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사시파, 변시파 ‘입맛’ 따라 해석”
정계 “여·야 모두 논평 미루는 등 동정론”

새정치민주연합 신기남 의원이 아들이 다니는 로스쿨을 찾아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부모의 마음으로 찾아가 상담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신기남(63)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다니는 아들을 위해 부정한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보도된 다음날인 27일 법조계에서 잇따라 성명서가 나왔습니다.
법과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전국법과대학교수회’와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가 각각 신 의원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겁니다. 양측은 그동안 사법시험 존치 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곳입니다. 그런데 성명서의 해석이 참, 씁쓸합니다.
먼저 신 의원에게 제기된 의혹은 이렇습니다. 신 의원의 아들이 A대학 로스쿨 졸업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내년도 변호사시험 응시가 어려워지자 신 의원이 로스쿨 원장을 찾아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입니다.
사시 존치를 주장하고 있는 전국법과대학교수회는 “우리나라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에 대한 설계가 매우 ‘취약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사법시험 존치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시키는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사시 존치에 반대하고 있는 한국법조인협회는 “이번 사안으로 오히려 로스쿨 제도의 공정성이 입증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신 의원의 아들이 졸업시험에서 떨어진 것으로 확정된 것에 비춰 볼 때 “로스쿨 학과 성적과 졸업 자격은 외압으로 좌우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입증한 사례”라는 겁니다.
결국 양측의 성명서는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고자 신 의원에 대한 의혹을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해석한 것에 불과했습니다. 법을 다루는 사람들의 이런 모습이, 참으로, 씁쓸합니다.
법조계만 그럴까요. 여·야 정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새정치연합은 27일 오전까지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덮고 넘어가려는 모양새를 보였습니다.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는 신 의원의 해명을 받아들여 진상조사를 보류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당 관계자는 "본인이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고, 해당 의혹이 크게 확산되지는 않은 분위기여서 조용히 넘어가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오후가 되자 기류가 바뀌었습니다.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이 공정 사회와 청년 취업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이런 불미스러운 의혹에 휩싸이는 것은 부적절하다" "당의 혁신 기조와 맞지 않는다" 등의 목소리를 지도부에 전달한 것이지요. 김성수 대변인은 오후에야 서면으로 "당무감사원이 사실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새정치연합은 2년 전 대기업 대표에게 변호사 딸의 취업 청탁 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난 윤후덕 의원에 대해 지난 9월 "징계 시효 2년이 지났다"며 면죄부를 주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대충 뭉개고 넘어갈지, 이 또한 씁쓸한 궁금증을 낳게 합니다.
새누리당도 이날 당 회의에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다가 오후에야 "아버지로서, 그리고 국회의원으로서 부적절한 처사"라고 비판하는 논평을 내놓았습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자식 귀한 것은 모든 부모가 마찬가지겠지만 자식이 졸업시험에 떨어졌다고 해서 모든 부모가 학교에 찾아가지는 않는다"면서 "국회의원의 신분이라면 더욱 처신에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여당도 동료 의원에 대한 온정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한 번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