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부수법안이란?...예산안과 함께 본회의 자동 성장되는 법안
당정 “가입자 피해 막으려면 연내 처리해야”
가입자들 “강행처리 말고 제도개선 병행”
사학연금법이 27일 예산부수법안에 포함될 전망이다. 세입과 세출과 관련된 예산부수법안은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함께 다뤄지는 법안으로 각 상임위에서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본회의에 지정된 원안이 자동 상정된다.
지난 8월 신성범 의원(새누리당)이 대표 발의한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사학연금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해당법안이 예산부수법안 요건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제출했고,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교과서 문제로 법안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개정공무원연금법이 내년 1월1일 시행됨에 따라 사학연금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학연금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공무원연금이 시행되는 내년 1월 이후 퇴직하는 모든 사립학교 교직원의 연금개시연령이 65세로 즉시 연장되는 등 가입자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기금고갈 문제도 제기된다. 현행 방식대로 운용할 경우 사학연금 기금 고갈은 2032년 시점으로 예상되고 있다. 불과 17년 남은 상황이다. 사학연금공단이 박인숙 의원(새누리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학연금법 개정안에 따라 개정이 이뤄질 경우 기금 고갈 시점은 2042년으로 10년 연장된다. 총 지출이 총 수입보다 많아지는 재정수지 역전시점은 현행 2021년에서 2027년으로 6년 늘어난다.

■ 연내 처리 반드시 필요한가=공무원연금법에서 연금지급률은 1.9%에서 1.7%로 하향조정되고 연금개시연령은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조정된다. 공무원연금법은 부칙을 통해 이 조정을 각각 20년, 18년 동안 단계적으로 진행토록 단서를 달았다. 문제는 공무원연금의 본 규정을 사학연금법이 그대로 준용하도록 돼 있는데, 단계적 실시를 명시한 부칙이 준용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단계적인 조정을 받는 국공립 교직원과 달리 사립학교 교직원은 내년 1월 1일부터 즉시 적용을 받게 된다.
사학연금공단이 박인숙 의원(새누리당)에 제출한 ‘사학연금법 미개정시, 문제점 및 현안 등’ 자료에 따르면 사학연금법을 개정하지 않을 시 28만 여 명의 현 사립학교 교직원의 연금지급률이 내년 1월부터 1.7%로 즉시 인하된다. 연금개시연령은 내년 1월 1일 이후 퇴직하는 모든 교직원이 65세로 즉시 연장된다. 유족연금 지급률 역시 내년 1월 1일부터 즉시 60%로 인하된다.
한편 가입자 단체로 구성된 사학연금제도 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사학연금공대위)는 연내 처리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학연금공대위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개정 등 제도개선 논의가 정부와 여당 주도로 일방적으로 진행돼선 안 되며 2016년 연금법 시행일을 다소 넘기더라도 공론의 장을 만들고 당사자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입자와 협의체 구성, 안하나 못 하나=공무원연금 개정에선 가입자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 했지만, 사학연금 개정에서는 협의체를 구성하지 않은 점도 가입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신성범 의원 측에서는 공무원연금개혁 당시 국민대타협기구를 통해 의견을 반영했기 때문에, 사학연금법 개정에서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성범 의원실 관계자는 “협의체 구성과 공청회 모두 현실성이 없다”고 했다. 이어 “공무원연금개혁 때 실질적으로 많이 반영했고 더 이상 수정이 가능한 곳은 현실적으로 없다고 판단된다”면서 “당시 국민대타협기구 속에 교사 대표단도 들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진후 의원(정의당)은 당시 한국교총 등 교원단체 일부만 참여했을 뿐, 사학연금 가입자가 참여해 논의할 수 있는 창구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사학연금에는 보건의료노조나 대학관계자들도 있는데, 이들은 논의 테이블 자체가 없었다”면서 “사학연금 가입자들의 의견 창구 자체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사학연금공대위는 정부가 가입자들의 의견수렴 기회를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김용섭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정부·여당은 공무원연금개혁 당시에는 수차례 공청회를 열고 대타협기구도 구성해서 의견을 수렴하는 시늉이라도 했다”면서 “사학연금은 의견수렴 절차 하나 거치지 않고 당연히 개정해야 한다는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 공무원연금과 다른 점은=사학연금은 공무원연금과 달리 가입자가 다양하고, 가입자의 직종에 따른 상황이 달라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는 것이다. 현재 사학연금은 사학법인의 교수, 교사, 교직원, 의료 인력이 포함된다.
