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1심 정면으로 뒤집어 파장 “학내 구성원 편만 들어 형평위반"

2011년 정이사 체제 전환 이후 이사회 파행 등 지속적인 학내 갈등을 겪어온 대구대에 대해 법원이 구 재단측 이사를 모두 복귀시키라는 판결을 내렸다. 학내 구성원의 손을 들어준 교육부에 학내 갈등에 대한 책임을 지운 판결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고법 행정10부(부장판사 김명수)는 박영선, 양승두, 함귀용 등 대구대 설립자 측 추천이사 3명이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낸 임원취임승인 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사건의 1심 심리를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차행전)는 학내 구성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사회 파행의 책임은 구 재단에게 있기 때문에 복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1심 재판부는 "구 재단 측 이사들이 학내 구성원 측 이사들과 타협점을 모색하는 등 이사회 운영 정상화를 시도했어야 하는데 소모적인 분쟁을 계속해 이사회를 파행으로 이끌었다"고 판단했다. 또 "비리, 도덕성 등의 문제가 있는 경우 구 재단 측에 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며 "대구대의 경우 오랜 학내 분쟁을 거친 데다 양측이 심각하게 대립하는 등 단계적인 정상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어 구 재단 측에 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주지 않은 것은 적법하다"고 봤다.

대구대 구성원들은 14일 대구대 경산캠퍼스에서 대구대 정상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고은애 전 이사를 배제한 정상화 추진을 요구했다. 사진제공=대구대 정상화를 위한 범대책위원회

그러나 항소심 재판은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사회 파행의 주된 책임은 교육부에 있기 때문에 구 재단측 이사에 대한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학내 분쟁의 주된 책임이 교육부에 있다면 교육부는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대구대 정상화 과정에서 구 재단과 학내 구성원 사이의 갈등이 예상되더라도 교육부는 구 재단측에 과반수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고 이사를 전부 정식이사로 선임하는 등 재단 설립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사학의 자유를 보장했어야 한다"며 "대구대 운영에 문제가 생긴 주된 책임은 교육부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임시이사를 선임해 (설립자, 구 재단이 아닌) 학내 구성원의 의도에 부합하는 결과를 만든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며 "(구 재단 측에 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주지 않아) 어느 쪽도 과반수가 되지 못해 이사회 의결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은 교육부가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유사한 사안에서 구 재단측 이사에 대한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하지 않은 상지대를 예로 들면서 "형평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 대구대 사태 개요=‘대구대 사태’의 시작은 198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88년 10월 당시 총장이던 이태영 씨가 병환을 이유로 미국으로 건너간 뒤 부인인 고은애 이사가 대학 운영 전반에 깊숙이 개입하며 학내 분규가 시작됐다.

당시 대구대 구성원들은 총장이 없는 상황에서 총장 직선제를 추진했고, 실제로 직선제 추진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1993년 총장의 임기가 끝난뒤 고 이사는 신모 교수를 총장으로 임명하며 교수들과 갈등에 빠졌다. 반발한 교수들은 조모 교수를 직접 총장으로 선출해 2명의 총장이 선임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사태는 1993년 교육부가 개입하면서 전환됐다. 교육부는 당시 감사를 통해 대학가에 만연했던 대규모 부정입학비리를 적발했다. 대구대 역시 교비불법 유용과 교원부당임용, 허위보고, 건설비리 등이 적발됐다. 대구대가 교육부의 학원 운영 정상화 요구에도 불복하자 교육부는 1994년 2월 대구대 이사회에 대한 임원승인신청을 취소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했다. 21년에 걸친 대구대 임시이사 체제의 시작인 셈이다.

약 10여년간 지속된 임시이사 체제 하에서 대구대는 2006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임시이사 파견사유 해소대학으로 분류, 정상화 기회를 얻었다. 임시이사들이 이끌던 학교법인 영광학원은 모든 대학 구성원을 아우른 ‘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7인의 정이사 후보’를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에 제출했다.

그러나 2011년 7월 사분위는 고 전 이사가 추천한 이사 3명을 포함한 정이사 선임을 발표했다. 사분위는 당시 “대학 구성원이 적극 반대하는 기피 인물을 배제하고 이사진의 황금비율을 맞추는 등 중립성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고 발표했으나 이 때 고 전 이사의 추천으로 승인된 이사 3명과 설립자 장손이 포함된 대학 구성원 추천이사 2명이 극심한 반목에 빠져들었다. 박영선 이사 등 3명은 신변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이사회가 파행되는 바람에 학교 예산안 심의안 등 주요 안건은 처리되지 못했다.

결국 교육부는 지난 2014년 7월 대구대에 다시 임시이사를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1994년 처음 임시이사가 파견된 뒤 17년 만에 ‘정상화’를 이뤘으나 2년여 만에 재차 임시이사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교육부는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결국 정상화 시도는 실패하고 임기만 6개월 더 연장하기에 이른다. 대구대 임시이사 7명의 임기만료는 내년 1월 30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