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표 경기 소안초등학교 교무부장

조원표 경기 소안초등학교 교무부장
조원표 경기 소안초등학교 교무부장

[에듀인뉴스] 우리나라 교육의 큰 문제 중 하나가 국가의 교육에 대한 통제다. 물론 이전보다는 많이 자율성을 부여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교육과정, 교과서 제작, 교원 선발과 승진, 예산까지 학교운영의 기본이 되는 핵심 권한들이 교육부에 집중돼 있다. 학교자치의 목표는 학교 민주주의와 교육자치 실현을 통한 학생교육의 질적 변화에 있다. 따라서 학교자치의 완전한 실현을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와 내용, 그 실현 방안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학교자치의 핵심과제는 민주적인 학교운영이다. 이를 위한 교사회, 학생회, 학부모회 등 자치조직의 법제화,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의 자율권, 교사의 수업교재 제작 및 평가권, 예산 편성의 자율권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자치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교육행정기관과 학교구성원들의 공동 협력이 필요하다. 시도교육청의 실질적 힘을 가진 교육감들은 자신들에게 집중된 권한을 단위학교 교육공동체에게 분산하고 자치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누구도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의 권리를 지켜 줄 의무도 책임도 없다는 말이 있다.

학교자치를 확보하려면 교육의 주체인 교사들의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자치권 확보를 위한 법령과 규정을 연구하고 국내외의 모범적인 학교자치 사례를 벤치마킹해 단위학교 실정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정한 학교자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교육공동체가 학교운영이나 교육활동 전반에 걸쳐 민주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학교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등 교육공동체가 주체가 되어 단위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교육공동체가 교육활동을 할 때 구성원들 스스로 계획하고 운영하는 것이 학교자치의 핵심이다.

2월1일 학교자치조례를 공포한 전북교육청은 지난 23일 학교자치조례 공포식을 가졌다. (사진=전주mbc 캡처)

학교자치는 교직원 자치, 학생 자치, 학부모 자치로 크게 구분할 수 있는데 토론의 과정을 통해 집단지성을 발휘해 아이디어를 제시, 공유, 확산하여 최상의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효율적인 학교자치 실현 방안을 몇 가지 지시해 본다.

첫째, 민주적인 직원회의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 보통 단위학교에서 한 달에 한두 번 직원회의를 하고 있는데 학교생활을 하면서 겪는 불편하거나 개선점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허용적인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대안제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테이블을 원탁으로 배치하고 간단한 다과를 준비해 서로 의논하고 토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둘째, 학생회(전교어린이회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학생자치 조직인 학생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회의를 통해 학교장이나 교사들에게 건의한 것은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평소에 학교 시설을 이용하면서 불편했던 점이나 개선했으면 하는 사항을 거침없이 얘기할 수 있어야 하고 학생회에서 나온 의견은 최대한 수용해 반영시켜줘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자신들의 의견이 존중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석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학부모회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학부모 예산을 단위학교 예산에서 얼마 이상 책정하라는 권장사항이 있지만 단위학교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반영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학교운영위원회의와 학교 폭력대책자문위원회의와 같이 학부모회도 법제화한다면 학부모도 학부모회의 중요성을 깨닫고 책무성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1년에 학기 초 학부모 총회에서 학부모회의 예결산과 연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차원에 그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학부모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나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부모회원 상호간의 친목 도모를 할 수 있는 등반(산행)이나 미니올림픽, 그리고 정기적인 모임도 필요하다. 물론 학부모회 활성화를 위한 충분한 예산 지원은 필수다.

