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 시작…통폐합 불가피
19일, 구성원 반발에도 ‘부산교대·부산대 통합 추진 MOU’체결 예정
부산대 김성진 교수, 통폐합…“질적 성장 온전히 담보하지 않아”
‘교대’ 총동창회 등, 흡수 통합 반대하며 단체 행동 예고

[에듀인 뉴스 = 황윤서 기자]

학령 인구 감소 추세에 따른 부산대•부산교대 통폐합 움직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9일 오전 부산교대 본관에서 부산교대 (총장 오세복)와 부산대 (총장 차정인)가 학교 통합 논의를 위한 MOU를 체결한다고 밝혔다.

부산교대(오세복 총장)와 부산대(전호환 전 총장)는 2017년부터 이같은 통합 논의를 진행했으며, 지난해 11월 통합을 전제로 공동발전방안을 모색해왔지만 각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 끝내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달 30일 부산교대 교수회의에서 통합 양해각서(MOU)에 대한 찬반 투표 실시 결과 과반이 찬성표를 던져 우여곡절 끝에 해당 일정이 잡혔다.

부산교대는 앞서 30일 부산대와의 통합 논의 체결 과정에서, 위치(거제동 캠퍼스)에 학교 이름을 내려놓는 대신, 유·초·중등교육과 평생교육을 아우르는 교육특화캠퍼스(교육허브)로 발전시키고, 지구적 교사교육 거점센터로 육성하는 것을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또 자신들이 요구 사항이 통합 과정에서 이행되지 않을 경우 통합 논의를 즉각 중단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아울러 통합 뒤 다른 단과대학 학생들이 교육대학에서 초등교육 자격증 취득 과정을 이수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도 요구했다. 따라서 부산대가 부산교대 측의 요구 사항을 전면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두 대학 간 통합이 실현될 경우 제주대의 전례를 따라, 부산교대가 부산대로 흡수 통합될 예정이다. 부산교대의 기존 캠퍼스는 유지되며 ‘부산대 초등교육과’로 명명될 가능성이 높다.

부산대 핵심 관계자는 “부산교대와의 통합을 반긴다”고 밝혔다. 교명이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큰 데다 유아·특수교사, 중등교사를 양성하는 사범대학이 있어서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대까지 아우르면 유아·특수·초·중·고교 교사 종합 양성기관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허나 통합에 변수가 워낙 많아 현재로서 어느 시점에 통합이 완료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18년 부산교육감선거 보수 단일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던 부산대 김성진 (한문학과) 교수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통폐합의 근본적 시스템 문제를 거론했다.

김 교수는 “시대적 상황에 따른 교원양성체제의 시스템 재정비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허나, “통합이라는 게 단순히 몸짓을 키운다는 규모 측면에서 양적 이익을 가져오겠지만, 그에 따른 질적 성장은 온전히 비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두 학교 간 통합이 단순한 효율 및 생산량 중심 명분에 치우친 것이 아닌 '질적인 팽창'을 가져오는 교육환경 개선 전환에 중심을 둬야 한다는 쓴소리로 풀이된다.

또, 김 교수는 “본래 부산교육대와 부산사범대가 한 몸이었다"고 언급했다. 본 명칭은 부산사범학교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분리돼 운영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교대의 폐쇄성도 지적했다. “각 시도에 1개 밖에 없는 교대 특성상 교수진과 학생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풍토인 것이 현실”이라며, "개방된 구조에 놓일 경우 비로소 높은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대 김성진(한문학과) 교수.
부산대 김성진(한문학과) 교수.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 신호탄인가