한미정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사립대학병원 간호사의 경우 근로조건이 열악해 근속연수가 10년이 되지 않아 사학연금은 그림의 떡”이라며 “직종의 특수성을 감안해 제도개선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정부와 법인의 부담 비중은 숙제로 남는다. 사학연금은 현행 교원 개인 7%, 국가 2.883%, 학교법인 4.117%의 기여율을 적용한다. 공무원연금법 상의 기여율은 이와 달리 국가 7%, 교원 개인 7%다. 개정 후의 공무원연금법은 국가와 교원 각각 9%의 기여율이 적용된다.
공무원연금법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공무원연금과 달리 사학연금 교원 개인부담금 기여율은 7%로 유지된다. 부칙상의 규정이라 사학연금에는 공무원연금 개정사항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 학교 법인 부담 기여율역시 마찬가지로 유지된다. 이와 달리 연금지급률은 1.7%로 당장 인하된다.
연급지급 개시 연령과 납부기간에서도 공무원연금법과의 엇박이 발생한다.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개시연령은 공무원연금법과 달리 65세로 즉시 연장되며 납부기간 역시 33년에서 36년으로 단계별 적용 없이 곧바로 시행된다.
연금 수급요건도 ‘재직자부터 적용’된다는 부칙이 없어 신규 임용자에게만 적용된다. 공무원연금법 개정 당시 연금지급정지 요건에 선출직, 공공기관을 포함하고 임대수익을 추가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기존 연금수급자도 적용’된다는 부칙이 없어 이 또한 신규자에게만 적용되는 조항이 된다.
단순히 사학연금법을 공무원연금법에 준용하는 수준에서만 개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또 있다. 법 개정 이후 개인부담금 뿐만 아니라 정부와 법인 부담 또한 늘어난다는 점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사학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에 준하는 수준인 9%로 부담률을 높이고, 개인 교원과 정부, 법인 간 부담비율을 현행대로 유지한다면 정부의 경우 8.1%(현행 3조 7674억에서 4조 833억), 학교법인은 15.2%(현재 5조 3737억에서 6조 1910억)씩 부담이 증가한다.
학교 법인과 정부는 현행 사학연금법 상에서도 부담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세수부족을 이유로 2013년 전체 예산의 32.6%인 1876억원을 배당하지 않았다. 올해 6월 기준 미수 정부부담금은 총 3310억에 달한다. 학교 법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준 123개의 대학법인은 사학연금 법인부담금 1019억원을 법인회계에서 부담하지 못해 등록금이 포함된 학교회계에서 부담했다. 대학은 학교회계에서 부담할 경우 교육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라도 있지만, 초중고교 학교법인의 경우 이러한 제한조차 없다.
공무원연금법에 준하는 수준으로 정부와 학교법인 부담률을 높이면 학교법인과 정부는 법정부담금을 다 이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공무원연금법과의 준용만 맞춰 개정하려다 등록금 인상과 교육환경의 악화라는 비교육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협의회 이사장은 “현재도 상당수 법인들이 등록금인 학교회계로 돌리고 있는데 연금부담률을 올리면 그 비용이 더 증가할 것”이라며 “법인의 책임성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일단 개정안을 통과시킨 후 시행령에서 정하면 된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법안에 비중을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성범 의원 측은 “세부적인 부담금 비율을 야당은 빨리 내놓으라 하고 정부는 일단 법이 통과되면 기재부 등과 더 얘기해서 분담금 비율을 최종 확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법인이 현 비중 그대로 가져가거나 법인이나 정부 한 쪽이 조금 더 부담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지만 그대로 가는 안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가입자들의 의견수렴절차 없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향후 진통도 예상된다. 공대위의 한 관계자는 “법리적인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며 “행정소송 등 법정투쟁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