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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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종식 이후의 학생과 교사 모습은?


​[에듀인뉴스] 코로나 이전의 대면 수업 시기를 그리워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는 환상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우리는 늘 매일의 수업을 힘들어하지 않았던가? 실제로 교수라는 직업이 수업만 없으면 참 좋은 직업이라거나, 학생만 없으면 선생 할 만하다는 말을 많은 교수자들이 늘 입에 달고 살았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이전 삶을 낭만화하고 그리워하며 이상화하는 것을 ‘레트로토피아’라고 부른다.

​교수자와 학생 모두 온라인 활용 수업 및 학습에 익숙해지고 관련 역량이 강화되었다. 그 과정에 자연스럽게 대면 수업과 학습에 적합하지 않은 성향도 강화되었다.

그 이외에도 여러 면에서 변화된 교수자와 학생으로 이뤄질 코로나 종식 이후의 대학 강의실과 교실 풍경을 예상하며 이에 대비할 때가 되었다.

이를 미리 예측하면서 대비해가지 않으면 우리는 또다시 차라리 코로나 때가 더 나았다는 이야기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코로나 상황 탓에 비대면 수업을 오래하다 보니 이에 익숙해지면서 가르침과 배움의 방식에 대한 교수자와 학습자의 생각이 무의식중에 바뀌고 있다.

2학기 첫 수업 며칠 전에 온라인 실시간으로 수업 준비 모임을 가졌다. 가능하면 첫 수업은 대면으로 하고 싶어서 온라인으로 인사를 나누며 왜 첫 수업은 꼭 대면으로 하는 것이 좋은지 열심히 설명했다. 물론 대면 수업 참석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서 온오프 동시 수업을 할 것임도 밝혔다.

그랬더니 각 과별로 40% 정도가 강의실 수업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 하순은 그렇게까지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타지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많아 그리 답했으리라 짐작되었다.

첫 강의는 희망하는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온오프 동시 수업으로 진행하였다. 2주차부터는 광주에 확진자가 증가한 탓에 가급적 비대면으로 하라는 대학의 지침에 따라 아예 2학기 내내 온라인 실시간으로 수업을 했다.

11월 하순 마지막 수업 전에도 종강은 대면으로 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내 마음도 함께 전했다.

카뮈의 장편 소설 ‘페스트’에 나오는 네 가지 유형의 인간 중에서 페스트로 이익을 보기 때문에 이를 환영하고 즐기는 유형의 사람이 있음도 이야기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이를 즐기는 유형의 사람들이 있었다.


“메르스로 인해 우연히 큰 이익을 챙기게 되자 그 상황을 즐기는 사람들, 메르스로 인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게 된 것을 기뻐하며 즐기는 사람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박남기, 2015).


혹시 코로나를 핑계 삼아 우리가 이를 은근히 즐기는 유형의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자는 뜻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대면 수업 희망자는 학기 초보다 오히려 더 줄었다. 의견조사 당시는 확진자가 500명 수준으로 급증하기 전이었음에도 마지막 수업을 대면으로 하는 것에 찬성하는 비율은 학과에 따라 15-30% 수준에 불과했다. 아쉽기는 하지만 비대면이 내게도 더 편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의견조사 후에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급증하여 대면 수업을 하지 말라는 대학의 지침이 전달되어 하고 싶어도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다.

​기기와 온라인 시스템만 갖춰진다면 동영상보다는 온라인 실시간 수업이 더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떤 수업 유형을 선호하는지 조사하면 비대면 실시간 수업이 아니라 동영상 수업을 선호하는 비율이 훨씬 더 높다.

동영상 수업을 선호하는 표면적인 이유로는 대부분 학생들이 교육적인 효과를 든다. ‘온라인교육 대실험’에서 드러난 것처럼 동영상 수업을 하면 상당수 학생들은 배울 것을 제대로 배우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처럼 생각보다 빠르게 학생들이 비대면 상황에 길들여져 가고 있다.


