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희의 교육원정대] 올해도...시간표도, 교육계획도 자꾸 바꿀 건가
[박석희의 교육원정대] 올해도...시간표도, 교육계획도 자꾸 바꿀 건가
  • 박석희 경기 마산초 교사
  • 승인 2021.01.25 1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주 바뀌는 시간표, 불안정해지는 교육 계획, 더 힘들어지는 사회적 약자

[에듀인뉴스] 교사는 교육 전문가로 교육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배웠지만 그 누구도 교육이 무엇인지 알려준 사람이 없었습니다. 교육이라는 절대반지를 찾기 위해 뜻이 맞는 동료들을 모아 교육원정대를 결성해 모험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박석희 선생님과 함께 떠나보실까요?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흔히 학원 교육을 사교육이라 하고, 국공립과 사립을 막론하고 법률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공교육이라고 한다.

공교육과 사교육을 상호 배타적인 관계로 생각하긴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습격 앞에서 마주한 현실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교육 현장에 나타난 문제가 한두 개냐 싶냐만 굳이 한 가지를 콕 집어서 말하자면, 자주 바뀌는 시간표 때문에 나타난 공·사교육 현장의 고초를 꼭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행 상태에 따라 감염 차단을 위해 등교 규모를 조정하거나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 개인들은 ‘사소한’ 어려움들을 감내해야만 했다.

우선 학교는 학생들을 나누고 수업 계획과 평가 계획을 바꾸어야 했고, 기존에 계약한 외부강사 수업이나 방과후 수업 시간표를 조정하거나 취소해야 했다. 강의 수업으로 생계를 잇는 강사 분들은 생활지원금을 받아야 했다.

학원 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 교과별, 시간별로 빽빽이 분배한 시간표를 느닷없이 갈아엎고 수업을 재분배하며 학부모들에게 일일이 시간 변경을 알려야 했다.

다른 아이는 원격 수업을 받아도 자기 자녀만 몰래 학원에서 수업 받는 건 괜찮지 않냐며 무리한 요구를 하는 학부모도 있고 수업 시간표가 너무 자주 바뀌는 것 아니냐며 항의를 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학원은 학교와는 달리 지자체의 단속에 벌벌 떨어야 하는 자영업장이었고, 뚜렷한 기준 없이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영업 제한 규정과 면적당 학생 수 규정에 창의적으로 대응하고 학부모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해야 했다.

코로나로 인한 영업 제한과 업장 폐쇄는 학부모들의 생계를 위협했고 경제적 불안정성이 가중 되는 와중에 학교와 학원에 갈 수 없는 아동들을 가정에서 ‘떠안아야’ 하는 문제까지 생겼다.

부모님이 하는 일이 코로나로 인한 영향이 있는지 없는지,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인지 아닌지,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있어도 버틸만한 자산과 경제적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는 아동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불운이 겹치고 경제적 위기가 다가올수록 가정구성원의 정서적 안정감 역시 위협 받았고 이는 가정 폭력과 아동 학대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나와 다른 가정환경 속에서 자란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고 선생님에게 바른 학습 습관과 생활 습관을 지도받으며 인지적·정서적·사회적으로 고르게 발달해야 할 아이들이 학습에 충실하기보다는 자극적인 영상과 매체에 중독되는 총체적인 결손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선생님이 곁에서 일일이 통제하고 지도하지 않아도 자율적으로 학습 계획을 세우고 바른 태도로 자기 공부를 할 수 있는 소수의 학생들을 뺀 평범한 학생들은 모니터 너머의 선생님을 두고 학습 태도가 불량해지는 스스로를 관리하는 데 더 힘겨워했다.

이는 ‘중위권의 실종’이라는 학습 발달의 양극화로 나타났다. 불행히도 학교의 공공성과 공교육의 기능은, 충실한 지도와 관리가 있었다면 잠재력을 발휘하고 큰 학습 발달을 이룰 수 있었겠지만 자기만의 능력으로만 알아서 최상의 결과를 누리기는 좀 힘든 대부분의 평범한 학생들을 돕는 데 있을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학교의 공공성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될 때 학생들에게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한 것이다.

이 모든 위기와 어려움들은 재난에 대응하고 감염병을 차단해야 하는 공공의 목적 앞에서 감내해야 할 개인적이고 사소한 것들이었을 것이다.

코로나가 일상이 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고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이 아무렇지 않게 되면서 우리는 팬데믹을 통제하고 막기 위한 조치들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데 큰 문제가 없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확진자 수와 적은 사망자 수를 두고 자랑스러워하는 K-방역은 한국 특유의 국가 기구의 효율성 말고도 사회구성원 모두의 너그러움과 협조에 크게 기대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문제는 지나치게 많은 변동과 불안정성이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백신의 보급으로 인해 코로나 이후의 일상을 회복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야할 이 때에 우리는 이번 학년도에도 비슷한 시련을 겪어야 하는지, 얼마나 이러한 비상 대책이 지속되어야 하는지를 걱정하고 있다.

한국의 방역과 교육은 전 세계를 집어삼킨 전염병 위기 상황에서 임기응변과 나름의 역량을 쥐어 짜 사회 각 부문이 최소한의 기능을 발휘하게 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말해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다. 지금까지 잘 견뎌왔다는 것이 누적된 피로와 상처를 없애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괜찮을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어느 집 곳간에 곡식이 얼마나 쌓여있는지는 풍년보다 흉년에 더 큰 의미를 가지는 법이다.

새해가 밝고 새 학년도를 준비해야 하는 이 때, 작년 내내 등교 계획과 학습 시간표의 변동 속에서 불안정성을 버텨나갔어야 했던 수많은 이들이 기약 없는 시련을 겪어야 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흉년이 곡식 가득한 곳간을 가진 이보다 텅 빈 곳간을 가진 이에게 더 가혹하듯이, 불안정성 역시 차별적으로 가구에 타격을 가할 것이다.

안정적인 교육 계획과 보다 더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자녀들을 믿고 맡길 수 있을 때 교육은 비로소 공공성을 찾고 우리 사회도 더 공정해질 것이다.

박석희 경기 마산초 교사
박석희 경기 마산초 교사

박석희 경기 마산초 교사  eduin@eduinnews.co.kr

<저작권자 © 에듀인뉴스(Eduin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