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건(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故 김영삼 대통령의 어록을 살펴보던 중 몇 가지 흥미로운 불교 사자성어를 발견하고 그 의미를 되새겨보게 되었고, 가슴에 와 닿아 소개한다.

大道無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큰 도리(道理)나 정도(正道)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뜻으로, 누구나 그 길을 걸으면 숨기거나 잔재주를 부릴 필요(必要)가 없다는 말’로 풀이된다.

어원은 선종(禪宗)의 선록(禪錄) 중(中)에서 공안(公案) 48칙(則)을 뽑아 해설(解說)한 책에 나온다고 한다. 송(宋)나라의 무문혜개(無門嵆開)가 설법(說法)한 것을 그 제자(弟子) 종소(宗紹)가 엮은 책으로 책의 원명은 선종(禪宗) 무문관(無門關)이다.

선종의 말씀은 심오하여 해석이 여러 갈래이며 다음처럼 풀기도 한다.

大道無門 (큰 삶에는 문이 없어)

千差有路 (길은 천 갈래 만 갈래)

透得此關 (이 관문 뚫으면)

乾坤獨步 (천지에 우뚝 설 수 있네!)

불교에는 이와 같은 함축적인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舌頭無骨

舌頭無骨(혀에는 뼈가 없다)이라는 말도 대도무문처럼 의미가 심장한 말이다. 혀에 뼈가 없다는 것은 혀에 뼈가 없으면서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서 때로 사람의 목숨을 좌우하고, 또한 뼈보다도 더 오래 살아남는(이가 다 빠져도 혀는 남는 것에서) 뜻이 있다.

‘혀는 약하고 뼈는 강하다.’는 식의 널리 알려진 상식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도 있다.

到處春色

‘到處春色(닿는 곳마다 봄빛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것은 세상 어디를 가나 모두 법문이라는 말이다. 물 흐르는 소리, 새 지저귀는 소리, 꽃이 피어나고 지는 모습, 벌이 왔다갔다하는 것 모두가 부처님의 법문이 아님이 없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말이다.

봄빛이 어디에나 있어도 관심이 없는 자에게는 한낱 지나가는 현상이듯, 그 법문은 항상 이루어지고 있지만 들으려고 하는 사람만 들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하기도 하다.

柳綠花紅

‘柳綠花紅(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도다)’라는 말도 있다. 버드나무가 푸르고 꽃이 붉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이런 비슷한 말로 眼橫鼻直(눈은 가로고 코는 세로다), 鶴立蛇橫(학은 서고 뱀은 긴다)와 같은 말도 있다.

이처럼 당연한 말을 왜 하는가? 세상 만물이 다 제각기 사는 모습이 있다, 자기 생긴 대로 산다는 것을 말하면서, 그 속에 있는 진리를 과연 깨달을 수 있겠는가 하고 묻는 것이다. 그 진리라는 것은 곧 위의 춘색이다.

윤종건(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한국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