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4일의 거리-요시다 슈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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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기 많은 남자가 좋다.
동료 나쓰키가 혼다의 남동생 코지를 봤다며 호들갑스레 얘기한다. 마치 연예인을 좋아하듯, 남동생을 동경하는 여자들을 보며, 혼다는 우쭐해진다. 그리고 그녀들과 다를 바 없는 심정으로 동경했던, 고교 육상부 선배 사토시를 떠올린다.
 
2. 남이 싫어하는 여자는 되고 싶지 않다.
그녀가 좋아했던 사토시는 아키코 선배를 선택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상사 안도의 아내가 된 아키코의 대화 상대 노릇을 하고 있다. 남이 싫어하는 여자는 되고 싶지 않으니까.
 
3. 늘 들어주는 역할이다.
“정말 괜찮다니까요. 그리고 싫으면 싫다고 분명하게 말할 테니까.” 오늘도 혼다는 안도주임의 부탁으로 아키코의 얘기를 들어주고 집에 돌아온다. 집에 오니, 멋진 동생에게는 메구미라는, 볼품없는 여자친구가 생겼다.
  
4. 의외로 가족 관계는 양호하다.
연애관계에 능숙하지 못하다고 해서, 다른 일반적 관계에 문제가 있으라는 법은 없다.
 
5. 첫 경험은 열아홉 살
물론 아무라도 상관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야마모토라도 상관없었을 뿐이다.
 
6. 타이밍도 좋지 않다.
동창회에서 사토시와 재회한다. 운이 좋다는 생각을 채 끝내기도 전에, 아키코가 사토시의 눈앞에 나타나고 “미안하지만, 같이 있었던 걸로 해줘.”라며 아키코는 혼다에게 부탁한다.
 
7. 때로 순정 만화를 읽는다.
서점에서 '포르투갈의 바다'라는 책을 읽는 남자와 부딪힌다. 만화책 코너에서 코지의 여자친구 메구미를 만난다. “싫어! 나, 네가 코지의 애인이라는 거 인정 못 해.” 갑자기 사토시에게서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온다. 아키코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걸 알지만. '포르투갈의 바다'에 있는 구절이 머릿속을 메운다. “우리는 어떤 일이든 상상할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8. 밤의 버스를 좋아한다.
'포르투갈의 바다'를 읽던 남자를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다. 집에 돌아오니, 코지의 여자친구가 임신했다는 소식이 혼다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 아깝잖아.” “누나, 나 등에 업고 사는 거, 이제 그만둬.  나는 누나가 상상하는 동화 속 나라의 왕자님이 아니라고. 내가 원하는, 내 옆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여자가 내게 어울리는 여자야.”  
 
9. 아웃도어는 싫다.
아키코를 만나지 못한 사토시는 혼다와 주말을 함께 보낸다. “그러니까 너하고 이대로 헤어져서 도쿄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이번 주말에 도쿄에 올 수 있지? 기다리고 있을게.” 그러면서도 그는 핸드폰의 문자를 서너 번 확인한다.
 
10. 실수하고 싶지 않다.
아키코가 안도 주임과 이혼한다는 소식. '사토시의 지금 애인은 나다.'라고 애써 마음을 안정시키고 있는데, 메구미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난 네가 좀 더 편하게 사귈 수 있는 상대가 있지 않을까 하고. 무리하는 것 같아 보였어.” “언니 말대로 나, 코지하고 있을 때는 늘 긴장해요. 코지를 만나기 전에, 왜 나는 남자 운이 없을까 하고, 인기가 없는 이유를 알아나 보자하고, 열 개를 꼽아봤어요. 난 어떤 일에 대해서든,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전제를 깔지 않으면 시작을 못 해요. 실수라도 좋다는 각오로 누군가의 가슴에 뛰어들지 못하는 거죠.”
 
혼다는 깨닫는다. 사실은 그녀 역시 메구미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다시 버스 정류장에서 '포르투갈의 바다'의 남자를 우연히 만난다. 그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그가 옆에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나는 내일 그대와 식사를 할 수 없는 거네요. 안 와도 괜찮아요. 7월 24일의 거리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혼다는 '포르투갈의 바다'의 남자가 기다리는 ‘7월 24일의 거리’가 아니라, 사토시가 있는 도쿄로 데려다 줄 ‘7시 24분발 기차’를 선택한다.

"그러니까 실수를 해봐도 될까?"


여자도 아닌, 작가가 여자의 마음을 이렇게 섬세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소설이 말하고 있는 10가지 요소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나로서는, 구구절절 동감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수를 하고 싶지 않다. ‘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