부산대와 부산교대의 통합 논의가 본격 가시화되면서 통합 추진이 실시된 배경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 전문가는 부산교대가 부산대와 통합을 모색하게 된 데는 가파른‘학령인구 감소’에 그 원인이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출생아는 27만명으로, 10년 전인 2010년 47만명에 견줘 20만명이나 줄었다. 아울러 학령인구도 감소하는 추세다. 교육부는 지난해 기준 초등학생이 264만명에서 2024년엔 234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학령인구 감소는 교사 채용 인원 축소로 이어진다. 교육부는 신규 초등교사 채용 인원을 지난해 3916명에서 2023~2024년 3천명 내외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전국 10개 교육대학 입학생 수는 2019년 기준 3870명이어서, 2023~2024년이면 교육대학 졸업생 가운데 800여명은 자리를 잡을 수 없게 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인구 절벽'에 선제적 정원 감축이 시대적 소명임을 언급했다. 2021년도 전국 대학 정시모집에서 미달된 인원이 전년도인 9830명 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영남권의 경우 사립대 미달 폭이 컸고, 국립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학령인구가 급속히 줄면서 수도권 선호•밀집 현상이 극대화 된 현상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가 전망되자 지난 2014년 ‘대학구조개혁평가’로 불리는 대학 정원 감축을 시작했다. 이어 2023학년까지 16만명의 대학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방침은 2017년까지는 고교 졸업생이 대학 정원보다 많아 당장은 대학정원을 유지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2018년부터 고교 졸업생보다 대학 정원이 더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해 2023년이 되면 약 16만명의 대입 자원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부산대와 부산교대 외에도 영남권 대학들 역시 내년도 일부 학과의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거나 통폐합하는 등 대대적으로 교육 편제 개편에 나서고 있다. 교육 수요 변화 위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지역 대학 구조조정’은 이미 불가피하다는 전망에서다.

 

“부산교대, 학생•동문 패싱” 주장… 통합 ‘절차적 정당성’ 지적도

부산교대 측은 부산대의 통폐합 논의 MOU가 추진되는 가운데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부산교대 대다수 구성원은 종합대학과 교대의 통폐합이 초등교육 체계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구성원 간 충분한 숙고 및 협의 과정이 생략된 채 통보만으로 이뤄진 해당 체결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부산교대는 지난 7일 설명회를 열고 통합 추진 논의에 있어 학내 여론 수렴 절차 부실했음을 지적했다. 이어 14일 부산교대신문(학보사)이 주관한 통합 토론회를 열고 통합을 둘러싼 첨예한 찬반 논쟁을 피력하기도 했다.

공동대응을 선포한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과 부산교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6일 교육부와의 만남을 통해, 교육구성원 의사에 반하는 MOU 체결을 철회하고, 원점에서의 재논의를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외형상 적법하게 이뤄진 학교 측의 의사결정에 대해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한 것으로 전해진다. 큰 소득없이 면담이 종료된 후 비대위는 교육부 측에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교원양성체제 발전방안 수립에 책임을 다해 줄 것”을 거듭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교대 총동창회 역시 비대위를 구성했다. 이들은 ‘부산교대의 밀실야합 중단’ ‘초등교원의 전문성 무시’, ‘학생·동문 동의 없는 통폐합은 무효’, ‘초등교육의 본질 왜곡’,‘절차적 정당성 무시하는 MOU 체결 반대’ 등을 구호로 내걸고 통합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현영희 부산교대 총동창회장은 “고등 교육은 교과 중심이고 초등 교육은 전인교육을 하는 특수성을 지닌다”며 “종합대학과 교대의 통폐합은 초등교육을 말살하는 것으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MOU 체결을 막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교대 총동창회는 연일 부산교대 본관 앞에서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흡수통합에 반대하는입장을 밝히고, 통폐합 양해 각서(MOU) 체결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단체 행동도 예고한 상황이다.

이처럼 내부적인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두 학교 간 통폐합 추진을 위한 MOU 체결이 평화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대학의 통폐합 사태는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대학의 마지막 생존전략이다. 하지만 백년지대계를 책임질 미래 교원양성기관이 이기심과 내부 밥그릇 싸움에 치우쳐 건설적인 구조조정에 등돌린다면, 자칫 스스로 공멸의 길로 들어설 우려가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로 이미 큰 변곡점에 들어선 만큼 교대는 이같이 변화된 교육풍토를 보다 개방적 자세로 받아들이고, 교육 경쟁력 강화와 교수 질 개선에 솔선할 때 21세기가 원하는 창조적 인재를 길러내는 참 스승 양성기관으로 거듭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