넷째, 지역사회,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통한 인적 물적 자원 확보가 중요하다. 단위학교에서는 학교시설을 적극 개방해 학교가 지역주민과 지역사회의 문화센터의 장이 되도록 협력해야 한다. 현재 많이 활용되고 있는 배드민턴장은 물론 토, 일요일에도 지역주민들이 학교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인적자원을 확보하거나 당직기사님들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

다섯째, 각종 사회관계망(SNS)을 통한 학부모와의 소통 강화가 필요하다. 어느 지자체는 캐치프레이즈가 ‘시민이 시장입니다’이다. 시민이 주인 정신을 가지고 시정에 적극 참여하라는 취지일 것이다. 이제 어느 조직이든 소통이 대세다. 그러므로 학부모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 단위학교 홈페이지에 <학교장(교사)에게 바란다.>코너를 신설해 학교에 바라는 점을 수시로 올리고 담임교사 차원에서 밴드를 개설하여 끊임없이 학부모, 학생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불필요한 오해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교사에 대한 인식 개선(교권 존중)이 필요하다. 언젠가부터 교육계에서 '장학사=전문직'이라는 잘못된 풍토가 조성되어 왔다. 최근에는 교육청도 단위학교 교육을 지원한다는 의미에서 교육지원청으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이러한 의식 때문에 교사들이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상명하달의 권위적인 풍토 속에서 창의적인 업무 개선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만을 소극적으로 해왔던 게 사실이다. 솔직히 장학사도 교장, 교감이 되기 위한 승진의 한 가지 프로세스에 불과한데 마치 장학사가 되면 능력이 있고 전문직이 된 듯한 아이러니가 공공연히 행해져왔던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교사를 단순한 교육공무원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교육발전을 위해 불행한 일이다. 그러한 인식은 꾸준히 새로운 교수-학습 이론을 연구하고 창조해내는 교직의 특성상 위험하고 비생산적인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 교사는 학생의 지적 정의적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대학교수 못지않게 질 높은 연구가 필요한 직업이다. 그러기위해서는 수업이 끝난 후 학교업무에 차질을 빚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각종 온·오프라인 연수를 받을 수 있어야하고 세미나, 포럼, 워크숍에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일곱째, 집단 지성을 활용한 민주적인 학교 풍토 조성이 중요하다. 매월 또는 분기별로 포스트잇을 활용해 교사, 학생, 학부모의 교육공동체가 학교 발전을 위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브레인스토밍을 통하여 각종 현안 문제를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럿의 생각이 모이면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문제해결을 할 수 있기에 이러한 작업은 빈도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여덟째, 교육공동체의 협의를 통한 의사결정이다. 단위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사소한 것 하나라도 반드시 교육공동체의 밀도있는 협의과정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 교직원협의회, 동학년 협의회, 전문적 학습공동체, 학생 다모임, 교육공동체 대토론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현재는 혁신학교에서 이러한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는데 혁신학교가 아닌 혁신공감학교나 일반학교도 이러한 과정이 꼭 필요하다.

아홉째, 교수-학습에 전념할 수 있는 학교 풍토 조성이 필요하다. 그동안 교원업무 경감 모니터링을 통해 과거보다는 교사들의 잡무가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넘어야할 산은 높다. 잡무는 줄이는 게 아니라 어쩌면 아예 없애는 게 맞다. 실적위주의 행사를 지양하고 체육대회(운동회), 체험학습(수학여행), 학교평가와 같이 의무처럼 관행적으로 해왔던 행사도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교권이 심각하게 침해를 받고 있고 학교안전사고 발생 시 학부모의 집요한 피해보상 요구와 학교안전공제회에서 학부모가 만족할 만한 보상을 해주지 못하고 있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교사의 책임이나 부담이 되고 있다. 자녀교육에 지대한 관심과 학부모들의 생활수준 향상으로 학부모들도 개인적으로 체험학습을 많이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가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러한 행사를 꼭 시행할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다.

또한 초등 돌봄교실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청소년단체 업무는 YMCA나 각종 시민사회단체에서, 학교폭력업무는 교육지원청에 업무를 이관해 교사들은 오직 가르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민원이나 제안이 현장교사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지만, 현실적으로 개선된 것은 거의 없다. 진정으로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학교자치가 실현되길 원한다면 이 문제만큼은 꼭 개선되었으면 한다.

진정한 학교자치 실현은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학교를 학교답게 하는 지름길이요 초석이 될 수 있다. 학교자치가 이루어지지 않고는 교육개혁은 요원하며 대한민국이 세계 교육강국으로 진입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교사와 학생들이 무엇을 바라고 원하는지 올바로 진단하고 개선해 행복한 학교,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대한민국 교육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원표 경기 소안초등학교 교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