코로나 시대 이전으로 돌릴 수 있다는 '착각'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어 이 ‘비정상’의 예외적 순간이 끝나고 이전으로 돌아가면 모든 게 ‘정상’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는 사회학자 엄기호(2020)의 주장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의 야기를 잠시 들어보자.


강의실을 예로 들어보자.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다시 전면적으로 등교해 강의실에서 학생을 만났을 때, 그 강의실은 과연 이전의 그곳일 수 있을까?

어림없는 소리다. 이미 학생들 몸이 비대면 강의실에 익숙해졌다. 대면 수업이 요구하는 집중하고 긴장하는 몸 대신, 자신이 시간과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사용하는 비대면 상호작용을 편안해하는 학생들이 나타난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자유를 더 효율적으로 쓰는 방향으로,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긴장하고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몸으로 전환하며 새 상호작용에 적응한다.

이들이 이렇게 바뀐 몸으로 다시 강의실에 왔을 때, 이전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대면/접촉을 중심에 둔 상호작용으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자신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배치하지 못하는 시공간에 짜증을 내고, 비대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집중하고 ‘예의’를 갖춰야 해서 힘들 것이다. 재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은 바로 이 상황을 가리킨다.


​대학생만이 아니라 중고등학생도 더 이상 과거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과거에는 아침에 눈을 뜨면 아이들은 별 생각 없이 학교로 향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종식되어 매일 학교에 가야하는 상황이 되면 매일 아침 일찍 등교하는 것을 고통스럽게 느끼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다.

온라인 등교로 인해 아이들이 늦잠 자는 데 익숙해지고, 침대에서 누워 동영상 강의를 대충 시청한 후 인터넷 게임을 하고, 재미있는 동영상도 보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집에서 학교로 이어진 길이 사라지고 있다.

한동안 억지로 아침 일찍 등교하다 보면 다시 습관화 될 수도 있겠지만 온라인 등교의 편리함을 기억에서 지우기 어려울 것이다. 힘들게 학교에 가더라도 과거와 달리 의자에 앉아있는 것 자체를 고통으로 느끼는 학생들도 늘어날 것이다.

스스로의 시간을 관리하며 자유를 누렸던 뛰어난 학생들은 다시 재미없는 대면 수업을 받아야할 때 과거보다 더 크게 고통을 느낄 것이다.

만일 이들이 교실 수업 상황에서도 보다 자유롭게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이들은 코로나 19 시기를 가장 그리워하는 집단이 될 것이다. 그리되면 다시 재미없는 수업시간을 버티기 위해 잠을 청하거나 아니면 자퇴를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학생만 바뀐 것이 아니라 교수자도 바뀌고 있다. 동일한 수업을 몇 번 반복해야 했던 교수자들은 동영상을 한 번만 촬영하여 올리면 되는 것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아직도 많은 학교와 대학에서 동영상 강의 비율이 더 높다. 온라인 실시간으로 수업을 하다 보니 교실에 서서 학생들과 부대끼며 수업하는 것보다 이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교수자도 늘고 있다. 나마저도 선택권을 준다면 대면 강의보다는 온라인 실시간 강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 방향에 대한 강연 요청이 많아 계속 전국 강연을 다녔다. 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는 원격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강연 요청이 들어오면 내가 먼저 원격으로 해도 되겠느냐고 묻게 되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광주에서 부산 강연을 다녀오려면 아침에 출발해도 저녁 늦게야 돌아오게 된다. 지난주에도 부산의 모 대학 강연을 위해 집에서 아침 8시 반에 나섰는데 저녁 8시가 다 되어서야 연구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원격 강연을 하게 되면 이동시간이 사라져 내게는 아주 효율적이다.

