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속, 상식 밖 사이언스’ 펴낸 이원춘·김경희 수석교사
어릴 적 추억· 경험 소재 삼아
'술술' 넘어가는 이야기로 풀어
“재미도, 교육과정 핵심도 놓치지 않아”
과학은 어렵다. 과학은 재미없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대부분의 일반인에게 ‘과학’의 이미지는 그렇다. 어린 시절, 그 많았던 ‘호기심’은 언제인가부터 ‘어렵다’는 이미지에 가려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과학 수석교사들이 나섰다. 과학이 얼마나 우리들의 일상과 가까이 있으며, 어렵지 않고,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그리고 그 정성이 통했다. 이원춘·전윤영·김경희 수석교사가 펴낸 ‘상식 속, 상식 밖 사이언스’(북월드)의 인기가 뜨겁다. 초판 발행 한 달여 만에 학교와 연구원 등 기관 문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기의 비결은 실제 경험이 녹아 있는 이야기의 힘”이라고 말하는 이원춘(성남 창곡중), 김경희(용인 구성고) 수석교사를 15일 만났다.

- 책이 나온 지 한 달 정도 지났는데, 반응이 어떤가요.
“특별히 홍보를 많이 하지 못했는데 어떻게들 알고 연락이 와요. 학교에서 단체 구매를 문의하기도 하고, 교육연구정보원 같은 곳에서 연락도 오고. 며칠 전에는 한 소년신문 기자가 전화를 했는데,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액체괴물’이라는 놀이기구의 과학적 원리를 물어 보더라고요. 어디에 물어봐도 모르겠다고 한다고 하면서...(웃음)” -이원춘
- 그래서 해결해 주셨나요?
“내 전공은 물리라서 화학 전공인 김경희 수석에게 자문을 구했죠. 수석교사들이 뭉치면, 답이 나오지 않겠어요? (웃음) 풀 속에 들어있는 PVA(폴리비닐알콜) 성분은 탱탱볼 재료이기도 한데, 물에 잘 녹는 폴리머예요. 탱탱볼은 단단하게 뭉쳐지게 하려고 붕사라는 물질을 넣는데... 액체괴물에는 소다를 넣더라고요. 아마도 농도나 탄성을 보완하기 위한 것 같았어요. 이렇게 아직도 우리 주변엔 명확한 해답이 나오지 않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이 많아요.” -이원춘, 김경희
- 책에 대한 학생들 반응도 궁금한데요.
“진짜 선생님의 경험인지를 물어봐요. '벼락 맞은 나무 이야기'가 책에 나오는데, 진짜 그런 적이 있었냐면서요. 경험한 사실이라는 것에 아이들이 더 친근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작은 고추가 맵다’ 편에는 저희 학교 학생이 실험하는 모습이 사진에 담겨 있으니까, ”와! 책속에 ◯◯이가 나와요“라며 더 재밌어 하기도 하고요.” -이원춘
“저는 고교 1학년을 가르치는데, 학생들에게 책을 선물했어요. 읽은 느낌을 물어 봤더니, 수업시간에도 이렇게 배우면 과학이 재밌을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수업에 활용해도 좋은 것이 화학Ⅰ의 필수성취기준을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했거든요. 내년엔 저도 수업시간에 더 많이 적용해 보려고요.” -김경희

- 고교생이 활용할 내용이면, 초등이나 중학생에게는 어렵지 않을까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연현상이 많아서, 쉽게도 어렵게도 얼마든지 적용이 가능해요. 예를 들면, 건전지에 호일을 감으면 3초면 ‘앗! 뜨거’하면서 손이 빨갛게 되지요. 이런 실험은 초등학생도, 고등학생도 심지어 대학원에서도 할 수 있어요.” -이원춘
“맞아요. 고교에서는 책의 주제들을 가지고 학생들이 소논문을 만들 수도 있어요. 일상 속에 있는 거니까,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자신감이 생기는 거죠.” -김경희
- 대학원생들도 신선하다고 하는 주제도 들어 있다면서요?
“일본 최초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 박사는 그의 수필집 '旅人(여인)'에서 노벨상을 받게 된 '중간자 원리'를 발견한 동기를 장자(莊子) 응제편에 나오는 ‘혼돈사칠규’에서 얻었다는 이야기를 해요. 지금 기준에서 보면 낡은 이론이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인 발상이었어요. 핵력의 정체로 힘을 매개하는 입자가 작용한다는 이 아이디어는 실험을 거쳐 유도한 것도 아니고 관찰을 해본 것도 아니니까요. 오로지 장자의 ‘혼돈사칠규’란 우화에서 계시를 받아 찾아낸 창조물인 거죠. 통찰을 통해 정확한 이론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를 했던 중간자 이론은 인문학 속에서 과학을 캐낸 융합의 대표적 사례죠.” -이원춘
- 책을 수업에 활용할 팁을 좀 더 주신다면.
“과학교실에 책을 구비해 놓고 한 시간에 3~4개 정도 에피소드를 읽고 토론하게 하면 좋아요. 나는 이렇게 읽었는데 다른 친구들은 어떤지 서로 토론하다보면 비판적 사고력을 자연스럽게 기르게 되니까요. 시카고플랜(시카고대학 허친스 총장이 시작한 졸업까지 책 100권 읽고 토론하기 프로젝트)처럼 우리들이 쓴 책이 초중고교의 필독서가 되면 바랄게 없죠.” -이원춘
“교과서만 가지고 수업을 하면 딱딱할 수밖에 없어요. 과학에 흥미 없는 학생들도 적지 않죠. '사과'라고 하면, 뉴턴의 사과만 떠올리잖아요. 저희 책엔 다른 ‘사과’가 나온답니다. 궁금하시죠? 평소 과학을 좋아하지 않던 아이들의 눈도 반짝이게 할 수 있어요.(웃음)” -김경희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내년부터 에듀인뉴스에서 과학의 역사를 주제로 좀 더 깊이 있는 칼럼을 연재할 기회를 주셨잖아요. 지금 여러 수석님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어요. 저희들의 작은 노력을 통해 과학을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쓰지도 않았으면서 벌써부터 글들이 새 책으로 묶여 나올 거라고 생각하니 두근거리네요." - 이원춘, 김경희
통합과학, 자유학기제 '아이디어' 가득
◆ 상식 속, 상식 밖 사이언스

수석교사 3인(이원춘, 전윤영, 김경희)이 뉴스통신사 ‘뉴시스’에 연재했던 칼럼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은 한 편의 이야기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게 특징이다.
원리와 개념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 문화, 환경 등 여러 분야와의 융합을 시도한다. △과학!-늘 우리 곁에 있다 △과학!-상식 밖에서 찾다 △과학!-즐거움으로 거듭나다 등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고속도로 위의 피아노, 야한 생각을 하면 머리카락이 빨리 자랄까?, 온난화 사과를 기다리는 그린란드 사람들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제목이 눈길을 끈다.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 초·중·고등학생, 일반인까지,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며, 자유학기제에 활용할 수 있는 토론 주제도 ‘교육과정’에 맞게 구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