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삼 A아파트 인접 골목 주변 근린상가시설 공사 갈등
주민들, 주차장 설치로 인도 없는 길 만들어져..."아이들 안전에 문제 있어"
건축주, 앞 건물에는 20여대 드나드는데..."법적 문제 없어, 안전 관리 최선"
주차장 면제 철회한 강남구청..."9월 중 사용 승인 예정, 당사자 간 협의하라"

(왼쪽부터) 공사가 진행 중인 신축 건물 인접한 도로가 아파트 후문으로 연결됨을 알 수 있다. 해당 도로는 폭 4.5M 정도로 양방통행으로 진행될 경우 인도 설치가 불가능하다.(사진=지성배 기자)
(왼쪽부터) 공사가 진행 중인 신축 건물 인접한 도로가 아파트 후문으로 연결됨을 알 수 있다. 해당 도로는 폭 4.5M 정도로 양방통행으로 진행될 경우 인도 설치가 불가능하다.(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후문에 신축 건물이 들어서지만 인도 없는 양방 통행로가 조성, 아파트 후문을 이용하는 아이들 안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해당 공사는 문제없다는 법원 판결과 함께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중재에 나섰지만 구청의 소극 행정으로 인해 아이들 안전 해결책은 묘연한 상태다.

문제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티역 부근에 지상 6층 신축 건물이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인근 아파트 후문과 이어진 길이 33M, 폭 4.5M 가량의 막다른 길을 주차장 진입로로 활용하면서 안전 문제가 지적됐기 때문이다.

건축법상 신축 건물은 주차장을 의무로 설치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진입로 확보가 필수다. 하지만 해당 길은 폭이 좁아 인도를 설치할 공간이 없는 것.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해당 건물은 의무 주차 설치가 8대지만 근린생활시설로 조성, 다수 차량이 왕래할 것으로 예상돼 그 길을 이용하는 아이들의 안전에 위협이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건축주는 앞 건물에 이미 차량 20여대가 드나들고 있으며, 법원에서도 문제 없다는 판결을 받았고 제기된 안전문제에 대해 경비를 두는 등 철저한 대비를 하겠다는 입장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강남구청이 아파트 관계자와 건축주에게 보낸 "부설주차장 설치의무면제가 필요하다는 합의가 있을 경우 적극 행정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공문 일부 캡처.
강남구청이 아파트 관계자와 건축주에게 보낸 "부설주차장 설치의무면제가 필요하다는 합의가 있을 경우 적극 행정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공문 일부 캡처.

갈등의 시작은 어그러진 주차장 면제, 그 중심은 강남구청?


해당 건물이 들어설 때 아파트 주민과 건축주는 신축 건물에 주차장을 설치하지 않고 인근 공용주차장을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강남구청이 주민들의 보행로 및 통학로 인근 부설주차장 설치의무면제가 필요하다는 합의가 있을 경우 적극행정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일단락되는 듯 보였던 문제가 강남구청이 형평성 등을 이유로 어렵다는 결정을 하면서 다시 점화했다.

아파트 관계자는 "애초 주차장 설치로 인한 차선 포함 설계도면 허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은실 역삼주민자치회 위원장(입주자대표회 감사)는 “아이들이 이용하 길 인근에 건물이 들어서면 인도 등을 설치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허가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현장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아파트 주민들과 건축주가 아이들 안전을 위해 인근 주차장을 활용하는 내용의 상생협의안을 마련해 구청에 갔으나 구청은 어렵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며 “행정 당국이 아이들을 위험에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협의안대로 인근 공영 주차장 활용을 검토해봤는데 형평성 등 문제로 어렵다는 결론이 났다”며 “건축주가 보유 대지 후퇴 부분 60cm 정도를 확보해 어린이들이 통행할 수 있는 보행 공간을 만들고 차단 시설, 경광등, 반사경 등을 설치해 안전조치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했기에 당연히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현재 공사현장에는 건축주가 강남구청과 약속한 이행 내용에 대한 설비 설치를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김은실 위원장은 “건축주는 보행로를 개설할 수 없는 자기 건물에 8대 규모 주차시설을 설치하면서 추가로 공용주차장 활용을 요청한 것이라 형평성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건축과가 덮어 놓고 형평성 문제로 어렵다고 왜곡, 주민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주장해 의견이 갈리고 있다.

구청이 밝힌 형평성의 문제는 다른 건축물과의 형평성을 말한다.

신축 건물의 경우 주차장을 꼭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진출입로 등 설치가 여의치 않을 경우 인근 공영주차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를 주차장면제라고 하며 면제 조치가 특혜가 되지 않으려면 건축주는 주차장 설치 비용을 구청에 납부해야 한다.

신축건물에 주차장 공사가 진행되는 모습. 주차장은 아파트 후문 바로 옆에 설치될 예정이다.(사진=지성배 기자)
신축건물에 주차장 공사가 진행되는 모습. 주차장은 아파트 후문 바로 옆에 설치될 예정이다.(사진=지성배 기자)

김은실 위원장은 “구청이 주차장 면제가 안 된다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고지하지 않아 주차 시설 공사하는 모습을 보고 알게 됐다”며 “구청이 주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축주는 “같은 도로를 활용하는 앞 건물에는 차량이 20여대 드나드는데 문제 삼지 않고 자신들의 신축 건물만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법원도 아파트 관계자들의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에서도, 구청에서도 법률상 문제없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옥으로 활용할 예정이라 드나드는 차량은 8대 뿐”이라며 “구청에 이야기했듯 그래도 아이들 안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경비를 따로 둬 관리까지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지방법원은 지난 4월 “이 사건 신축 건물에 주차장이 건설된다는 사정만으로 도로를 통행하는 보행자의 생명, 신체 등 통행 안전에 대한 위험이 소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보행자의 통행 안전을 강구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며 “당장 공사금지 등을 명하여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 건축주의 손을 들어줬다.