그 사이에 온라인 실시간 강연 역량도 향상되어 대면 강연에 결코 뒤지지 않는 의미 있는 강연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 이전과 달리 이제는 대면 강연을 요청해오면 싫다는 생각이 내 안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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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에 필요한 코로나 종식 이후를 위한 준비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교실로 돌아올 학생들은 과거의 학생들이 아니다. 교수자들과 교육당국은 변화된(진화된?) 학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어려움이 생기기를 기다렸다가 대응하기보다는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와 교사, 가정과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이 함께 힘을 모아 대비해가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대응적 차원에서는 변화된 학생들에게 적합한 학교생활 지침, 교수법과 생활지도법을 미리 개발하는 것이다. 과거의 학생들을 염두에 두며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하면 교수자와 학생들 사이의 충돌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일단, 코로나가 종식되었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한 달 정도는 1주일에 하루를 교사와 학생들이 협의하여 융통성 있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코로나 이후에도 온라인 수업의 강점을 살려 혼합수업을 허용하겠다고 한 교육부의 취지와 일맥상통하면서도 약간 다른 관점이다.

등교가 시작되면 결석생, 엎드려 자는 학생, 양호실 이용 학생, 선생님을 모니터 바라보듯이 멍하게 바라보며 무반응 하는 학생들이 증가할 것이다. 등교가 지속되면 소통력 저하에 따른 학생들 간의 갈등과 학교폭력도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학교는 이에 대비하여 다양한 ‘등교 적응 재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해야 할 것이다.

먼저 부모와 소통하며 학생들이 규칙적 생활 습관을 회복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종일 앉아서 생활하는 교실 수업에 적응할 수 있도록 체력 단련 시간을 늘리고, 마음을 챙기는 마음 수련 시간도 더 늘려야 할 것이다. 나아가 친구들 및 선생님과의 소통 역량을 강화시켜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해야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들 때 학생들의 생각을 반영할 기회도 주어야 하지만 학교와 교사가 리더십을 발휘하여 바람직한 선택을 하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들 때 학생도 참여시킨 학교운영위원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사의 대면 수업 역량도 키워야 한다.

학생들은 코로나 이전보다 대면 학습을 더욱 힘들어할 것이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정적이고 교사 주도적인 수업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

주지교과의 경우에도 교사가 주도하되 5분 단위로 수업 장면을 전환하고, 학생을 적극 참여시키며, 첨단 에듀테크를 다양하게 활용함으로써 즐거운 개인 맞춤형 수업이 되도록 교수자 역량을 강화하고 준비해야 한다.

물론 최근 일본이 하고 있듯이 국가와 교육청은 첨단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이 가능하도록 학교와 교실의 온라인 교육 기반 시설과 설비를 완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보다 더 심한 학교무용론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은 예방 차원의 대책이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매일 등교 수업을 하게 될 것임을 학생들에게 알리고, 이에 맞춰 지금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서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학습하는 습관을 갖도록 이끌어야 한다.

학교와 교사는 교과내용 수업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예체능 수업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학생들이 집 근처 공터에서 체력 단련을 하도록 이끌고,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친구들과 소집단 소통을 지속적으로 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더 나아가 코로나 19로 고통 받고 있는 사회 구성원을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도록 이끌 필요도 있다.

이러한 노력은 방학 중에도 이어져야 한다. 방학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을 방치하면 3월 새 학년이 되었을 때 이들을 학교와 공부로 이끄는 것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학교와 교사가 학생들의 방학시기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국가와 지자체 그리고 교육당국은 코로나 지원금의 상당 부분을 학생들이 방학 중에도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 상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습자로서의 기초 역량이 퇴보되지 않도록 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학생만이 아니라 교육자들의 기초 역량 강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비정상적 상황에 대응하느라 심신이 지쳐있는 교사들이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변화된 학생들을 맞이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연수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 관련 연구소, 학계가 모두 나서서 코로나 종식 이후에 나타날 문제점을 예측하고, 이를 선제적으로 대비해가는 노력을 지금부터 기울어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 종식 이후에 차라리 코로나 시기가 더 나았다는 레트로피아적 환상을 갖는 교육자,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국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박남기(2015.07.10.). 메르스 극복의 원동력. 사랑방신문.

http://news.sarangbang.com/detail.html?uid=109957

엄기호(2020.11.29.). 지옥 같던 그때, 차라리 코로나19 이전이 천국이었다.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71963.html?_fr=mt2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한국교육행정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