西 歐
*서녘 서(襾-6, 8급) *유럽 구(欠-15, 2급)

‘19세기 이후로 서구 문물이 물밀듯이 들어왔다.’의 ‘서구’가 한글로는 의미를 풀이할 수가 없다. 한글은 표음문자이기 때문이다. 부득이 표의문자인 한자로 ‘西歐’라고 옮겨쓴 다음에야 하나하나 속뜻 풀이가 가능해진다. 

西자는 새가 둥지에 깃들어 있는 모양을 그린 것으로 ‘둥지’(a nest)가 본뜻이었는데, 후에 ‘서녘’(the west)을 가리키는 말로 많이 쓰이자, 본래 의미를 위해서는 棲(깃들 서) 또는 栖(서)자를 만들어 나타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歐자는 ‘토하다’(bring up)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으니 입을 크게 벌린 사람의 모습인 ‘하품 흠’(欠)이 의미요소로 쓰였고, 區(지경 구)는 발음요소다. 근대 이후로 유럽(Europe)을 歐羅巴(구라파)라 하고, ‘歐’라고 약칭한 것에 기인하여 ‘구라파 구’ 또는 ‘유럽 구’라는 훈을 달기도 하였다. 

西歐는 ‘서구라파’(西歐羅巴)의 준말로 ‘서부 유럽’을 이르는 말이다. 한자 歐를 보다 보니 송나라 때 대 문장가였던 구양수(歐陽修)가 떠오른다. 그가 남긴 명언이 많다. 오늘은 그 가운데 하나를 아래에 소개해 본다. 

“당대 사람은 속일 수 있지만, 
 후대 사람은 속일 수 없다.”
 可欺當世之人, 
 而不可欺後世. 

● 글쓴이: 성균관대 명예교수
   <속뜻사전>(앱&종이) 편저,
   <선생님 한자책> 저자,
   논어&금강경 국역,
   박자 시각화 장치(BVD) 발명.

▶[첨언] 
  “한글로 적어봐!”(○)
  “한글로 말해봐!”(×)
   ∵ 한글은 문자이지 언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