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계 교재를 독점적으로 펴내는 한국교육방송공사가(EBS)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수능과 관계없는 다른 참고서를 ‘끼워 팔기’하는 등 ‘갑(甲)질’을 하다가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사의 막대한 영향력을 앞세워 민간업체들을 상대로 불공정 거래행위를 한 EBS 등 11개 공기업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3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15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EBS는 정부가 수능 문제를 EBS의 강의 및 교재와 연계해 출제하기로 한 2004년 이후 참고서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고교 참고서 시장에서 EBS의 시장점유율은 2014년 말 기준 46%에 이른다. 여러 출판사의 교재를 사들여 학원이나 서점에 공급하는 총판업자들에게 EBS는 대표적 ‘갑’인 셈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EBS는 2013년부터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올해 4월까지 고교 3학년의 수능 대비 교재를 구매하려는 총판업자에게 ‘수능 비연계 교재(초중고교 1, 2학년 참고서)’를 사실상 강매해왔다. EBS는 주기적으로 총판들과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때 쓰는 평가지표에서 수능과 관련 없는 교재의 판매실적을 수능 연계 교재보다 최대 5배까지 높게 책정했다. 평가점수가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총판과는 계약을 해지했다.
총판들이 인기가 높은 EBS 수능 교재를 계속 취급하려면 수능과 관련이 없는 EBS 교재들을 많이 팔아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EBS는 총판들의 판매 지역도 엄격히 제한했다. 같은 지역에서 여러 총판이 영업에 뛰어들면 경쟁이 세져 교재 가격을 깎아주는 등의 일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EBS는 2009년에도 이런 방식으로 총판의 판매 지역을 제한해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EBS는 이번 공정위의 조치에 대해 “공정위의 지적에 따라 총판 평가지표를 개선하겠다”면서 “판매가 부진한 교재들에 대한 판매를 유도하기 위한 방법이었을 뿐 강매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