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지방교육청 감사 결과
소규모학교 통폐합시 연 4700억 예산절감…학교 수 오히려 늘어
소규모 교육지원청 통폐합시 연 500억 절감 가능...불필요 교과서 구매로 3년간 220억 낭비

정부의 소규모학교 통폐합 계획이 부실하게 추진돼 연간 수천억원의 교육예산 절감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나왔다.
교과서를 너무 많이 사들였다가 결국 폐기해 3년간 2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낭비하는 등 시·도교육청과 일선 학교의 방만한 예산 집행 사례도 적지 않았다. 감사원은 1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교육청 재정운용 실태'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교육부를 중심으로 진행한 '지방교육재정 운용실태' 감사에 이어 각 시·도교육청과 각급 학교까지 포함해 예산집행 실태를 점검한 것으로, 지난 5월20일부터 7월24일까지 실시됐다.
감사원은 "최근 무상급식, 누리과정 등 교육복지 확대로 교육재정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세수 감소로 인해 지방교육재정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교육재정의 효율적인 운용과 건전성 제고가 필요한 실정"이라며 "미시적 측면에서 예산낭비 요인을 제거하고 숨은 재원을 발굴하기 위해 감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소규모학교 통폐합 지지부진…폐교 대상 학교에 관사 신축도
교육부는 소규모학교의 경우 여러 학년이 한 교실에서 배우거나 교사가 전공이 아닌 과목까지 가르치는 등 교육 여건이 열악하고 또래집단 형성 기회가 부족해 인성 교육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2011년 학생 수 60명 미만(읍·면 기준, 동은 200명) 등의 통폐합 기준을 제시한 '적정규모학교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 통폐합을 유도하고 있다.
소규모학교의 학생 1인당 평균 교육비는 1081만원으로, 전국 학교 평균(689만원)의 1.6배에 달해 교육재정 운영에 부담을 준다는 점도 배경이다. 충남지역의 한 중학교(학생 수 12명)는 2014년 학생 1인당 교육비가 7800여만원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본계획 수립 후 3년이 지난 2014년 말 현재 전국의 소규모학교 수는 2369개로, 2011년 2206개에서 오히려 7.4%(163개) 증가했다. 인천교육청은 올해까지 4개 초등학교를 없애 인근 학교로 통합하기로 2011년 결정하고도 일부 지역주민의 반대 등을 이유로 통폐합 추진을 중단했을 뿐 아니라 2013년에 폐교하기로 했던 한 초등학교에는 2012년 오히려 3억8300만원을 들여 교직원용 관사를 신축했다.
감사원이 시·도교육청에서 2016년까지 통폐합하기로 한 610개 학교 중 분교 개편을 제외한 456개 대상 학교를 모두 통폐합했을 경우를 분석한 결과 연간 4762억원의 예산이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소규모학교 2369개 모두를 통폐합할 경우에는 연간 1조1447억원의 예산 절감이 예측됐다.
그러나 시·도교육청은 통폐합 권고기준이 구속력이 없으며, 통폐합시 교원 정원이 줄고 지역주민이나 동창회 등에서 거부한다는 이유 등으로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적극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교육부는 또한 소규모학교에 지급하는 학교경비(보통교부금)를 일반 학교와 동일한 기준으로 산정, 학급당 학생 수 등을 고려해 낮췄을 때보다 매년 약 1548억원을 과다하게 지원하는 등 시·도교육청이 소규모학교를 통폐합할 유인이 감소했다.
상당수 교육청에서는 교육부보다 완화된 통폐합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시·도교육청 자체기준에 따른 소규모학교가 전국 422개로, 교육부 기준(2369개)의 17.8%에 불과한 점도 지지부진한 통폐합 작업의 배경이 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부적절한 학교 신·증설 추진이 6개 교육청에서 18개 학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교육청은 신도시 개발을 이유로 2011년부터 고교 신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인근 학교를 포함해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데다 신도시 개발계획이 당초보다 늦어지고 있어 기존 학교들에서 신도시 학생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지원청도 구조조정 필요…연 500억 예산절감 가능
군(郡) 단위의 소규모 교육지원청 통폐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예산 낭비 사례로 지적됐다. 군 지역 교육지원청은 소속 공무원 1명당 평균 학생 수가 130.1명으로, 구(區·1058명)나 시(市·685.7명)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의 학생을 담당하는 등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군 지역 교육지원청의 운영예산은 학생 1인당 69만원으로, 시 지역 교육지원청(14만원)의 5배에 달한다.
