.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교감선생님의 생각은.

경남은 현재 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으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 공청회마저 추진을 반대하는 쪽의 거센 반대로 인해 파행으로 끝났다. 인권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도덕적, 철학적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다.

우리 헌법 제10조에도 나와 있듯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되어 있다. 이러한 인권을 교사만 누려야 하는가?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인권은 후퇴하거나 내려가서는 안 된다. 인권은 한 쪽을 내려서 한 쪽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인권은 후퇴하거나 내려가서는 안 된다. 교권이 올라가면 학생인권이 내려가고 학생인권이 올라가면 교권이 내려간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권은 한 쪽을 내려서 한 쪽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같이 올라가야 하고 같이 발전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인권을 존중받은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존중해 줄 수 있다. 오른발이 나가야 왼발이 나갈 수 있듯 교권과 학생인권은 함께 전진해서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2019년 목표..."대구·대전·충남·부산·세종에서 관리자 대상 강의하고 싶다"

▲지난 16일 서울교육청 초중학교 전문직 대상 연수 강의에 나섰다. SNS에 ‘드디어 서울의 문을 뚫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강의하고 난 소감을 말한다면.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다. 서울은 여러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문화 역시 그러하다면 민주적이고 자발적인 교사들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나는 내 주위에서 일어난 일들, 나의 경험, 주변의 이야기 등 주로 나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서울에서 강의하며 들은 말은 “서울에서는 오래전의 이야기다”, “왜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해서 학교를 힘들게 하느냐”, “학교가 그렇게 비민주적이라면 교사들이 가만히 있나?” 등의 질문과 질타였다. 예상 밖의 모습들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서울의 학교 문화가 내가 이야기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면 “우리는 이렇게 잘하고 있다”며 “서울 문화를 지방에 많이 전파해야 하겠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해 주었으면 좋았겠다. 서울은 그렇지 않다면 그들이 만들어낸 학교 민주화를 다른 지역에도 확산해 주겠다는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

‘질타, 긴장, 아픔, 후회’

서울에서의 관리자 강의는 ‘질타, 긴장, 아픔, 후회’를 남겼다. 서울의 교육은 그러면 안 된다. 모든 지방교육의 현실과 아픔을 함께 안고 고민하면서 같이 발전하려고 해야 한다. 왜냐하면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고 수도의 교육은 대한민국의 귀감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 대전, 충남, 부산, 세종에서는 연수를 못 해봐서 내년에는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왜 지역별로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교육지원청의 연수 강사 선정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지원청에서 나 같은 사람을 강사로 선정하기에 부담이 있을 것이다. 장학사가 연수에 나를 부를 경우 나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관리자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와 같은 곳에서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고 싶다며 나를 강사로 초빙하고 싶다는 선생님도 있었지만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경북에서 교사와 관리자를 상대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정말 큰 걱정을 하고 갔는데, 오히려 참석한 관리자분들이 더 호응을 해 주더라. “우리는 방법을 몰랐다”, “좋은 방법을 알려줘서 정말 고맙다”, “빨리 오지 왜 이제야 왔느냐”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인식과 내부의 요구가 무척 다르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