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은 해임, 경기는 징계 없이 주의처분 ‘제식구 감싸기’
경기 경영계획서, 자기소개서까지 베낀 6명 적발하고도 '솜방망이' 처분
제주 '코드인사' 논란에 특별감사까지... 학교이름만 바꾼 '재활용' 사례도

레오나르 다빈치 같은 융합형 창의인재 육성을 목표로 지난 3월 문을 연 세종과학예술영재고등학교 초대 교장이 남의 것을 베낀 학교경영계획서를 공모서류로 제출했다가 직위해제 됐다. 학교경영계획서 표절에 대해 ‘직위해제’ 처분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종시교육청은 “공모서류를 표절한 세종과학예술영재고 박모 교장을 지난 4일 직위 해제했다”고 6일 밝혔다.
시교육청은 “최근 경찰이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2013년 경기도 모 고교 교장 공모에 접수된 학교경영계획서와 박 교장의 계획서를 대조한 결과 표절을 확인했다”면서 “박 교장도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조사 결과 박 교장이 지난해 11월 공모 당시 낸 학교경영계획서 전체 25쪽 중 제2장부터 제4장 18페이지 분량의 소주제와 제목 그리고 항목간이 일치했다. 이 가운데 9쪽 분량은 내용까지 완전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교육청은 학교장 공모 당시 지원·제출 서류가 표절로 판정됐을 때 지원 자격을 박탈하고 임용 취소 등의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을 받은 바 있다.
금용한 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경영계획서 표절은 법률 위반에 해당될 뿐아니라 교원의 성실 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사항으로, 더는 교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보고 이 같이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같은 사안으로 논란이 일었던 경기와 제주 등의 경우는 솜방망이 처분에 그쳐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5일 경기도교육청이 도의회 교육위원회 최종환 의원(새정치)에게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네 차례 교장공모 과정에서 모두 6명, 7건의 지원 서류 표절이 적발됐다.
올해 3월 상반기 공모에서는 초등교장 지원자 1명, 9월 하반기 공모에서는 중등교장 지원자 4명이 주요 공모서류인 학교경영계획서를 표절했다가 표절검증시스템에 덜미를 잡혔다. 심지어 중등 지원자 한 명은 타인의 자기소개서까지 베껴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표절은 응모자 전원의 자기소개서와 학교경영계획서를 검증 프로그램으로 걸러낸 뒤, 외부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표절심사위원회를 열어 판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만약 표절 판정을 받더라도 2차 심사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적발된 이들 모두 해명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공모를 포기하자, 도교육청은 표절자에 대한 엄중징계를 예고하고도 이들에 대해 별도의 징계 없이 주의처분만 내렸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종환 도의원은 “신성한 교직에서 남의 저작물을 표절하는 일은 교육자의 소양과 자질을 의심케 할 만한 부정행위”라며 “적발 이후 이들에 대한 도교육청의 처벌은 글자 그대로 ‘솜방망이 처벌’로 제 식구 감싸기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들이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 시간이 부족해 지원서류를 표절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제주에서는 최근 100일여에 걸쳐 교장공모제에 대한 특별감사까지 진행됐다. 교장 공모제를 두고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의 코드인사 논란이 거세지자, 제주도교육청 감사관실은 2012년부터 최근까지 진행된 내부형 교장공모 17건(양성언 교육감 당시 13건, 이석문 교육감 취임후 4건)에 대해 특정감사를 실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장공모에 지원한 A교사의 학교경영계획서가 이전에 탈락한 학교의 계획서를 표절했다는 문제가 제기됐지만, 도교육청 감사관실은 동일인이 작성한 만큼 표절에 해당되지 않고,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어 문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교장공모 응모자의 학교경영계획서에 대한 표절 심사는 2012년 전국 공모제 교장 후보자들의 학교경영계획서를 감사한 감사원이 표절이 지나치게 많은 점을 지적하자, 교육부가 2014년부터 의무화했다. 또 교육부는 학교경영계획서의 표절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후보추천 탈락은 물론 징계 등 엄중 조치하겠다고 통지한 바 있다.
공모계획서와 공고문에는 ‘지원자는 지원서류를 표절하지 않았다는 사실확인서와 서약서를 제출하며 표절로 판정되면 자격 박탈과 임용추천 취소 이외에 추후라도 징계 등 엄중 조치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편, 교장공모제는 학교공동체가 원하는 학교 경영자를 초빙해 단위학교의 교육력을 높인다는 취지에 따라 지난 2010년 9월 확대 시행됐다. 그러나 자기소개서, 학교경영계획서, 토론 등 까다로운 심사과정 등으로 인해 해마다 미달사태가 되풀이되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