감사원은 전남교육청 등 8개 도교육청 관내에서 규모가 작고 인접한 18개 교육지원청을 통폐합해 없앨 경우 연간 5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감사원은 "앞으로 많은 군 단위 지역에서 학생 수가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도 교육부는 소규모 교육지원청의 통폐합 기준과 재정지원 등 합리적 통폐합 유인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가 교육여건이 유사한 시·도의 교원 정원을 달리 배정하는 등 불합리하게 산정해 시·도별로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전국 평균(초등 20명, 중등 17명)보다 최대 4명 적거나 3명 많은 등 시·도교육청 간 격차가 발생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또 "교육청에서 '1대1 동수교류 원칙' 위주로 교원 인사교류를 실시해 희망 교원 4500여명이 대기 중이며, 일부는 임용고시 합격 후 임용이 지연되는 등 인력이 비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며 교육부에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교육청 세입·채무 관리 허술…시·도에 예산 뺏기기도
상당수 시도에서 각 시·도교육청으로 전액 보내야 하는 학교용지부담금 일부를 자체 수입으로 처리해 부당하게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상남도는 지난해 학교용지부담금으로 392억원을 징수하고서도 실제 징수된 금액을 파악하지 못한 경남교육청이 필요비용 218억원을 요구하자 이 금액만을 전출한 뒤 차액 133억원은 도 세입으로 처리하는 등 2006년부터 2014년까지 학교용지부담금 징수액 1526억원 중 326억원을 도 예산으로 사용했다. 이같은 학교용지부담금 미전출 규모는 2006~2014년 10개 시·도에서 2912억원에 이른다.
교육부에서 일부 교육청의 지방채 발행 한도액을 과다하게 산정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보통교부금 부담 지방채 등을 채무에 포함할 경우 지방채를 발행할 수 없는데도 교육부에서 이를 교육청 채무에서 제외시켜 8253억원의 지방채 발행 한도액이 부여됐다.
◇예산 집행도 방만…교과서 과다 구매, 3년간 220억 낭비
일부 교육청에서 초등학교 교과서 주문 및 재고관리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일선 학교에서 교과서를 과다하게 구매했다가 폐기해 예산을 낭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시·도교육청 중 5개 시·도교육청만 교과서 주문 및 재고관리기준을 갖추고 있었다. 이로 인해 2012~2014년 평균 교과서 재고율이 9.7~10.3%, 누적재고는 1716만권(연평균 564만~586만권)에 달했다.
경기지역 한 초등학교에서는 2012~2014년 실제 필요한 교과서(4만500여권)보다 1만5000권이나 많은 5만5500여권을 주문한 후 3200권만 반납하고 나머지 1만1700여권은 사용하지 않고 폐기해 재고율이 29%에 달했다.
감사원은 "교과서 재고율을 3%로 유지했을 경우와 비교하면, 3년 간 전국 학교에서 모두 1195만권이 불필요한 재고로 쌓여 있다가 폐기돼 220억원의 예산을 낭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각 학교가 개별구매하는 컴퓨터 등 11개 물품을 표본으로 선정, 시·도교육청에서 통합계약으로 나라장터쇼핑몰의 '다수공급자계약 2단계경쟁' 방식으로 구매했을 경우를 가정한 결과 연간 최대 900억원의 예산 절감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급식우유의 경우에도 전국 9020개 학교에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구매(평균 구매단가 200㎖ 당 429원)하고 있는 것을 경쟁입찰 방식(422개교, 평균 구매단가 380원)으로 변경하면 매년 103억원의 예산(무상급식)과 166억원의 학부모 부담 경감(유상급식)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16개 교육청에서 2012~2014년 법정부담경비를 납부할 여력이 있는 학교법인에 총 197억원을 기준과 다르게 초과 지원한 사실을 적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