(사진=법원 판결문 일부 캡처.)
(사진=법원 판결문 일부 캡처.)

9월 중 사용허가 예정, 합의 종용 강남구청?


해당 건물은 2019년 8월 허가가 났으며 올 2월 설계변경 이후 9월 중 사용허가가 날 예정이다.

그러나 인도 설치를 요구하는 민원이 1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나서 중재에 나섰으나 도돌이표이다.

강남구청은 지난 20일 구청과 건축주, 주민이 참석하는 조정회의를 개최했으나 양측 입장만 재확인한 자리가 됐다.

이 자리마저도 애초 태영호 의원실이 공청회 참석을 요구했으나 구청은 조정회의를 개최하겠다고 거절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지난달 31일 강남구청 보낸 공문 일부 캡처. 태영호 의원실은 "주민자치회와 공청회를 열고 주차장 면제 등에 주민들의 의사를 전달한다"며 "강남구청이 적극행정으로 중재할 것"을 요청했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지난달 31일 강남구청 보낸 공문 일부 캡처. 태영호 의원실은 "주민자치회와 공청회를 열고 주차장 면제 등에 주민들의 의사를 전달한다"며 "강남구청이 적극행정으로 중재할 것"을 요청했다.

특히 중재에 나선 구청 관계자는 주차장 설치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대신 소송비 등을 건축주가 부담하는 내용을 제안했으나 주민 대표는 원인 행위 무마 시도라고 문제 삼았다.

김은실 위원장은 “조정회의에 참석한 구청 관계자는 주차장 이야기를 안 하면 소송비, 화재 사고, 집값 하락, 후문 교체 등을 건축주가 부담할 용의가 있다고 협의를 종용했다”며 “핵심은 주차장 설치로 인한 아이들의 안전 문제다. 핵심적인 문제를 언급하지 말라는 데 무슨 조정을 하냐”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시는 공동주차 출입구에 주차통로 확보가 곤란할 경우 인접 대지와 공동주차 출입구 설치에 주민협정을 권고하고 있다”며 “주민협정과 공통주차진입로 이전으로 보행로 안전을 권고하는 것은 역삼지구단위계획개발의 핵심 취지였다. 구청과 건축주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건물은 9월 중 사용 승인 예정이나 강남구청은 중재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건축허가대로 건물을 지은 상태에서 민원을 이유로 강제로 사용허가를 유예하거나 지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사자들이 원만한 협의를 해야 한다. 자의적으로 협의할 부분을 적극 종용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9월 중 사용승인을 하려고 하면서도 주민들의 어린이 안전대책에 대한 답은 미루고 있다”며 “강남구청 총무과장은 태영호 의원실에 대책없는 사용승인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달했다. 뒷짐만 지지 말고 적극행정으로 아이들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보상금은 보상금, 주차장 면제 문제와 엮지 마라”


건축주는 “아파트 관계자들이 인도 설치 여부를 문제 삼았지만 결국은 돈 문제였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김은실 위원장은 “보상금은 신축 건물로 인한 조망권 등 문제로 지가 하락에 대한 것일 뿐 주차장 설치 문제와 별개”라고 주장했다.

취재 결과 아파트 관계자들은 협의를 통해 피해를 본 세대당 1억 원 총 7억 원의 보상금을 요구했다. 이는 신축 건물이 들어서면서 조망권 등 피해를 만회하기 위한 조치다.

해당 건물이 아파트와 이격거리 3M를 지키기 않아 근접 세대가 조망권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 2월말 30평대 19억 원 신고가를 기록했으며 보상금은 5% 내외로 책정했다.

지난 조정회의에서는 이와 함께 또 화재로 인한 지반침하 문제, 창호 삭제 요구, 주차장 면제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으나 구청이 주차장 삭제를 요구하지 않는 조건으로 나머지 요구를 들어 주는 게 어떻겠느냐는 중재안을 제시해 원만히 이뤄지지 않았다.

김은실 위원장은 이를 강요와 협박으로 치부했다.

그는 “신축 건물이 들어서면서 생긴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변호사 자문을 통해 피해금을 아주 낮게 산정했다”며 “도보를 설치하지 않은 채 진행하는 주차장 설치 문제와 연결하는 것은 강요와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건축주는 “15억짜리 건물을 짓는데 7억이라는 돈을 보상금으로 지불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아 거부했다”며 “소음, 비산 등 민원으로 벌써 벌금만 2000만원 넘게 냈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근접한 동에 사는 개인에게 합의금을 지불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며 “법적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인 부분을 생각해 아파트회에 일부 금액을 보상금조로 지불할 계획은 갖고 있다. 원만한 해결을 바란다”고 전했다.

또 “주차장 설치에 대해 법원도 문제없는 것으로 판결했다”며 “그럼에도 안전 문제에 대해 여러 우려 사항이 있으니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법원 판결문 일부 캡처)
(사진=법원 판결문 일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